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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진정한 치유는 인성으로 하는 것”

대장암 명의(名醫) 김남규 연세대 의대 교수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진정한 치유는 인성으로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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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관 복무 후 1989년부터 전임의(펠로) 과정 2년 동안 타의에 의해 강남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 간과 담도, 췌장을 전문으로 하는 간담췌외과에서 일했어요. 이후 2년은 경기 광주시에 있던 분원까지 가서 전임강사로 있게 됐죠. 그땐 외과의인데도 수술 환자가 거의 없어 외래진료만 봐야 했습니다.

그런데 1993년, 전공의 시절부터 나를 눈여겨보신 주임교수님께서 나를 신촌 병원으로 끌어올려 1년간 도제식으로 술기(術技)를 가르치며 훈련시킨 뒤 ‘김군, 대장항문외과 해라. 앞으로 관련 질환이 엄청 늘어날 거다’ 그러셨어요. 대장암 수술이라곤 일주일에 두세 건밖에 없을 때였죠. 지금 우리나라 대장암 발병률이 세계 1위이니 교수님의 선견지명이 맞아떨어진 거죠.”

지도교수 말씀을 하늘같이 여길 때였다. 일방적 지시라도 어쩔 수 없었다. 자의는 아니었지만, 대장항문외과 선택은 김 교수의 운명을 바꿨다.

김 교수의 정교한 수술 능력은 외과의 사이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암조직은 확실히 없애되 주변 장기는 거의 건드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통상 직장암이 생기면 직장간막(직장을 둘러싼 조직)에까지 암이 퍼지기 쉬운데, 그가 맡은 직장암 2·3기 환자 1000여 명의 직장간막 절제수술 후 암 재발 비율은 6%에 그친다. 그가 수술한 환자의 평균 5년 생존율은 결장암의 경우 88.4%, 직장암은 84.5%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이다.





면허 받은 ‘칼잡이’

▼ 암수술을 주로 하는 외과의로서 어떨 때 보람을 느낍니까.

“어떻게 하면 나의 해부학적 지식과 경험을 한껏 적용해 암덩어리를 완벽히 제거하고 장기를 보존할까 하는 목표를 위해 환자 몸에 직접 손을 대서, 이른바 상해를 가함으로써 뭔가를 이뤄내는 거예요. 외과의 가장 큰 묘미죠. 내과는 그러지 못하잖아요. 아무나 인체를 들여다보진 못하죠. 면허 받은 ‘칼잡이’랄까.”

▼ 생명과 건강을 지키고 연장하기 위한?

“그러기 위해 칼을 옳게 쓰는 거죠. 병이 치료되고 환자가 회복돼 가정과 직장, 사회로 복귀할 때 ‘외과의사 되길 참 잘했다’ 생각해요.”

▼ 고충도 적잖을 텐데요.

“수술 결과가 나쁠 때 오는 피드백. 예컨대 합병증이 생겼을 때요. 내 잘못도 있겠지만 환자와 보호자의 문제로 인해 생긴 것도 분명히 있는데, 해결하기까지 오래 걸릴 땐 답답하죠. 경제적 손실 보상을 요구할 땐 절충안을 찾아야 하고. 환자가 돌아가셨을 땐 피의자 신세로 조사받거나 분쟁에 휘말리기도 했고, 법정까지 간 적도 있어요. 그럴 땐 힘들죠.

그런데 의사는 질병 치료에서 이후의 일을 두려워해선 안 돼요, 진료행위가 움츠러들거든. 옳다고 믿으면 그냥 가야 돼요. 그다음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걸 최소화하는 현명한 지혜, 그걸 수용하고 대응하며 해결할 수 있는 담대함이 있어야 해요.”

▼ 외과의에게 필요한 자질인가요.

“그렇죠. 그런 자질을 회피하면 반쪽짜리 외과의밖에 못 되지.”

▼ 30년 넘게 수술을 해오면서 회의를 느낀 적도 있을 텐데요.

“분명 느꼈겠죠. 그렇지만 잊어버렸어요.”

▼ 어떻게?

“기억력이 나쁘거나, 아니면 새로운 더 강한 그 무엇이 내게 왔거나. 수술이 많아서 회의가 드는 게 아녜요. 결과가 나빠서죠. 그래서 난 후배나 제자들한테 그래요. 네가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도 뜻하지 않게 여러 가지 힘든 일에 처해 회의가 들 수 있을 거다. 그러나 정도(正道)를 걷는다면 큰 문제가 안 될 거다. 난 그렇게 믿습니다.”



“교수님 진료실은 조용해요”

“진정한 치유는 인성으로 하는 것”

▲대장암 수술을 집도하는 김남규 교수. ▼닳아서 해지고 구멍 난 김 교수의 수술용 신발. [박해운 기자]

그가 명의로 불리는 또 하나의 요인은 환자와 공감하는 자세다. 그의 보살핌을 받는 환자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물어보지 않은 것까지 상대방의 눈을 맞추며 일일이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외래진료 시간이 늦춰지는 경우가 잦아요. 내 신조(信條)가 ‘이 환자한테 30분 설명이 필요하면 그대로 한다’거든요. 뒤의 환자들한텐 좀 미안하지만. 환자들은 예약한 시각에 진료받지 못하면 곧잘 불평하죠. 호통도 치고. 그런데 우리 담당 간호사가 ‘교수님 진료실은 조용하다’는 거예요. 왜 진료시간이 늦어지는지 환자들이 알기 때문이죠. 이유 있는 기다림이랄까. ‘저 의사한테 가면 그래도 들어야 할 건 제대로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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