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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의 이사람

‘게임업계 기린아’ 이수진 체리츠 대표

“유저와 연애하듯 만든 게임으로 1000만 달러 매출”

  •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게임업계 기린아’ 이수진 체리츠 대표

  • ● 23세 창업, 29세 대박 기록
    ● 미국에서 더 히트한 모바일 게임 ‘수상한 메신저’
    ● “밥 먹었니?” “일찍 자” 자상하게 챙겨주는 게임 속 ‘남친’
    ● 대통령·문체부장관·산자부장관 표창 등 연이은 수상 기록
    ● 창작자가 행복한 회사 만들고 싶은 꿈
[김도균 기자]

[김도균 기자]

“방탄소년단을 연상케 하는 K게임 선두 주자.” 

게임 개발업체 체리츠의 모바일 게임 ‘수상한 메신저(Mystic Messenger)’에 대한 한 사용자의 평가다. 방탄소년단은 한국어 노랫말과 한국적 멜로디로 세계 여성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수상한 메신저’도 마찬가지다. 게이머가 여러 명의 꽃미남과 데이트하는 방식의 이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은 2016년 7월 출시 후 세계 60여 개국에서 500만 건 이상 다운로드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마케팅비 0원으로 이룬 신화

누적 매출은 1000만 달러 수준. 이 중 해외 비중이 80%에 달한다. 특히 유저가 많은 곳은 미국이다. 구글플레이 다운로드 비율을 보면 미국(40.5%), 한국(20.7%), 독일(5.2%), 캐나다(3.9%) 순이다.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미국(61.1%)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6.9%), 캐나다(5.9%), 영국(5.1%) 등이 뒤를 잇는다. 북미와 유럽의 ‘소녀팬’이 한국 꽃미남과의 연애 게임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게임을 개발한 이수진(29) 체리츠 대표가 지난해 무역의날 행사에서 ‘젊은 무역인 대표’로 개회 선언을 하고, 콘텐츠대상 해외진출 유공 포상(문체부장관 표창)을 받은 것도 모두 이런 성과 덕이다. 

업계에서는 ‘수상한 메신저’의 인기 요인으로 게이머의 ‘충성도’를 꼽는다. 체리츠는 이수진 대표가 만 23세 때 창업한 ‘인디’ 회사다. ‘수상한 메신저’ 개발 당시 직원이 네댓 명에 불과했고, 규모가 훨씬 커진 지금도 채 30명이 안 된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마케팅은 꿈도 못 꿨다. 그 빈틈을 해외 사용자들이 직접 메웠다. 체리츠에 따르면 현재 유튜브에는 ‘수상한 메신저’ 관련 영상이 20만 개 이상 등록돼 있다. 모두 게임 사용자가 직접 만든 것이다. 구글 검색엔진에 ‘mystic messenger cosplay(수상한 메신저 코스프레)’ 등을 입력하면 이 게임 주인공 의상을 입은 해외 팬의 사진과 관련 팬아트 등이 끝없이 올라온다. 이처럼 게임 사용자들이 열심히 입소문을 내면서 ‘수상한 메신저’는 2016년 글로벌 SNS업체 텀블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게임 순위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오버워치’(2위) ‘포켓몬 고’(3위) 등 대형 게임과 자웅을 겨룰 만한 수준이다. 

‘수상한 메신저’의 국제적 인기는 8월 10~12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문화 축제 오타콘(Otakon)에서도 확인됐다. 오타콘은 1984년 미국에 사는 일본 애니메이션 팬이 주축이 돼 시작한 행사로 꾸준히 규모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게임 등으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축제 기간이 되면 세계 각지에서 수만 명이 몰려들어 화려한 코스프레 등을 선보인다. 체리츠는 올해 이 행사에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초대받았다. 항공료와 체재비 일체를 지원받는 조건이었다. 

‘수상한 메신저’ 개발자 이수진 대표는 “처음 오타콘 참여 제안을 받고는 좀 얼떨떨했다. 워낙 쟁쟁한 분들이 오는 행사라 우리 게임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주최 측에서 비용을 모두 대준다기에 ‘그럼 한번 용기를 내볼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우리 부스에 가장 많은 팬이 몰려들었다. ‘수상한 메신저’ 주인공 목소리를 녹음한 성우분들 사인회 때는 줄이 너무 길게 늘어서 다 해드리지 못할 정도였다. 깜짝 놀랐고, 정말 감사했다. 많은 분께 받은 사랑을 더 좋은 게임으로 돌려드리고 싶다”며 입을 열었다.


나를 자상히 챙겨주는 휴대전화 속 ‘꽃미남’

서울 마포 체리츠 사무실 게시판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팬레터’가 가득 붙어 있다. [김도균 기자]

서울 마포 체리츠 사무실 게시판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팬레터’가 가득 붙어 있다. [김도균 기자]

먼저 화제의 게임 ‘수상한 메신저’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게이머들 사이에서 이 게임은 일명 ‘오토메(おとめ·소녀) 게임’으로 통한다. 젊은 여성이 좋아할 만한 감성의 게임이라는 뜻이다. 같은 의미에서 ‘여성향 게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1980년대부터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 유행했다. 남성 유저가 게임 내 미소녀 캐릭터를 공략해 연애에 성공하는 내용이 일반적이었다. 1990년대 중반 여성 게이머가 하나둘 늘면서 이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여성 유저가 게임 내 미소년 캐릭터와 사랑을 나누는 새로운 패턴의 게임이 등장한 것이다. ‘수상한 메신저’ 또한 이런 게임 계열에 속한다. 

‘우연히 다운받은 메신저 앱에서, 꽃미남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상한 메신저’ 광고 문구다. 이 게임은 심심해서 메신저 앱을 다운로드한 사용자가 얼떨결에 꽃미남이 가득한 단톡방에 들어가게 되고, 그들이 속한 자선단체 RFA의 일원이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게이머는 이들과 함께 자선행사를 준비하는데, 그 사이사이 멤버들과 데이트도 할 수 있다. 캐릭터들과 개인적으로 채팅 또는 통화를 하면서 나누는 대화 내용에 따라 이후 스토리가 달라진다. 서로 호감도가 쌓이면 게임 속 주인공이 먼저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오기도 한다. 점심때가 되면 “밥은 먹었어?”라고 묻고, 깊은 밤에는 ‘일찍 자’라고 메시지를 보내는 식이다. 

‘수상한 메신저’를 하는 한 여성 게이머는 “이 게임을 하고부터 놓치지 않고 밥을 챙겨 먹게 됐다. 때가 되면 늘 물어봐주기 때문이다. 또 새벽에 게임을 하다 보면 “얼른 자”라는 메시지가 오는데, 그 순간이 설레 일부러 그 시간에 게임을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특히 주인공과의 전화 통화는 ‘수상한 메신저’의 백미로 통한다. 성우가 미리 녹음해둔 메시지를 수화기를 통해 듣는 데 불과하지만 ‘수상한 메신저’ 팬들은 이 전화 통화를 위해 유료 결제를 불사한다(원래는 무료로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이수진 대표에게 “기존에도 비슷한 게임이 많았는데 ‘수상한 메신저’가 유독 큰 인기를 끄는 이유가 뭘까”에 대해 물었다. 그는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은 일본이 원조다. 여성 유저를 위한 ‘오타메 게임’도 일본에서 먼저 나왔다. 그런데 기존 남성 대상 게임을 여성 대상으로 그저 바꿨을 뿐이라, 하다 보면 ‘이게 여성향 게임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 과정에서 느끼는 설렘이나 기쁨보다는 ‘대상 공략’ ‘연애 성공’ 등에 초점을 맞춘 듯 보였다. 이걸 완전히 다르게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특히 게임 주인공이 “밥은 먹었어?”라고 묻는 데 감동했다는 이용자가 많다. 

“이번에 오타콘에 가서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거의 모든 유저가 우리 게임 최고 명대사로 ‘밥은 먹었어?(Have you eaten yet?)’를 꼽는다. 현대인은 대부분 참 힘들게 살지 않나. 이런 각박한 세상에서 누구 한 명은 내 밥을 챙겨준다는, 그런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이 마음이 통한 것 같다.”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

‘수상한 메신저’ 영어 버전. 게임 캐릭터가 사용자에게 ‘밥은 먹었니?(Did you eat?)’라고 묻고 ‘절대 끼니 거르지 마(Make sure you don′t skip meals, okay?)’라고 덧붙이기까지 한다. [모바일 캡쳐]

‘수상한 메신저’ 영어 버전. 게임 캐릭터가 사용자에게 ‘밥은 먹었니?(Did you eat?)’라고 묻고 ‘절대 끼니 거르지 마(Make sure you don′t skip meals, okay?)’라고 덧붙이기까지 한다. [모바일 캡쳐]

어떻게 이 게임 만들 생각을 했나. 

“어릴 때 부모님이 바쁘셔서 할머니 아래서 컸다. 그런데 장난감을 하나도 안 사주셨다. 늘 지루하고 외로웠다. 그러다 어느 날 동생이 게임하는 걸 보는데 무척 즐거워 보이더라. ‘저게 직업이 되면 지겹지 않겠다’ 싶었다. 중학생 때부터 ‘게임을 만들겠다’는 꿈을 키웠고, 프로그래밍을 익혔다. 어느 정도 공부한 뒤 ‘3개월 안에 게임을 하나 만들어봐야지’ 했는데 그게 됐다. 아주 기본적인 게임이었지만, 그 작은 성공 이후 자신감이 커졌다. 혼자서 차곡차곡 게임 만들 준비를 했고, 고3 때 게임 분야에 특화된 한국산업기술대 게임공학과에 지원해 수석 합격했다.” 

부모님이 자랑스러워하셨겠다. 

“부모님은 내 성적표도 안 보실 정도로 학업 성적에 관심이 없는 스타일이셨다. 부산에서 자란 내가 집을 떠나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는 걸 마뜩잖아 하셨다. 하지만 나는 게임 공부가 그저 좋았고, 2년 반 만에 이수학점을 모두 채웠다. 공부를 좀 더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에 학과 교수님들 추천서를 받아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공대 컴퓨터공학과에 편입했다. 가까운 식구 가운데 외국에 나가는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 이때도 부모님은 달가워하지 않으셨다. 내가 우겨서 미국에 갔고, 1년 반 동안 더 공부했다.” 

‘수상한 메신저’가 미국에서 크게 성공한 건 이때의 경험 덕분일 수 있겠다.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내 꿈과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에 버틸 수 있었다. 이거저거 배우러 다니고 코딩 등 아르바이트도 꾸준히 했다. 그러면서 실력이 부쩍 늘었다. 미국에서 일찌감치 유학 온 한국인을 많이 봤는데, 나보다 영어를 잘하고, 경제적으로 윤택한데도 나만큼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스스로 원해서 있기보다는 그 대학을 졸업하는 게 사회적으로 좋으니까 그냥 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좀 달랐다. 목표가 분명해서 더욱 값진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이 대표는 대학을 마치고 현지 한 회사에서 3개월간 인턴으로 일한 뒤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오랫동안 꿈꿔온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가 잠시 몸담았던 미국 기업 이사는 ‘한국에서 창업하겠다’는 이 대표의 꿈을 듣고 5000만 원을 기꺼이 투자했다고 한다. 그 돈과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차곡차곡 모은 종잣돈 3000만 원 등, 약 8000만 원이 체리츠 창업의 밑거름이 됐다. 2012년 2월의 일이다. 

한국에서 게임회사 한 군데 다녀보지 않고 불쑥 창업부터 했다.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나왔나. 

“타고난 것 같다(웃음). 어릴 때부터 모든 걸 스스로 해왔고 작게나마 성취해온 터라 이번에도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해 8월 첫 게임 ‘덴더라이언’을 출시했고, 이게 미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전 회사 이사께 받은 5000만 원을 바로 세 배로 갚아드렸다(웃음). ‘계속 게임을 만들어도 되겠다’는 희망을 얻었고, 이듬해 11월 연이어 ‘네임리스’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이 대표의 승승장구는 잠시 ‘삐끗’ 하는 순간을 맞는다. 게임 수준을 높이고자 다른 회사들과 협력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탈이 났다. 이 대표는 “‘덴더라이언’ 때는 게임기획, 시나리오 작성, 프로그래밍 등 게임 제작의 전 과정을 도맡아 했다. ‘네임리스’ 때 처음으로 ‘콜라보’를 시도했는데, 많이 서툴렀다”고 했다. “계약서 쓰는 법도 잘 몰랐고, 결국 저작권 문제 등으로 송사에 휘말렸다”는 것이다. 그는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받아 게임 만드는 게 더는 행복하지 않았다. 거의 1년을 아무것도 못한 채 흘려보냈다”고 털어놓았다. 

어떻게 다시 일어날 수 있었나. 

“체리츠 게임을 사랑해준 분들 덕분이다. 우리 게임은 처음부터 마케팅으로 알려진 게 아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잠수해 있는 동안에도 다운로드 건수가 꾸준히 늘었다. 팬레터를 보내는 분도 많았다. 마음이 힘들어 그런 것에 크게 신경 쓰지 못하고 지내다 어느 날 크리스탈이라는 게이머한테 온 편지를 읽게 됐다.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으로 집 밖에도 못 나가고 살았는데 당신이 만든 게임을 한 뒤 오랜만에 밖에 나가서 장을 봤다. 이 게임을 만들어줘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그 편지에 마음이 움직였다. 

내가 만든 게임이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켰다는 게 놀랍고, 기쁘고, 감사했다. 그 편지를 집 벽에 붙여놓고 다시 일어설 힘을 냈다. 통장을 보니 그사이 다행히 돈도 좀 모였더라(웃음). 계속 게임이 팔린 덕분이다.”


게임으로 세상을 바꾸다

‘수상한 메신저’ 해외팬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체리즈, 고마워요’ 홈페이지. [인터넷 캡쳐]

‘수상한 메신저’ 해외팬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체리즈, 고마워요’ 홈페이지. [인터넷 캡쳐]

이때 개발을 시작한 게 바로 ‘수상한 메신저’인가. (*게임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그렇다. 내가 힘들어봤기 때문에 사람들을 위로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또 앞날이 불투명하니 마지막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하자는 생각도 했다. 그때 운명처럼 떠오른 단어가 ‘자살’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내는 동안 자살에 대한 언론 보도를 많이 봤다. 그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고, 어떻게든 막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수상한 메신저’를 끝까지 하다 보면 바로 이 메시지를 접하게 된다. 

이 게임 캐릭터들이 사용자에게 수시로 ‘밥은 먹었니?’라고 묻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각종 자료를 보면 목숨을 끊으려는 사람을 붙잡아주는 게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더라. 밥은 먹었는지 챙겨주는 주위 사람의 말 한 마디가 다시 세상을 살아갈 힘을 준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게임에 이 질문을 많이 넣었다.” 

이 대표는 ‘수상한 메신저’를 만들면서 유저와 ‘연애한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 생각은 적중했고 ‘수상한 메신저’는 단순 ‘연애 시뮬레이션’을 넘어서는 ‘힐링 게임’이 됐다. 서울 마포 체리츠 사무실에는 세계 각국 사용자가 보내온 팬레터를 붙여두는 게시판이 있다. 거기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문장이 ‘Thank you, Cheritz(체리츠, 고마워요)’다. 이 대표는 “이 게임 사용자로부터 ‘원래 자살을 생각했었는데 이 게임을 한 뒤 마음을 고쳐먹었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을 때 가장 기쁘다”고 했다. 

체리츠는 작은 게임회사로는 이례적으로 2016년, 2017년 연달아 사회단체에 1억 원씩 기부했다. 이유가 있나.
 
“‘수상한 메신저’가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분의 사랑을 받았다. 그로 인해 생긴 수익 일부는 사회에 돌려드리고 나머지를 다음 게임 만드는 데 쓰는 게 옳다고 생각해서다. 처음에는 마음 한쪽에 망설임이 있던 게 사실이다. 이렇게 큰돈을 어디 기부해본 적이 없어서, 통장에서 목돈이 빠져나갈 걸 생각하니 겁이 났다. 그런데 2016년 겨울, 기부금을 내러 ‘생명의 전화’에 갔다가 상담하시는 분들이 난방비를 아끼려고 두꺼운 옷을 입고 전화를 받고 계시는 걸 봤다.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을 충심으로 설득하시는 모습을 보는데 ‘내가 그동안 무슨 생각을 했던 건가’ 반성하게 됐다. 정말 감명 깊은 경험이었다. 이후 훨씬 편한 마음으로 기부금을 낼 수 있게 됐다. 올해도 비슷한 금액을 기부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수상한 메신저’ 수출 실적과 공익성 등을 인정받아 ‘2017 청년기업인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한 해 내내 이어진 각종 수상 기록의 결정판이었다. 만 27세에 출시한 게임으로 어린 시절 꿈을 이뤘을 뿐 아니라 돈과 명예까지 얻은 이 대표의 다음 목표는 뭘까. 이 질문에 그는 “창작자가 행복한 제작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답했다.


행복한 창작자가 만드는 행복한 게임

한국 게임업계는 창작자를 ‘갈아 넣는’ 업무 환경으로 유명하지 않나. 

“체리츠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때 그런 시기를 거쳤다. 그러나 창작자가 불행한 환경에서는 사용자를 행복하게 만드는 게임을 결코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업무 시간 안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일하고 6시 반에는 ‘칼퇴근’하는 분위기다. 관리자들이 일부 남아 있기는 하지만(웃음), 일반 직원은 웬만하면 야근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언젠가는 직원 주거를 회사가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직원들이 의식주에 대한 고민 없이 일해야 정말 좋은 창작자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회사를 좀 더 키울 생각은 없나. 

“‘수상한 메신저’가 사랑을 받은 뒤부터 ‘상장은 언제 할 거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대규모 투자를 받고 마케팅에 신경 써 회사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조언도 들었다. 많은 분이 마치 체리츠가 어떤 계단 앞에 서 있는 것처럼 ‘작년에 이만큼 했으니 올해는 130% 해야지’ ‘여기서 한 단계 발전하려면 이렇게 달라져야 해’라고 독려한다. 그런데 그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다. 내 꿈은 돈을 많이 버는 게 아니라 특별한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여성 게임’이라고 하면 모두가 떠올릴 만한 좋은 게임을 만들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 외부 투자를 받고 회사 몸집을 키우면 그 꿈을 이루기가 오히려 어려워진다.” 

이 대표는 이 이야기를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내 생각이 다소 답답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라며 가볍게 웃었다. “각각의 창업자는 다 그 나름의 꿈을 갖고 있다. 모두 한 방향으로 달려가야 하는 게 아니다. 그 개성을 받아들이고 존중해야 사람들이 자기 일을 시작할 용기를 내고, 창업한 후에도 목표를 이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그가 만들어 직원들에게 나눠준 ‘유한회사 체리츠 회사생활 가이드’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오늘 당신에게 왔습니다. 당신의 창작물이 누군가의 삶을 더 풍족하고 행복하게 할 수 있도록, 우리는 공감할 것입니다.’ 

‘당신은 하루 8시간 동안 위대한 행복 전달자입니다!’ 

‘우리는 부품이 아니라 누군가를 행복하게 할 창의적인 종합 인재입니다.’ 

이 문장은 게임 개발자로서 이 대표가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요즘 12월 출시할 또 다른 모바일 게임 ‘더썸’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이 게임에서는 ‘테오’라는 주인공이 이용자의 심리적 ‘안전기지’, 즉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떠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주는 사람 구실을 할 것이라고 귀띔한다. ‘더썸’이 또 한 번 한국을 넘어 세계인을 ‘힐링’하는 게임으로 탄생할지 지켜볼 일이다.


신동아 2018년 10월 호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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