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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노화 연구 석학 박상철 전남대 석좌교수

“스스로 방 치우고, 밥 해 먹고 자꾸 움직여야 오래 산다”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노화 연구 석학 박상철 전남대 석좌교수

  • ● “지금 내 목표는 어머니 백세인 만들기”
    ● 남한테 의지하면 오래 못 산다
    ● ‘무엇’을 먹느냐보다 중요한 건 ‘언제’ 먹느냐
    ● 장수 부르는 마법 주문 ‘하자’ ‘주자’ ‘배우자’
    ● 2019년, 한 살 더 먹었으면 작년보다 더 잘하자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박상철(70) 전남대 석좌교수는 노화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노화학회장, 국제백세인연구단 의장 등을 지냈다. 노화연구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 올해의 과학자상 등도 받았다. 1980년 서울대 의대 강단에 선 뒤 30년 넘게 교편을 잡은 그는 2013년 삼성종합기술원(종기원) 웰에이징연구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6년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를 거쳐 2018년부터 전남대에서 일한다. 또래들은 이미 은퇴했을 시기지만 여전히 부르는 곳 많고, 할 일 많은 현역이다. 모든 사람이 한 살씩 더 먹으며 노후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시절, 그와 마주 앉았다.


아흔 어머니 차려주신 밥 먹는 일흔 아들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 최근 몇 년 새 수도권에서 대구로, 또 전남으로 직장을 옮겼다. 다이내믹한 행보다.

“의도한 건 아니다. 2013년 대학을 떠나 종기원에 갈 때 포부가 컸다.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노화연구에 관심이 많았다. 자금, 인력 아낌없이 지원할 테니 세계 최고 노화연구소를 만들어보라고 했다. 그런데 이듬해 이 회장이 갑자기 쓰러지면서 관련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아쉽지만 도리가 없었다. 이후 연구중심대학 DGIST에서 제안이 왔고, 노인한테 필요한 과학기술 개발에 주력하자는 생각으로 자리를 옮겼다.”

- 거기서 다시 전남대에 간 이유가 있나.

“2017년 8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생각해보니 죄스럽더라. 명색이 장수학자이고 오랫동안 ‘백세인’을 연구했는데 우리 아버지는 91세에 돌아가신 거다. 당시 88세이던 어머니도 조금만 몸이 안 좋아지면 ‘느그 애비가 부르는가 보다’ 하며 삶의 의욕을 잃으신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때 대오각성했다. ‘내가 연구한 걸 쏟아부어 어머니만큼은 백세인이 되시게 해야겠다’ 마음먹고, 어머니와 함께 살러 고향행을 택했다.”

박 교수는 전남대에 둥지를 튼 지금도 DGIST 석좌연구원으로 여러 연구에 참여한다고 했다. 각종 학회 참석 등으로 서울에 들를 일도 많아 광주 대구 서울을 삼각형으로 왔다 갔다 한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박 교수는 서울대 의대에서 생화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암, 대사(代謝), 노화 등을 꾸준히 연구해왔다. 2001년 의학, 심리학, 가족학, 영양학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한 연구팀과 함께 전국을 돌며 100세 이상 어르신을 만나 장수 비결을 확인하는 연구도 했다. 우리나라 백세인의 실태를 종합 분석한 이 연구는 국내외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자타공인 장수 분야 최고 전문가 박 교수가 어머니에게 적용할 ‘100세 비법’이 뭘지 궁금했다. 그는 “특별할 건 없는데…”라며 빙긋 웃더니 “어머니를 자꾸 움직이시게 하는 게 첫째”라고 답했다.

- 자꾸 움직이시게 한다?

“내가 1967년 대학 입학하며 집을 떠나 서울에 왔다. 2017년 말, 50년 만에 돌아간 거다. 그사이 어머니는 아흔, 나는 일흔이 됐다. 하지만 둘이 있을 때는 예전 모습 그대로 지낸다. 어머니가 깨워주시면 일어나고, 밥 차려주시면 먹는다. 내가 어머니 돌보는 건 하나도 없고, 어머니가 큰아들 ‘모시느라’ 바쁘시다(웃음). 그걸 내가 유도한 거다.”

- 어머니랑 둘이 사는 건가?

“그렇다. 아내 등 다른 가족은 원래 우리 집에 있고 나 혼자만 광주에 갔다. 어머니 아버지 두 분이 사시던 집에 들어간 거다. 여동생 두 명 집이 가까이 있어 자주 드나들며 이거저거 도와주긴 한다. 막내가 예순셋인데 ‘오빠가 광주 와서 힘들다’고 하소연하더라. 어머니가 ‘느그 오빠 매생이 좋아햐’ ‘느그 오빠 방어 좋아햐’ 하며 자꾸 나 먹일 반찬 장 봐오는 심부름을 시키신다는 거다. 내가 이른바 노노(老老)케어의 실제 사례다(웃음).”

- 어머니가 집안일하시는 게 장수에 도움이 되나?

“물론이다. 지난 수십 년간 세계 각국 수많은 백세인을 만났다. 그들의 공통점이 바로 ‘계속 움직인다’였다. 나이 들었다고 ‘에구구구 팔 다리 어깨 허리야’ 하면서 드러누우면 오래 못 산다.”


“빈둥대려면 왜 살아”

박 교수가 백세인 연구차 만난 102세 할아버지는 그에게 대뜸 팔굽혀펴기 시합을 제안했다고 한다. 박 교수가 20개 할 사이 30개 이상을 거뜬히 하는 체력을 자랑했다. 또 다른 100세 어르신은 밭일을 마치고 지게를 진 채 집에 들어왔다. 101세 할머니 한 분은 고관절 골절상을 당한 상태라 진찰을 해드리려고 잠시 누우시라고 하니 ‘죽을 때나 눕는 거지, 왜 누우라고 해’ 하며 호통을 쳤다. 이들을 만나며 박 교수는 “몸을 움직여야 오래 사는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백세인의 70~80대 자녀는 오히려 건강이 안 좋아 누워 있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더 오래 산 부모는 대개 아파도 가만히 있지 않으려 했다. 텃밭을 가꾸든 광주리를 짜든 쉬지 않고 움직였다. 문 밖 출입이 어려우면 방 청소라도 했다. 하나같이 ‘빈둥대려면 왜 살아?’라고 말했다. 내가 고향에 간 것도 아버지와 함께 사실 때는 젊은 시절과 다름없이 지내시던 어머니가 갑자기 삶의 의욕을 잃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시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 많이 움직이는 것 말고, 백세인의 또 다른 공통점이 있나?

“당당하고 배움에 대한 열정이 크다는 점이다. 내가 서울대에서 일반인 대상 강의를 했을 때다. 95세 할아버지가 수강 신청을 했다. 수업을 잘 따라오실 수 있을까 걱정하는 기색을 보였더니 ‘박 교수, 내가 수업 못 받을 이유가 있나’ 하시더라. 그 자신감과 활력에 깜짝 놀랐다. 실제로도 다른 어느 수강생 못지않게 전 과정을 마치셨다.

일본인 쇼지 사부로(昇地三郞·1906~2013) 박사도 기억에 남는다. 2007년 그분이 101세일 때 일본에서 만났는데 ‘한국인이니 한국어로 대화하자’며 막힘없이 우리말을 하더라. 65세 때 한국어를 배웠다고 들었다. 이후 95세에 중국어 공부를 시작해 100세 때 중국에서 중국어로 강연을 했다. 내게 ‘100세부터 러시아어를 배우고 있다’며 ‘러시아 여행을 갈 계획’이라고도 했다.

사부로 박사는 당시 직접 개발한 운동 프로그램 ‘사부로식 검도 체조’를 보여줬는데 한 발로 서서 돌고 양손을 등 뒤로 맞잡는 등 균형감과 유연성이 필요한 동작이 많았다. 젊은 학자들이 따라 하다 ‘아이고 허리야’ 하면서 포기할 만한 체조를 꾸준히 하며 체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 일부 특별한 사람에게 국한된 얘기 아닌가.

“나도 백세인을 만나러 다니기 전에는 나이 들면 병 들고 기력 떨어져 남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게 일반적인 모습인 줄 알았다. 현실은 다르다. 병들고 기력 떨어진 사람은 오래 못 산다. 달리 말하면 장수인은 대부분 건강하다. 누구한테 의지하는 법 없이 젊을 때 생활 패턴을 그대로 유지하며 산다. 외국에는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고 세계 여행을 다니는 백세인이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 백세인은 건강하고 똑똑한데도 가족, 동네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보통이다. 백세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사라져야 그분들이 위축되지 않고 더욱 당당하게 자기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노인 독립 운동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 열심히 움직이는 것, 꾸준히 배우는 것 말고 백세인의 특징이 또 있나.

“어울림이다. 나이에 관계없이 주위 사람들과 교류하는 게 공통된 특징이다. 사람이 오랫동안 건강히 살려 할 때 가장 중요한 게 관계다. 부부관계가 좋으면 최선이겠지만, 백세인 중 그런 분은 많지 않다. 자식과의 관계도 예전 같지 않은 게 보통이다. 2001년 백세인 연구 당시 혼자 사는 분이 전체의 12% 수준이었다. 2018년 다시 조사해보니 이 비율이 25%로 높아졌다. 그런데 이분들이 진짜 혼자 사느냐 하면 또 그건 아니다. 하나같이 친구 또는 이웃과 교류한다.”

박 교수는 강원도 양구에서 만난 한 할머니 얘기를 들려줬다. 방 윗목에 과자가 수북이 쌓여 있어 ‘저걸 드시는 거냐’고 물으니 ‘동네 사람들 오면 줄라고 놔뒀지’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런 마음가짐 덕인지 이 할머니 댁에는 사람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아이들도 무시로 들러 ‘할머니~’ 하며 재롱을 부렸다.

박 교수는 “예전에는 부모자식 사이에 일종의 ‘의무감’이 있었다. 2001년 백세인 49명을 대상으로 주부양자를 조사했을 때 전체의 67.3%(33명)를 큰며느리가 모셨다. 큰며느리가 사망하면 큰손주며느리가 책임을 이어받았다.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밝혔다.

전남대 노화과학연구소(소장 박광성 교수)는 2018년 8월부터 전남 구례 곡성 담양, 전북, 순창 지역 9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현황조사를 실시했다. 정확한 분석 결과는 2019년 2월 공개된다. 박 교수가 일부 소개한 내용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가족과 같이 사는 백세인은 전체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그중 절반은 딸이 모셨다. 양로시설 입소율은 2001년 당시 5% 수준에서 이번에 20%대로 크게 높아졌다. 10여 년 사이에 가족 문화가 완전히 바뀌어 노부모는 ‘형편 되는 자식이 모시는’ 세상이 된 것이다. 박 교수는 “이제 주변 사람과의 교류가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됐다. 나이 들었을 때 좋은 이웃이 있으면 잘 살고, 없으면 삶이 처참해진다”고 강조했다.

- 좀 전엔 ‘혼자서도 잘 살아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더불어 살아야 잘 산다’고 한다.

“그 두 가지가 같은 말이다. 혼자 잘 살 수 있는 사람이 좋은 관계도 맺을 수 있다. 계속 기대고 의지하는 사람 옆에 누가 있으려고 하겠나. 나이 들어도 내가 할 일은 스스로 ‘하고’, 내가 가진 것을 주위 사람한테 나눠 ‘주고’, 새로운 지식을 계속 ‘배워야’ 친구가 생긴다.”

그래서 박 교수는 장수 100세를 열어주는 마법 주문으로 ‘하자’ ‘주자’ ‘배우자’를 꼽았다. 그가 이 생각을 한 건 20여 년 전, 탑골공원 옆을 지나다 충격적인 모습을 본 이후라고 한다.

“1990년대 중반이었다. 탑골공원에 노인 수백 명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 벤치나 공원 바닥에 쪼그린 채였는데 가만 보니 운동을 안 해 생긴 관절염 탓에 혼자 서 있을 힘이 없어서인 듯했다. 그렇게 계시던 분들이 무료 점심 배식이 시작되자 급식차 앞에 수십m는 될 정도로 길게 늘어섰다. 대부분 할아버지이고 할머니는 몇 분 보이지 않았다. 그때 알았다. 할머니들은 스스로 밥을 해 먹을 줄 아니 노년기에도 스스로 삶을 꾸린다. 반면 할아버지들은 돈 있으면 사 먹고 없으면 공짜 밥을 받아먹는다. 삶이 초라해지고, 그러면 오래 못 산다. 노화연구자로서 이런 현실을 바꿔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박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백세인 남녀 비율이 1:4~1:7 수준인데 한국은 1:10이다. 한국 남성이 노년기에 특히 더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여성 또한 더 많이 움직여야 더 오래 살 수 있는 게 분명하다. 그래서 박 교수는 이때부터 노인들이 쉽게 배우고 즐겁게 따라 할 수 있는 우리춤체조를 제작, 보급하기 시작했다. 중년 이후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골드 쿡’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노인들이 새로운 지식을 계속 습득하며 현실에 발맞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제3기 인생대학’을 만든 것도 이때 이후다. ‘제3기’는 제1기(교육기)인 10~20대와, 제2기(직장생활기)인 30~50대를 지나 맞게 되는 삶의 새로운 시기를 뜻한다.

박 교수는 “요리를 배운 남성들이 하나같이 ‘생각보다 쉽다’고 하더라. 그렇다. 막상 하면 어려울 게 하나도 없는데 안 해서 못하는 거다. 나는 사람들에게 ‘까짓거 해불자’고 말한다. 나도 나이 들어 요리를 배웠다. 지금 어머니께 맡기는 건 못해서가 아니라 어머니가 좀 더 움직이시도록 돕기 위해서다(웃음).”

- 하자, 주자, 배우자 외에 장수에 실질적 도움이 될 다른 비법은 없나. 예를 들어 좋은 걸 먹는다든지 말이다.

“무엇을 먹느냐는 의외로 큰 영향이 없다. 나는 건강기능식품을 믿지 않는다. 여러 영양소를 골고루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조리 방법 또한 마찬가지다.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언제, 얼마만큼’ 먹느냐다. 백세인의 공통점은 때를 지켜서, 제 양에 맞게 먹는다는 점이다. 소식이 아니다. 제 양만큼 절제해서 먹는다. 2001년 조사 대상의 92.1%가 3끼를, 7.9%는 2끼를 정해진 시간에 챙겨 드셨다. 음주, 흡연을 해도 자기 기준을 넘기지 않았다. 조사 대상의 25.4%가 술을 드셨는데, 절반 이상(54.6%)이 1회 1잔 이하 수준이었다. 카페인 음료는 대부분 안 드셨으나, 한 분은 커피를 하루 3잔 이상 규칙적으로 마시고 계셨다. 좋은 거 챙겨 먹으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생활 패턴을 꾸준히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다.”


포기하지 말자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나이 들었다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영어 에이징(aging)은 나이듦과 노화, 둘 다로 해석할 수 있다. 나이가 드는 건 보통 성장, 더 잘함을 의미한다. 노화는 퇴보, 더 못함을 뜻한다. ‘왜 그런가’ 하는 게 박 교수의 의문이다. 그는 “나는 ‘한 살 더 먹으면 더 잘해야지’ 마음먹는다. 최근 3년간 발표한 논문이 20편쯤 된다. 주위에서 많이 도와주고, 나도 열심히 공부한 덕이다. 노화로 기능이 일부 떨어질 수는 있다. 그러면 더 열심히 하면 된다. 나이가 들면 삶이 좀 단순해지지 않나. 시간이 젊을 때보다 많다. 젊을 때 한 번만 읽어도 이해되던 책 내용을 잘 모르겠으면 열 번 읽으면 된다. 그렇게 포기하지 않으면 사는 내내 젊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의학기술 발달로 사람 수명의 한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스텐트, 임플란트 등도 노인 삶의 질을 크게 바꿔놓았다. 박 교수는 “적절한 의료적 도움을 받으면 여든이 돼도 젊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정도로 신체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중요한 건 ‘늙어서 못 해’ 하는 마음가짐을 버리는 것”이라며 “장수는 목표가 아니라 결과가 돼야 한다. 지금 삶을 소중히 여기고 좋은 습관을 유지하며 ‘하고’ ‘주고’ ‘배우는’ 것을 생활화하면 백세인의 삶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신동아 2019년 1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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