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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연구

4-4-2는 기마전술, 히딩크는 한니발 신화 꿈꾼다

‘로마인 이야기’를 통해 본 한국축구

  • 김화성 < 동아일보 체육부 차장 > mars@donga.com

4-4-2는 기마전술, 히딩크는 한니발 신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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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공을 밟고 가는 사람, ‘보허자’를 아는가. 그렇다. 전투란 늘 그런 것이다. 싸움은 근육이 하겠지만,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보이지 않는 그 무엇, 바람 같은 것이다. 바람은 그물에 걸리지 않는다. 느껴지지만 만져지지 않는다. 전투는 사병이 하지만, 승패는 지휘관의 전술이 결정한다. 전술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바람이며 보허자다.
세계 역사상 가장 뛰어난 전략 전술을 구사한 장군은 누구일까. 한니발은 주저없이 마케도니아 왕 알렉산드로스를 꼽는다. 한니발은 기원전 218년, 그가 29세 때 지금의 스페인에서 보병 5만, 기병 9000, 코끼리 37마리를 이끌고 피레네 산맥과 알프스 산맥을 넘어 로마를 벌벌 떨게 한 카르타고의 명장이다. 비록 그가 넉 달 동안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에 도착했을 때 남은 병력은 보병 2만에 기병 6000이었지만, 적의 허를 찌르는 기상천외한 작전들은 지금까지도 연구대상이다.

로마군을 무너뜨린 한니발의 기병

한니발은 왜 알렉산드로스를 첫손가락으로 꼽았을까? 그것은 한마디로 알렉산드로스가 그 동안의 전투방식을 전혀 다른 차원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의 전투는 보병은 보병끼리 기병은 기병끼리 싸우는 게 정석이었다. 자연히 전장도 양쪽이 진을 칠 수 있는 널찍한 평원이었다. 그러니 대부분 숫자가 많은 쪽이 승리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알렉산드로스는 기병의 기동력을 최대한 활용했다. 그는 적의 보병에 맞서 기병을 투입하거나 보병을 적의 기병과 싸우게 했다. 그리고 발빠른 기병을 이용해 적의 배후를 치거나 옆구리를 공격했다. 매복과 기습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가 스물두 살 때 3만6000의 병력으로 페르시아 왕 다리우스의 15만~20만 군대와 두 번 싸워 이긴 것도 다 이런 이유다. 물론 기병이 강하다고 반드시 전투에 이기는 것은 아니겠지만….

알렉산드로스는 보병과 기병을 ‘유기적’으로 활용했다. ‘유기적’이라는 말은 한마디로 ‘톱니바퀴’처럼 잘 돌아가게 한다는 뜻이다. 바로 여기에 알렉산드로스의 강점이 있다.

한니발도 마찬가지였다. 로마가 한니발에게 번번이 패한 것은 그의 예측불허한 작전 때문이었다. 보병과 기병의 톱니바퀴식 운용에 로마군은 번번이 나가떨어졌다. 로마의 주력은 언제나 중무장 보병인 데 비해 한니발은 기병을 중시했다. 한마디로 알렉산드로스나 한니발의 전술에서 키포인트는 기병, 즉 기동력에 있었다.

요즘 축구에서 4-4-2가 화제다. 4-4-2는 4-2-4의 변형이다. 4-2-4는 1958년 스웨덴월드컵에서 열일곱 살의 펠레를 앞세운 브라질이 들고 나와 우승한 포메이션이다. 수비가 4명, 공격이 4명이지만 가운데 허리 2명이 때로는 공격에 가담하고 위험할 때는 순식간에 수비에 가담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허리의 부담이 크다. 상대가 번개같이 역습을 가하면 순식간에 아군의 최후방이 최전선으로 돌변한다. 최전방의 공격수 4명은 적진에 고립돼 별로 쓸모 없게 된다. 또한 4-2-4에서는 ‘따로국밥’식 축구가 불가피하다. 공격수는 공격만, 수비수는 수비만 하는 경우가 많다. 최악의 경우엔 공격-허리-수비진이 따로 떨어져 보급로가 막힌다.

4-4-2는 4-2-4에서 공격수 4명 중 미드필더 2명은 그대로 놔두고 좌우 날개를 허리로 끌어내린 포메이션이다. 1966년 영국월드컵에서 잉글랜드는 이 포메이션으로 우승했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윙백 2명이 순식간에 공격에 가담하는 것보다는 수비를 강조하는 포메이션이었다. 요즘과 같은 공격적인 4-4-2가 완성된 것은 74년 서독월드컵이다. 토털 축구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요한 크루이프의 네덜란드팀이 그 주인공. 형식은 4-4-2지만 네덜란드 선수들은 자리나 포메이션에 구애받지 않았다. 한마디로 전원수비-전원공격이다. 또한 공격-허리-수비진의 틈새를 촘촘하게 구성해 상대를 강하게 압박했다. 하지만 이러한 토털 축구는 ‘한 팀에 세계적인 스타가 최소 6~7명은 돼야 한다’는 약점이 있다. 강한 체력, 번개 같은 스피드, 넓은 시야를 갖춘 스타들이 베스트 11명 중 50%는 넘어야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각팀들은 4-4-2를 자기 팀 실정에 맞게 조금씩 변형했다. 토털 축구는 어렵지만 부분적으로 일순간 압박을 가하거나 때로는 양 윙백이 기습적으로 공격에 가담했다. 이탈리아는 82년 스페인월드컵에서 빗장수비 중심의 4-4-2로 우승했다.

4-4-2체제의 최종 수비 4명은 일자로 나란히 서서 순식간에 상대를 오프사이드 함정에 빠뜨린다. 그리고 수비-미드필더-공격진의 거리가 짧아 보급로가 쉽게 끊기지 않는다. 그만큼 4-4-2는 ‘양날의 칼’이다. 수비를 하다가도 공격으로 전환하기가 쉽다. 수비수가 수비만 하는 게 아니라 때로는 공격수가 된다. 공격수도 공을 뺏기는 순간부터 수비수로 변신한다.

수비를 하다가 아군이 공을 잡을 때는 순식간에 좌우 미드필더나 최종수비 4명 중 좌우 윙백이 공격에 가세해 2-4-4를 만든다. 4-4-2는 공격과 수비를 유기적으로 만드는 데 유리한 포메이션이다.

4-4-2 시스템의 핵은 어디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좌우 날개 4명이다. 좌우 미드필더 2명과 윙백 2명이다. 이들은 알렉산드로스나 한니발 장군이 전술의 핵으로 삼았던 기병이나 다름없다. 이들은 우선 빨라야 한다. 수비를 하다가 바람처럼 적의 배후를 쳐야 한다. 그러다가도 아군이 공격을 받으면 수비로 전환해 현장에서 적의 공격을 막아내야 한다. 많이 뛰어야 하고 쉽게 지쳐서는 안 된다. 체격도 당당하고 커야 1 대 1전투에서 이길 수 있다. 그뿐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공격과 수비의 속도를 조절하고 전투 전체를 보는 눈이 정확해야 한다. 한마디로 머리가 좋아야 한다.

98프랑스월드컵에서 네덜란드의 히딩크 감독은 어떤 전술을 짰을까? 자신이 승부처라고 생각한 4개의 포지션에 배치한 선수들을 보면 답을 알 수 있다. 왼쪽 백에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누만, 오른쪽 백에 빈터 또는 레이치허를 배치했다. 벨기에 한국 등 체력을 앞세우는 팀을 만나면 빈터를 썼고,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개인기가 뛰어난 팀을 상대할 때는 개인기가 좋은 레이치허를 내세워 맞불을 놓았다. 또한 왼쪽 미드필드에는 오베르마르스를, 오른쪽엔 로날드 데부르를 기용하고 세도르프와 젠덴을 백업요원으로 활용했다.

한국대표팀의 히딩크 감독은 왼쪽 백에 김태영(송종국) 왼쪽 미드필더에 고종수를 쓰고, 오른쪽 백에 심재원 오른쪽 미드필더에 박성배 서정원을 번갈아 투입했다. 다시 말해서 누만 대 김태영(송종국), 고종수 대 오베르마르스, 심재원 대 레이치허(빈터), 박성배(서정원) 대 데부르(세도르프)가 대등한 싸움을 벌여야 히딩크가 꿈꾸는 4-4-2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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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성 < 동아일보 체육부 차장 >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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