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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西東도 하는데 南北이 왜 못하겠어요”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 ‘한반도 오케스트라’의 꿈

  • 구해우 |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西東도 하는데 南北이 왜 못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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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모니

평양이 저지른 비무장지대 지뢰 폭발(2015년 8월 4일) 도발로 인해 남북 긴장이 고조되면서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은 통일대교를 건너지 못했다. 스위스인 플루티스트 필리프 윤트, 프랑스인 지휘자 앙투안 마르기에 등은 트럭 짐칸에 올라타고 비포장도로를 달려 휴전선 인근 석장리미술관(경기 연천군 백학면)에서 남쪽만의 음악회를 열었다.

▼ 현재도 북한 당국과 협의가 이뤄집니까.

“지난해 광복절 이후엔 접촉하지 못했습니다. 남북관계가 굉장히 나쁘잖아요. 공연이 성사되려면 한국 정부와 북한 당국의 승인이 필수예요. 통일부와 북한 채널을 각각 유지하면서 때를 기다립니다.”  

▼ 북한 당국은 어느 쪽 채널로 접촉합니까.

“2011년부터 유엔 북한대표부를 통해 진행했습니다. 지난해엔 베를린 북한 대사관을 활용했고요.”



▼ 수익도 안 나는 일을 오랫동안 지속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요. 이렇듯 열정적으로 연합 공연을 추진해온 동기가….

“유대인 출신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청년을 모아 ‘서동시집(西東詩集, West-Eastern Divan)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연주하는 것을 보면서 음악가로서 엄청난 감동을 받았습니다. 서동(西東)에서 하는데 남북(南北)에서 못할 이유가 없지요. 이념이 어떻든, 피부색이 어떻든 연주자들만 모이면 오케스트라는 하모니를 만들어냅니다. 어떻게 가능하냐고요? 앞서 말했듯 각자가 서로의 음(音)을 듣는 덕분입니다.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조화로운 한반도를 꿈꿉니다. 음악을 통해 갈등, 불협화음으로부터 화합, 하모니를 만들어낼 수 있어요.”  

그는 “이산가족 가정에서 자랐다. 증조할머니 산소(山所)가 개성에 있다”고 덧붙였다.  

▼ 어린 나이에 줄리아드 음대에 입학해 공부하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때 경제적 문제 등으로 학업을 중단한 것으로 압니다. 당시의 고민, 그리고 사회에 참여하는 음악인으로 진로를 수정한 과정을 듣고 싶습니다.   

“당시 환율이 엄청나게 상승해 많은 유학생이 한국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바이올린을 전공하면서 제 바람은 단순했어요. 뉴욕 필하모닉 같은 세계적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세계적으로 이름난 콩쿠르에서 1등 하는 것에 목표를 뒀죠. 경제위기 탓에 학교 다니기가 힘들어지자 음악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생각이 꿈틀거렸습니다. 왜 음악이 필요한 것일까, 전쟁이 나면 음악은 무엇에 쓸까 하고 생각했죠. 사람을 살리는 의사라든지,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는 공학자 같은 이들이 인류의 삶에 기여하는 것이지 음악가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보리수 숲 속의 조화

2008년 일본의 퍼시픽 뮤직 페스티벌에 갔다가 뉴욕 필하모닉 지휘자 및 음악감독을 지낸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이 남긴 글을 읽는다.  

“번스타인은 지휘자, 피아니스트, 작곡가로서 여생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했어요. 그가 내린 결론은 ‘청년 연주자에게 기회를 주는 일을 하자’는 거였어요. 퍼시픽 뮤직 페스티벌을 만든 것도 같은 이유에서고요. 아, 이런 게 필요하구나, 싶었습니다. 음악을 다른 시각에서 보게 된 계기입니다. 음악과 사회를 연결해야겠다, 청년 연주자와 사회를 잇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 2009년 ‘린덴바움 페스티벌 앙상블’을 세웠습니다.  

“퍼시픽 뮤직 페스티벌을 모티프로 삼았습니다. 나무, 숲과 관련한 이름을 짓고 싶었는데요. ‘린덴바움’이 우리말로 보리수거든요.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지 않습니까. 숲 안에서 동식물이 생태계를 이뤄 조화롭게 살고요. 청년 음악도라는 나무가 숲을 이뤄 사회에 생태적 도움을 주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2009년부터 오케스트라 페스티벌을 시작했습니다. 세계적 지휘자 샤를 뒤투아를 초빙했고요. 2010년 두 번째 페스티벌 때 뒤투아가 ‘남북 오케스트라’ 창립을 공식 제안합니다. 이듬해 유엔 북한대표부를 통해 북한 문화성과 접촉했고요.”

뒤투아를 비롯해 명문 오케스트라 악장수석 13명이 린덴바움 페스티벌 앙상블에 참여했다. 청년 음악도로 구성된 ‘린덴바움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도 창단했다. 지금껏 연주자 189명이 린덴바움에 발을 담갔다. 일부 단원은 린덴바움을 거쳐 홍콩 신포니에타, 베르비에 페스티벌, 서울시향, 코리안심포니 등 전문 교향악단 단원으로 옮겨 갔다.

2010년 유럽연합(EU) 등과 제휴해 유럽과 아시아의 청소년을 한국으로 초청해서 ‘유로 아시아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을 열었다. 2012년엔 주한 스위스 대사관과 함께 각국 주한 대사를 초청해 ‘린덴바움 스페셜 콘서트’를 개최했다. 음악을 통해 국제사회에 한국을 알리는 게 목적이었다.  

2013년 2월 영국 옥스퍼드 유니온 초청으로 한반도 평화에 관한 연주와 연설을 했으며, 같은 해 10월에는 중립국감독위원회 초청으로 역사상 처음으로 판문점에서 음악회를 열었다. 2015년 3월에는 오스트리아 국회의사당에서 연주와 남북 문화 교류에 관한 연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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