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호

‘특별재판부’ 여야 연쇄격돌인터뷰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특별재판부는 독배, 그러나 마셔야”

  • 송국건

    song@yeongnam.com

    입력2018-11-2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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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승태 법원, 해서는 안 되는 짓 해”

    • “판사에게 손가락질하는 피고인 늘 것”

    • “누구도 스스로를 재판할 수 없어”

    • “김명수 대법원장 뜨뜻미지근해”

    • “조국 수석 SNS 활동 적절치 않아”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의혹 사건을 재판하기 위해 특별재판부를 두는 문제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고 격돌하고 있다. 야권은 법원 밖에 별개의 재판부를 두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 주장하는 반면, 여권은 서울지방법원 판사 상당수가 사법농단의혹 사건에 연관되어 있는 만큼 공정한 재판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반박한다. ‘신동아’는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을 만나 여야의 입장을 심도 있게 들어봤다. <편집자 주>

    검사 출신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인 2013년 3월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다. 2014년 4월 해임됐고, 그해 연말 발생한 ‘정윤회 리스트’ 사건 때 문건 유출 배후로 지목돼 기소됐으나,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016년 총선 때 문재인 대표의 영입 제의를 받아들여 경기 남양주시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조 의원은 20대 국회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에도 법사위에서 활동 중이다. 국회 사법개혁추진특별위원회(사개특위) 멤버이기도 했다. 11월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조 의원은 특별재판부와 사법농단 논란에 대해 거침없이 의견을 피력했다. 말을 에둘러 하지 않고 인터뷰 도중 간간이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우선순위 달라져”

    -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사법개혁 과제는 무엇인가요? 

    “제가 사개특위 활동을 할 때는 법원이 지금처럼 문제가 되지 않아서 후순위였죠. 첫째는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둘째는 검찰-경찰 간 수사권 조정, 셋째는 법원 개혁이었어요. 지금은 우선순위가 달라졌죠.” 

    - 올해 초 발표된 청와대의 권력기관 개편안에도 공수처 설치가 포함돼 있는데요. 검찰 출신으로서 필요성을 느끼나요? 


    “법원과 검찰 관련 비리사건 수사를 전담하는 법조비리수사처(법비처)를 먼저 만들면 어떨까 싶습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그 누구도 스스로를 재판할 수 없다. 자신의 판관이 될 수 없다’는 법어도 있어요.” 



    - 공수처가 아니고 법비처? 

    “우선 법비처라도 좋다는 거죠. 그건 국회에서 반대할 일도 없어요. 사실 공수처 수사 대상엔 정무직 고위공직자, 대통령비서실 외에 법원과 검찰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법조비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항상 솜방망이 처벌이었죠.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이 크니 제3의 기관을 설치해 법원과 검찰에 소속된 사람들에 대한 수사를 맡기면 공정성을 담보하고 법조에 대한 기본적인 불신이 제거되겠죠. 법조에 대한 신뢰가 올라가야 사법개혁이 되지 않겠습니까? 유전무죄, 유권무죄란 생각이 없어지지 않으면 개혁이 안 됩니다.” 

    - 법비처 다음으로 공수처로 넘어가자는 의미인데, 공수처가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하지 않을까요? 

    “사람의 문제죠. 공수처가 생기면 처장을 마치고 더 승진할 데가 없죠. 그러면 소신대로 할 수도 있을 겁니다.” 

    -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으니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을 거다? 


    “그렇죠. 달랑 그게 끝이니까. 저는 공수처장, 국정원장, 감사원장 같은 경우 대통령 임기보다 1년이라도 길게 하는 게 낫다고 봐요. 그래야 임명권자 눈치를 안 볼 수 있죠. 국회에서의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외엔 자르지 못하도록.”

    “재판불복운동”

    - 법원 개혁 문제로 넘어가보죠.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에 소위 ‘재판 거래’가 광범위하게 일어났다고 생각하나요? 

    “(한숨을 쉬며) 일단 언론을 통해서 나오는 문건 내용을 보면, 참 법원이란 집단이, 그중에서도 행정처 출신의 잘나가던 사람들이 개인의 이익과 법원 조직의 이익을 위해 정말 해선 안 될 짓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많이 실망하고 많이 놀랐습니다.” 

    - 그렇다면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가 불가피하다고 보겠군요. 

    “전 그건 독배라고 생각해요.” 

    - 누가 마시는 독배가 되나요? 

    “결국 국민이 마시는 독배가 될 텐데. 법원이 망가지는 건 법치가 흔들리는 거고, 이는 곧 민주주의의 근간이 무너지는 거 아닌가요. (한숨)” 

    -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하는군요. 

    “처음엔 저도 법사위에서 ‘법원이 압수수색당하면 안 된다’ ‘어떻게 자기들이 내준 영장으로 자기들이 당하나. 그러면 우리 사법 시스템, 헌법 질서가 훼손된다’고 얘기했죠. 물론 초기 단계의 생각이었어요. 차츰 그냥 덮을 수 없게 됐죠. 제가 법사위에서 계속 ‘귀책 사유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한다’ ‘스스로 자복(自服)하는 게 필요하다’ ‘압수수색에 준하는 임의자료 제출이 필요하다’고 했죠, 그런데 ‘알았다’ ‘알았다’ 하더니 이런 식으로 갔어요. 법원이 그렇게까지 압수수색영장 기각하고 수사 방해 수준까지 가기 전엔 저도 ‘특별재판부는 해선 안 된다’고 했어요. 왜? 헌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죠. 지금은 최순실 국정농단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에요, 국기가 흔들리니까.” 

    - 지금 단계에선 특별재판부 도입이란 ‘독배’라도 마셔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필요하다면 독배라도 마셔야 되지 않겠느냐는 거죠. (사법농단에) 관여된 사람이 재판을 하는 걸로 비치면 그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그 재판에 대해 국민이 수긍하고 납득하지 않겠죠. 승복도 하지 않을 거고요. 전국 각지에서 판사가 선고할 때마다 판사에게 손가질을 하는 피고인이 늘어날 겁니다. 재판불복운동이라도 벌어지면 어떡합니까? 이젠 그런 부분까지 신경이 가요.” 

    - 법원이 특별재판부를 자초했다는 거군요. 

    “위헌 소지가 있는 것이지 위헌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죠. 그런 취지로 독배를 마셔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얘기한 겁니다. 그러지 않으면 죽기 전에 모르핀이라도 놔야 한다는 심정이죠.”

    “이대로 가자. 우리가 잘 재판할게”

    조응천 의원은 최근 법원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유연성이 발휘됐다고 말했다. [지호영 기자]

    조응천 의원은 최근 법원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유연성이 발휘됐다고 말했다. [지호영 기자]

    - 법원은 적극 대처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보나요? 

    “얼마 전 서울중앙지법이 형사재판부를 13개에서 16개로 3개를 늘렸죠. 사법농단 의혹에 관련된 판사들을 빼고도 임의배당이 가능할 정도로 재판부 숫자가 충분히 나온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현실적으로 봅시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구속 만기일이 11월 15일이라, 검찰이 그 전날인 14일 구속 기소를 했어요. 이제 바로 이 사건이 재판부에 배당됩니다. 특별재판부가 새로 만들어지더라도 그리로 사건을 넘길 수 있을까요? 또한 당사자인 임 전 차장이 특별재판부에서 재판을 받는 것에 대해 위헌법률제청을 하면 이 문제가 헌법재판소로 넘어갑니다. 그 기간 동안 재판을 진행할 수 없죠. 특별법은 3개월 내에 1심 판결을 하도록 했는데, 그 기한에 맞출 수 없어요.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형사재판부 3개 증설은 법원이 ‘그냥 이대로 가자. 우리가 잘 재판할게’라는 제스처를 쓰는 것으로 비쳐요.” 

    - 법원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잘 풀릴 수도 있다는 말로도 들립니다. 

    “특별재판부 설치는 아주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는 겁니다. 특정 사건을 특정 판관이 재판하는 건 공정하지 않아요. 재판은 원래 누가 나를 심판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받는 거죠. 법원이 다른 길을 찾아야죠. 지금까지 한 번도 하지 않던, 인사 철도 아닌데 민사재판부를 형사재판부로 옮긴 건 이례적으로 유연성을 발휘한 거죠.”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대법원장 사퇴까지 갈 사안은 아니다”면서 선을 그었다. 

    “솔직히 법원이 다른 행정조직과 달라서 수장이 ‘이쪽으로 가자’ 한다고 일사불란하게 대오를 이뤄서 가는 조직은 아니죠. 판사 한 명 한 명이 헌법기관으로서 양심과 법률에 따라 판단하도록 합니다. 다만 그건 재판에 관한 거죠. (김명수 대법원장이) 미증유의 사태를 맞아 재판이 아니라 사법행정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가령 압수수색영장 기각은 해당 영장전담판사의 전권이지만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에 ‘자료 달라는 대로 다 줘라’라고 세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이건 재판과 상관없는 일이죠. 그렇게 했다면 지금 같은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겁니다. 대법원장 사퇴에 대해선 ‘아직은 아니다’라고 생각해요. 대법원장이 ‘압수수색영장을 기각시켜라’ ‘자료를 임의제출하지 마라’라는 지시를 내렸다면 아웃이죠. 지금 단계에선 대법원장에 대한 불만은 있을 수 있지만, 사퇴까진 아닙니다.” 

    - 김명수 대법원장의 스타일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본인도 답답했겠죠. 법원 내부에선 ‘검찰이 영장 들고 오는데 왜 막아내지 못하느냐’고 할 겁니다. 밖에선 ‘자기가 법원 개혁을 하겠다고 해놓고 왜 못 하느냐’는 불만이 나올 겁니다. 양쪽에서 치이는 거죠. 법원장 때까지는 굉장히 개혁적이고 오픈된 분이었는데, 지금은 사법부 수장으로서 고려할 게 워낙 많다 보니 뜨뜻미지근해진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거죠.”

    ‘라인’과 ‘스태프’

    - 청와대 민정수석실 출신으로서, 조국 민정수석이 SNS를 통해 사법 이슈에 대한 입장을 거듭 밝히는 건 어떻게 평가합니까. 

    “그건 장관이 하는 게 맞지 수석은 적절치 않아요. 즉 ‘라인’은 할 수 있는데, ‘스태프’는 해선 안 되죠. 라인은 발광체, 스태프는 반사체 아닙니까? 반사체는 발광체의 빛을 받아서 반사를 해야지 스스로 발광을 하면 안 돼요. 스태프는 모시는 대통령에게 권한과 책임이 다 전가되니 스스로 뭔가를 해선 안 됩니다. 그런 활동은 자제해야 합니다.” 

    -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하지 않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민정수석은 권력기관과 정보기관을 관장합니다. 국회에 일단 나오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을 도리가 없어요. 그 상황에서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상세하게 이야기하면 관련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이 됩니다. 아마 민정수석이 국회에 나가서 있는 그대로를, 아는 그대로를 말하면 그다음 날 신문지면이 모자랄 걸요? 그래서 다 양해해왔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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