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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노웅래 국회 과방위원장

“방송법 개정 반드시 매듭 방송 국민에 돌려주겠다”

  • 최호열 기자 honeypapa@donga.com

노웅래 국회 과방위원장

  • ● “이통사 4개로 확대 고려,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 “모 방송 前정권 입사자 싸잡아 적폐로 모는 건 문제”
    ● “종편, ‘의무 편성’ 필요 없을 만큼 자생력 갖췄다”
    ● “지상파방송 중간광고 허용 필요”
    ● “‘가짜뉴스’ 정치공방 피할 중립기구 설치해야”
    ● “장하성 정책은 빨리 가려다 오히려 더 늦어진 형국”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올해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상임위원회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가 아닐까. 대표적인 ‘식물 상임위’이던 과방위가 구글코리아 사장을 불러놓고 여야가 한목소리로 글로벌IT 기업의 조세회피 문제를 지적하는 등 모처럼 국민 속을 시원하게 긁어줬다. 또한 알찬 법안도 많이 처리하고, 내년 예산안을 가장 빨리 합의하는 등 ‘일하는 국회’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

이러한 변화엔 노웅래 위원장 역할이 컸다. 3선인 노 위원장은 진보성향이지만 보수야당 의원들과도 격의 없이 소통하는, 여당에서 몇 안 되는 ‘열린’ 의원으로 손꼽힌다. MBC노조를 이끌었던 경험과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경험이 그를 유연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상임위 국정감사가 마무리된 직후인 11월 7일 과방위 위원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식물 상임위’에서 ‘정책상임위’로

- 국정감사를 마무리한 소감은.

“그동안 우리 상임위가 일 안 하는 대표적인 상임위로 인식됐는데, 이번 국정감사에서 ‘정책상임위로 변모했다’는 평가를 받아 뿌듯하다. 분쟁과 정쟁이 없지는 않았지만 과거에 비해 훨씬 효율적이었다. 특히 구글 등 글로벌IT 기업의 조세회피 문제, 날로 심각해지는 가짜뉴스, 해도 해도 너무 비싼 통신비와 단말기 가격, 라돈 등 생활방사선 안전 문제 등 민생 관련 분야에서 여야 위원 할 것 없이 밀도 높은 정책질의를 벌여 유의미한 성과를 끌어냈다. 무엇보다 대표적 규제개혁 법안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한 정보통신융합법 개정안 등 신산업 발전을 위한 주요 법안을 처리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

- 상임위가 과거와 달라진 비결을 꼽는다면.


“대화를 많이 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려고 노력했다. 과거 여당 의원들은 위원장실에, 야당 의원들은 소회의실에 따로 모이던 걸 내가 ‘서로 비밀작전을 짤 일도 없으니 다 같이 우리 방에 들어와 쉬자’고 제안해 지금은 여야 모두 내 방에서 어울리고 있다. 여야 의원들끼리 밥도 많이 먹었다. 한 식구(食口)가 돼야 경계심도 풀리고 기본적인 신뢰가 생긴다. 무엇보다 우리 상임위의 최대 갈등 요인이 방송법 개정이다. 내가 야당 의원들에게 방송법을 꼭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과거 전례를 보면 야당 때는 방송법 개정을 강하게 요구하다 집권여당이 되면 슬그머니 발을 뺀다. 그만큼 방송법이 집권여당에 유리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당인 노웅래 위원장은 방송법 개정을 위원장 최대 목표로 내걸었다.


특별다수제 vs 국민추천위원회

“어떻게든 20대 국회 임기 내에 방송법을 개정하는 게 위원장으로서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KBS와 MBC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 편향 논란에 휩싸여왔다. 지금 방송의 중립성을 저해하는 첫 번째 요소가 이사회 구조다. 현재 여야의 이사 추천 비율이 KBS는 7대 4, MBC는 6대 3 구조다. 여당 측 이사들만으로 이사회를 열 수 있는 독식 구조다. 여야에서 이사를 추천하도록 한 취지는 생각이 다른 의견을 존중해서 방송의 중립성 공정성 독립성을 유지하자는 거다. 이사회 비율을 KBS는 7대 6, MBC는 6대 5로 바꿔야 여당 측 이사들이 일방적으로 회의를 강행하지 못하고, 다른 입장도 반영될 수 있다. 이렇게 최소한의 공정성을 확보하자는 것엔 여야 모두 차이가 없다.”

- 그럼 쟁점이 뭔가.

“사장 선임 방법이다. 야당은 이사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는 특별다수제를 주장한다. 하지만 이 안은 야당 측 이사가 끝까지 반대하면 사장 임명이 불가능해 경영진에 장기간 공백이 생기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사장 선임에 정치권이 개입할 여지가 크다. 정치권은 아예 방송에서 손을 떼고 국민 품에 돌려줘야 한다. 그래서 나온 여당 안이 무작위로 국민 100명 이상을 선출해 ‘국민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여기서 사장을 선출하자는 것이다.”

- 국민추천위원회도 특정 세력이 대거 참여해 민의를 왜곡할 수 있는데.

“국민추천위원 구성을 성별 연령별 지역별로 골고루 표본을 정해 무작위로 추첨해 뽑으면 된다.”

- 그 밖에 방송법 개정에서 중요 쟁점이 있다면.

“방송편성규약에 편성위원회를 노사 동수로 구성하도록 돼 있다. 야당에서는 사측과 노조가 모두 진보세력이니까 한통속 아니냐는 의심을 가질 수 있다. 중립적인 시민단체나 시청자단체를 포함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 개정안을 만들 로드맵은.

“올 연말, 늦어도 내년 초 임시국회 전까지 반드시 매듭을 짓고 싶다. 11월 5일 열린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한다’고 합의한 만큼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필요하다면 별도의 소위나 TF팀을 구성해서 협의하고, 끝장토론을 해서라도 현실적 접점을 찾아 결론을 낼 생각이다. 야당이 주장하는 특별다수제 안도 협의 테이블에 올려놓으려 한다. 최선이 안 되면 차선으로 가는 것도 방법이다. 지금보다 진일보한 것이라면 받아들여야지, 한 번에 지고지순한 최선의 안을 만들기는 힘들다. 지금과 같은 독점 구조를 깨고 방송이 독립할 수 있도록 고치는 게 더 중요하다.”

“야당보다도 여당이 더 소극적으로 나올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노 위원장은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 입장에서, 국민에게 방송을 돌려주기 위해 힘쓸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또 다른 적폐 우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10월 22일 노웅래 위원장 주재로 올해 유일하게 화상회의로 진행하는 영상 국감을 진행했다.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10월 22일 노웅래 위원장 주재로 올해 유일하게 화상회의로 진행하는 영상 국감을 진행했다.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방송법 개정이 주요 쟁점인 것은 그동안 지상파방송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 편향 논란에 휩싸여왔기 때문이다. 야당은 지금도 방송이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공정성의 판단 기준은 가치의 문제여서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야당은 피해의식을 갖고 볼 수밖에 없다. 방송은 그런 지적조차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분명한 건 정권이 바뀐 후 언론자유지수가 상승했다는 점이다.”

- 모 지상파방송의 경우 적폐청산을 한다며 과거 정권 시절에 들어온 직원들에 대해 과도한 징계를 했다고 해서 문제가 됐다. 또 다른 적폐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왜곡 보도에 앞장섰거나 특정 정치인의 추천으로 입사하는 등 부당하게 취업한 경우는 문제를 삼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직원들까지 그 시절에 입사했다는 이유로 싸잡아 적폐로 모는 건 문제다. 과거 정권에 의해 노조원들이 스케이트장 관리나 경비업무에 배치되는 등 탄압을 받은 경우가 있지 않았나. 그 시절에 들어왔다는 이유로 징벌성 인사를 해서 한직에 배치하고 일을 안 주는 것도 마찬가지로 탄압으로 비칠 수 있다. 슬기롭게 풀었으면 좋겠다.”

- 교육방송, TBS의 정치 보도도 문제가 제기됐다.

“시사를 구분하는 기준이 모호하긴 한데, 교육방송의 ‘빡치미’ 프로그램은 출연자가 한쪽에 편중돼 있는 등 내가 봐도 편파적이더라. 방통위가 관심을 갖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종합편성채널의 케이블·위성·IPTV ‘의무 편성’ 제도를 폐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종편은 출범 이후 지난 6년 동안 시청률과 광고 매출이 꾸준히 늘었다. 어느 정도 안착했으니 ‘의무 편성’ 특혜를 지속해나갈지 검토해볼 필요성이 있다. 다만 섣부르게 결정할 사안은 아니어서 국회 차원에서 심도 있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은 종편을 고사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지상파방송도 의무 편성이 아니지만 케이블·위성·IP업체들이 다들 편성하고 있다. 종편도 그 정도 위상과 자생력을 갖췄다고 본다. 종편 등의 의무편성은 차별적 특혜다.”

- 지상파방송에 대한 중간광고 허용은 어떻게 생각하나.


“중간광고를 법으로 금지하는 나라는 없다. 게다가 지상파방송이 시청률 하락으로 광고 매출이 계속 떨어져 재정적 위협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수출하는 콘텐츠의 80%가 지상파방송이다.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중간광고 도입으로 최소한의 재원을 확보해줘야 한다. 물론 지난 10월 2일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보면 지상파방송의 중간광고 반대 여론이 60%를 넘는다. 이런 국민 정서를 감안해 중간광고 수입을 기술개발과 콘텐츠 질을 높이는 것에만 사용하고 직원들 월급 올리거나 운영비로 쓰는 것은 금지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가짜뉴스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 이낙연 총리가 ‘가짜뉴스’ 대응책 지시를 내린 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자칫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릴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보나. 

“허위조작 정보와 비방, 모욕, 선동을 방치하자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 가짜뉴스는 도를 넘어섰다. 특정한 목적을 갖고 조직적으로 대량 생산돼 우리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고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4%가 가짜뉴스가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정도라면 규제가 불가피하다.” 

- 문제는 가짜뉴스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에 달려 있다. 

“국정감사에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가짜뉴스를 ‘허위조작 정보’로 그 범위를 줄이고 “현행법을 통해 제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더하고,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지원할 생각이다.” 

- 가짜뉴스 사례를 보면 대부분 규제가 가능한 기성 언론사가 아닌 통제가 불가능한 유튜브 등 1인 미디어, 글로벌 미디어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그러니까 빨리 근절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표현의 자유가 침해받지 않아야 하는 건 기본이다.” 

- 구체적인 방안이 있다면. 

“가짜뉴스 판정 기관을 별도 사회기구로 만든 독일처럼 우리도 중립적인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또한 가짜뉴스의 범위를 사회를 혼란시키고 위해하는 구체적인 근거가 있는 것으로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논란이 생기지 않는다. 처벌은 엄하게 해야 한다. 독일은 가짜뉴스나 혐오뉴스가 게시될 경우 24시간 이내에 삭제하지 않으면 포털사이트 등 플랫폼 사업자에게 벌금 5000만 유로, 우리 돈 약 660억 원을 부과한다.” 

- 자유한국당은 가짜뉴스 대책 마련을 보수 세력 탄압이라고 주장한다. 

“그건 가짜뉴스 만드는 세력이 보수 세력이라는 걸 자인하는 셈 아닌가. 게다가 국회에 제출된 가짜뉴스 규제법안 11개 가운데 9개가 자유한국당이 낸 것이다. 앞뒤가 안 맞는 주장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 그동안 통신비 인하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해왔다.

“통신비가 가계에 과도한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그동안 3개 통신사가 20년 넘게 담합을 통해 독식해왔다. 과거 정부 묵인하에 고가요금제로 연간 수조 원씩 이익을 챙겨왔다. 그나마 지금은 알뜰폰, 저가요금제가 생겨 통신비는 어느 정도 내려갔다. 문제는 단말기다. 특정 단말기 제조업체들과 통신사들이 결탁해 다른 단말기가 진입할 수 없는 구조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도입해 소비자가 단말기를 자유롭게 선택,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현재 3개인 이동통신사를 4개로 늘려 경쟁체제를 만드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공공 와이파이를 확대해 통신 가격을 낮추는 것도 방법이다. 주파수경매로 생긴 기금을 통신복지에 사용해야 한다. 통신복지혜택이 저소득층과 노인에게만 돌아가지 정작 휴대전화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청년들에겐 혜택이 없다.”

- 앞으로 과방위 활동의 주안점이 있다면.


“4차산업의 주무상임위로서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개혁에 매진할 생각이다. 4차산업의 핵심이 데이터 활용이다. 일부 데이터는 인권 보호라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4차산업 발전을 위해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도록 하겠다. 안전과 생명에 관한 게 아니라면 없애는 게 맞다. 불필요한 규제는 불법 로비를 용인하는 범죄라는 지적에 유념해야 한다. 필요하면 사후에 규제하면 된다. 공무원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규제는 없앨 생각이다. 의료 데이터도 인권침해, 개인정보 유출이 안 된다는 전제 아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투자가 이뤄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난다.”

-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규제개혁을 추진할 때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이 반대하지 않았나.

“인권보호 측면에서 부작용이 생길까봐 반대한 건데,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인권보호라는 부작용 때문에 아무것도 안 하면 시대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위험성을 줄이면서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


‘탄력근무제 단위기간 확대 수용’ 잘한 일

- 11월 5일 대통령과 야당 대표들이 만났다. 여야 협치 모양새가 갖춰지는 듯 비친다.

“이제 한 번 만났을 뿐이다. 구체적인 합의문도 나온 게 없지 않나(웃음). 협상은 주고받는 것이다. 이번을 계기로 쟁점이 되는 법안들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모습으로 진전되길 기대한다.”

- 일각에선 정부에 대해 북한과는 적극적으로 소통하려 하면서 야당과는 불통이었다는 지적이 있다.

“남북 문제는 당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다. 야당도 지지까지는 아니어도 협조할 건 하는 게 필요하다. 남북 문제는 정부에 맡기고 그 책임도 지게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와 여당도 야당에 양보할 부분은 양보하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탄력근무제 단위기간 확대를 수용한 건, 차근차근 사회 변화를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잘한 것이다. 방향이 올바르다면 다소 속도가 늦어지더라도 가면 되는 것이다. 한 번에 다 해결하려 하면 감당이 안 돼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장하성 정책실장의 경우가 그렇다. 빨리 가려다 오히려 더 늦어진 형국이 된 것 아닌가.”


신동아 2018년 12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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