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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유목민’ 김수영

“헬조선? 꿈을 찾아 판을 깨라”

  • 구해우 |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꿈꾸는 유목민’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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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낙원을 꾸려라”

▼ 시선을 밖으로 돌려라….
“헬조선 같은 조어가 유행하잖아요. 청년들을 보면 안타까운 게, 밖으로 나가면 기회가 정말로 많아요. 외국에 나가서 뭘 한다는 게 언뜻 힘들어 보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힘든 거나 외국에서 힘든 거나 힘들기는 똑같은 반면 기회는 바깥 세상에 더 많아요. 한국은 성숙 단계의 나라인데, 성장 단계의 국가에 가면 할 일이 무척 많습니다. 은행에 돈을 맡겨도 성장 단계인 나라가 더 이득이고요. 라오스나 베트남에 가면 예금 금리가 10%를 훌쩍 넘습니다.
요즘 아프리카가 중국인 판으로 바뀌고 있어요. 중국인의 해외 진출이 정말 장난 아니에요. 다들 아프리카로 가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또 다른 세상에 기회가 널려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상황이 맘에 들지 않을 때 선택지는 세 갈래일 겁니다. 첫째는, 떠난다. 둘째는, 바꾼다. 셋째는, 불평하면서 그냥 산다. 세 번째가 제일 안타까운 경우라고 생각해요. 능력 범위에서 상황을 바꾸든지, 그게 아니면 새로운 곳을 찾아가 나만의 낙원을 꾸려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는 이 대목에서 미국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구 피라미드를 인용했다. 매슬로는 인간의 동기가 작용하는 양상을 설명하고자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애정과 소속의 욕구 △존중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를 구분했다. 매슬로에 따르면 각 욕구는 우성 계층(hierarchy of prepotency) 순으로 배열됐으며, 욕구 피라미드의 하단부에 위치한 욕구가 충족돼야만 상단부의 욕구가 나타난다.
“헬조선에 태어났다면서 다 같이 불평, 불만만 하면 뭐가 달라질까요. 80개국을 쏘다니면서 매슬로의 욕구 피라미드를 생각할 때가 많았습니다. 한국은 자아실현을 못해서 난리인 거거든요. 자아실현 탓에 아파하는 단계라는 점은 사실 축복받은 상황인 거예요. 아프리카 사람들은 생존 자체를 두고 고민합니다. 팔레스타인 난민촌에 가보면 안전이 가장 시급한 욕구고요. 언제 폭탄이 터질지 모르는 환경에서도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려고 노력해요. 청년들이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 유목민을 보면 파란 하늘 아래 푸른 초원에서 생활하는 덕분에 멀리 보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목표를 정확하게 맞히는 집중력도 대단하고요. 유목민 DNA 덕분인지 남녀 양궁이 세계 최강이고, 여자 골프도 세계를 제패합니다. 유목민의 장점 가운데 배우고 싶은 것으로는 어떤 게 있나요.
“유연함이요. 초원 생활 경험은 단편적인 것일 뿐이어서 현대의 유목민에 대해 말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할게요. 현대의 유목민은 한계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금리가 너무 낮다는 불만이 있으면 라오스에 가서 저축하면 돼요. 홍콩이나 동남아에 가면 저렴한 베이비시터를 구해 육아의 시름을 덜 수도 있지요. 돈은 어떻게 버느냐고요? 꿈을 이루려면 어떻게든 부딪쳐 일을 구해야죠. 내게 주어진 한계에서 미래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을 살려면 어느 곳이 유리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먼저 궁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탱고를 배우면서 두 달을 지냈습니다. 탱고를 배우러 아르헨티나에 온 현대적 유목민이 적지 않아요. 미국에서 IT 회사를 다니던 사람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IT 기업을 창업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탱고를 춥니다. ‘디지털 노마드’라고 하잖아요. 미래에는 노동의 형태도 바뀔 겁니다. ‘내가 살 곳’과 ‘내 삶’을 ‘내가 선택하는’ 디지털 노마드가 늘어날 거예요.”


‘꿈꾸는 유목민’ 김수영

김수영 씨는 80개국을 여행했다. 2014년 볼리비아(왼쪽), 2012년 태국.

‘디지털 노마드’의 삶

김수영은 직접 겪은 일을 토대로 디지털 노마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벨리댄스에 빠져 지낸 적이 있어요. 중동과 북아프리카 문화에 관심이 생기더군요. 이태원에 아라비안 라운지를 여는 것을 구상해봤어요. 모로코 스타일로 인테리어를 해 물담배를 피우면서 벨리댄스 공연을 보는 공간을 생각했는데요. 사업계획서도 다 썼는데, 큰돈을 대출받아 매달 고정비가 나가는 사업을 하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겠구나 싶었습니다. 성공하기도 어려울 테고, 혹여 성공하더라도 한군데에 묶여 있으면 지루해질 것 같아 구상을 접었습니다. 한군데 뿌리를 내리고 사는 게 맞는 사람이 있지만 바람처럼 떠돌아다니는 게 맞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영국에서 세컨드 잡으로 번역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재미는 정말로 없는데, 돈은 꽤 됐어요. 영국 회사의 급여는 많았지만 월세가 200만 원가량 되고 세금 등 떼가는 것도 많았어요. 서른 살까지 부모님 집을 사드리겠다는 명확한 꿈이 있었는데, 계산서가 나오지 않는 겁니다. 번역 일을 하긴 해야 하는데, 그 일이 너무나 하기 싫은 거예요.
번역을 내가 직접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번역 회사를 아예 차려버렸어요. 네트워크를 통해 일을 나눠주고 저는 회사 운영만 하는 것으로요. 파이가 더 커지면서 여행 다니면서도 e메일만 체크하면 되는 형태가 됐습니다. 여행을 다니게 된 것도 이 같은 발상의 전환 덕분이고요.



소녀 가장

‘꿈꾸는 유목민’ 김수영

박해윤 기자

그간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일을 했는데, 일을 도와줄 사람들을 다 온라인에서 구했습니다. 온갖 언어의 번역자도 온라인에서 찾을 수 있어요. 이게 5년 전 얘기예요. 지금은 디지털 노마드로 살기가 더욱 수월해졌습니다. 컴퓨터만 있으면 되거든요. 제가 하는 일 중 강연 외 다른 활동은 세계 어디서나 할 수 있죠. 필요한 것들을 직접 소유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왔습니다. 널려 있는 자원을 골라 쓰면 되는 디지털 노마드의 시대가 열린 것이죠.”
▼블로그에 꿈 목록을 정리해 올려놓은 것을 봤습니다. 목록이 83개인데, 68개를 달성했거나 진행 중이더군요. 어떤 꿈을 이뤘을 때 가장 기뻤습니까.   
“부모님 집 사드린 게 상징적 의미가 컸습니다. 사람들이 그런 열정이 어디서 나오느냐고 묻고는 하는데, 나중에 깨달은 바에 따르면 ‘분노 에너지’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부모님에 대한 분노 에너지를 말하는 겁니다. 무의식 속에서 부모님을 원망하는 마음이 컸던 거 같아요.
아버지가 즐겨 하신 말씀이,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형편을 볼 때 너는 여수 공단에 취직해 남자 잘 사귀어 결혼하는 게 팔자로는 최고라고 하셨거든요. 한계를 그렇게 정하고 사신 분들입니다. 집을 사드리고 난 후 아버지가 바뀌셨어요. 꿈이라는 게 이뤄질 수도 있는 거구나 하신 거죠. 아버지가 지금은 저의 팬입니다.”
그가 덧붙여 말했다.
“세계 각국을 돌며 108개의 사랑에 대해 인터뷰한 것을 다큐멘터리로 만들 건데요. 아프리카에서 원시적이고 가부장적이면서 폭력적인 이야기를 주로 접하면서 사랑에 대해 무척 회의를 품었습니다. 그런데 우간다에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접했어요. 아내가 에이즈에 걸렸는데, 그것을 품어주는 남편과 그런 남편에게 헌신하는 아내를 봤습니다.
빈민가에 살면서 자식을 넷 둔 사람이 있었어요. 장사하고 싶은데 종자돈이 없다고 하소연하더군요. 얼마나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너무 큰돈이라 말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계속 물으니까 대답했는데 한국 돈 40만 원가량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40만 원을 드렸어요. 옷 장사를 시작했는데 그게 잘됐어요. 잊을 법도 한데 지금도 연락이 옵니다. 내 꿈을 이뤘을 때만큼이나 남의 꿈을 이뤄주는 경험을 한 것도 좋았습니다.”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보낸 것으로 압니다. 시쳇말로 흙수저 중에서도 흙수저 출신인데요. 이른바 ‘아픈 청춘’을 위해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까. 

“불평, 불만할 틈조차 없었던 것 같아요. 순간순간 서럽고 부모님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무력하게 있을 순간이 없었습니다. 제 앞가림만 해서 되는 상황이었다면 장말로 감사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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