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호

He & She

고희영 감독

제주 해녀 다큐멘터리 영화 ‘물숨’

  • 글·이혜민 기자 | behappy@donga.com, 사진·박해윤 기자 | land6@donga.com

    입력2016-04-12 18:2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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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희영(50) 감독은 제주에서 태어나 ‘평생 저 수평선을 못 건너겠구나’ 하는 갑갑한 마음을 안고 자랐다. 제주MBC에서 스크립터 아르바이트를 하던 제주대생 고희영은 PD들의 도움으로 섬을 ‘탈출’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뉴스추적’ 작가, KBS ‘수요기획’ ‘KBS 스페셜‘ 등의 PD를 맡았다. 중국 톈안먼광장의 자전거 인파를 보고 ‘생의 한가운데’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는 그는 2004년 중국에 정착, 영화사 ‘숨비’를 만들고 다큐멘터리 제작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시련이 찾아왔다.

    “철의 여인처럼 살았는데 갑자기 암에 걸렸어요. 죽을 수도 있다는 현실이 너무 창피했습니다. 당장 죽더라도,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다 죽고 싶었어요.”

    2008년 제주 우도로 향했다. 주민의 4분의 1쯤이 해녀인 섬. 그는 당시 초등학생이던 두 아이를 중국에 남겨두고, 틈나는 대로 아르바이트해 돈이 생기면 우도를 찾았다. 그렇게 6년 넘게 해녀들을 만나며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고 감독은 지난 2월 ‘해녀삼춘과 아마짱’으로 한국독립PD상 시사·다큐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3월엔 역시 제주 해녀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물숨’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본선 부문에 진출했다. 유럽 배급사 퍼스트핸드필름과 계약도 했다.

    “해녀들은 욕심내지 않고 자신의 숨(숨의 길이)만큼 건져 올리며 삽니다. 내 숨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살면 인생이 놀이터인데, 욕심을 부려 숨을 넘어서서 물숨을 먹는 순간 바다는 무덤이 돼요. 너무 큰 욕심은 되레 무덤이 될 수 있다, 이것에 제가 나이 쉰에 깨친 저 바다의 가르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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