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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상품수출에서 사람수출로 성장시대에서 소비시대로”

기업인 변신한 변양균 前 청와대 정책실장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상품수출에서 사람수출로 성장시대에서 소비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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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인도네시아에서 ‘팬택 신화’ 이어간다”
  • ● “세습 재벌은 핏줄로 지배하는 마피아”
  • ● 암 수술 후유증 고통…‘가스 질식사’ 생각도
  • ● 한미FTA 협상 지휘…“실패하면 4명 잘라라” 건의
“상품수출에서 사람수출로 성장시대에서 소비시대로”
‘노무현 경제’의 설계자 변양균(66)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2007년 청와대에서 물러난 뒤 잊혀가는 듯하던 그가 최근 팬택 인수전에 뛰어들며 대중 앞에 나타난 것이다. 변 회장은 지난 6월 옵티스 회장으로 영입된 뒤 쏠리드를 끌어들여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7월 17일 팬택과 인수합병 본계약을 성사시켰다. 옵티스-쏠리드 컨소시엄의 팬택 인수는 회생계획안 승인을 위한 조율과 관계인 집회 등 인가 절차를 거쳐 9월 초 마무리될 전망. 8월 7일 변 회장을 만났다.

▼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책을 두 권 냈다. 2012년 초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가경제 철학을 소개한 ‘노무현의 따뜻한 경제학’, 그해 말에는 영화를 인용해 우리나라 경제현상과 대책을 제시한 ‘어떤 경제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를 냈다. 암 투병을 하며 틈틈이 썼다.”

두 번 찾아온 癌

▼ 암 투병?

“전립선 이상 소견으로 조직검사를 했는데, 2010년 암 확정판정을 받았다. 의사인 친구 권유로 ‘방사성동위원소 시드 영구삽입술’(방사성동위원소를 종양 부위에 삽입하는 근접치료법)을 했는데, 수술 후 아들을 보러 미국을 방문했다가 공항에 2시간 동안 억류됐다. 방사능 물질을 신고해야 하는데 동위원소 번호를 몰랐던 거다(웃음). 2012년 3월엔 췌장암 판정을 받았는데,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췌장암 환자의 생존율은 5%였다.”

▼ 충격이 컸겠다.

“종종 죽음에 대해 생각해온 터라 큰 충격은 없었다. 상상하던 게 이뤄진 경우가 제법 있었는데, 그때도 ‘죽음을 생각했으니 생각대로 되는가보다’고 여겼다.”

▼ 죽음을 종종 생각했다니…

“‘설국(雪國)’의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좋아하는데, 가스를 틀어놓고 생을 마감한 그의 죽음은 언젠가 내가 택하고 싶은 죽음이었다. 췌장암 수술 날짜를 잡아놓고 친구 3명과 ‘생애 마지막 여행’을 떠났다. 인도네시아의 푸른 바다를 보며 죽음을 떠올렸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더라. 정확하게는 ‘슬프지 않았다’. 돌아와 4월 중순 장기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하고 퇴원했는데, 며칠 뒤 극심한 통증이 와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한 달을 보냈다. 피를 토해냈고…. 오진(誤診)에 이어 췌장 절개수술조차 잘못된 것이었다.

그 후유증으로 1년 고생했는데, 아직도 약간 후유증이 있다. 이후 새 인생을 살기로 마음먹었다.”

▼ ‘새 인생’이라면 옵티스 회장으로의 변신 말인가.

“재작년부터 인도네시아 통신정책, 기술 · 자금 등 IPTV(인터넷 TV) 산업전략을 조언하는 일을 했는데, 그때 옵티스 이주형 사장과 인연을 맺었다. (회장 취임) 요청을 받고 새로운 사업 모델로 진출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 같아 합류했다.”

회장을 맡기로 결심한 날, 그는 우연히 시 한 편을 보게 됐다고 한다. 이 시는 인터뷰 말미에 소개하기로 한다.

▼ 옵티스, 쏠리드 같은 회사는 생소하다.

“옵티스는 이주형 대표를 비롯한 삼성 출신 인사들이 2005년 설립한 광학기기 전문 중견기업이다. 카메라 모듈과 CD/DVD 등 광디스크 드라이브(ODD)를 만드는데, 2013년에는 삼성전자 필리핀 ODD 생산 공장을 인수했다. 쏠리드는 벤처기업협회장인 정준 대표가 운영하는 글로벌 통신장비회사다.”

팬택과의 묘한 인연

▼ 변 회장의 경력이면 어느 기업에라도 취업할 수 있었을 듯한데.

“그런가(웃음). 경제발전사에서 팬택, 휴맥스 같은 회사는 삼성, 현대에 버금가는 상징적 기업이다. 삼성, 현대가 산업사회의 상징 기업이라면 팬택과 휴맥스는 정보화사회의 상징 기업이다. 그런 기업들이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KT, 삼성 출신 인사들이 설립한 쏠리드와 옵티스는 또 다른 상징 기업이다. 잘나가는 대기업에서 나와 꿈을 찾아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의 회사 아닌가. ‘경력자 창업’의 신화를 쓸 거다.”

▼ 팬택은 삼성, LG라는 거대 기업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 노력했지만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안타까움 때문에 인수에 나섰다는 말이 잘 납득되지 않는다.

“팬택과는 개인적으로도 묘한 인연이 있다. 2007년 청와대 정책실장 시절 팬택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당시 채권자인 산업은행 총재에게 ‘경제발전사에서 상징적인 팬택을 회생시켜보라’고 했다. 2007년은 워크아웃 관련법이 없어진 직후였다. 당시 산은 총재가 워크아웃 관련법도 없는 상황에서 많은 노력 끝에 팬택 회생을 도왔다.”

▼ 박병엽 팬택 창업자와 친분이 있었나.

“지금껏 일면식도 없다. 나는 한국 경제에서 팬택이 차지하는 중요성과 가능성에 주목할 뿐이다. 팬택 인수에 성공하면 팬택 건물에 박병엽 씨의 초상화를 걸어두고 싶다. 팬택은 우리나라에선 3등이지만 기술과 인력 면에선 세계적 기업이다.”

▼ 옵티스 대주주인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팬택 인수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 전 장관의 의중은 전혀 모른다. 노무현 정부 이후 10년 가까이 따로 만난 적이 없다. 나는 팬택 인수와 성공을 낙관적으로 본다. 이미 유능한 투자회사도 합류했다. 최종 인수는 문제없겠지만, 모든 비즈니스의 핵심은 재무와 영업이다. 향후 영업계획이 중요하다. 3인방(정준 · 이승희 쏠리드 대표, 이주형 옵티스 대표)의 능력과 새로운 사업 모델로 승부를 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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