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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달러 특수 중국이냐 테러공포 미국이냐

월드컵 성패 걸린 組추첨

  • 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2억달러 특수 중국이냐 테러공포 미국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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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구는 축구일 뿐이다. 축구는 또한 축구 이상의 그 무엇이기도 하다. 월드컵은 4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축구잔치지만, 그 결과는 세계의 질서를 바꾸기도 한다. 21세기 지구촌의 패권을 다툴 것으로 보이는 미국과 중국은 내년 월드컵을 앞두고 묘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한쪽은 ‘귀한 손님’이고 다른 한쪽은 ‘기피대상’ 1호에 올라 있다.
2001년 12월1일 오후 7시5분. 부산 전시컨벤션센터(BEXCO)에서는 대망의 2002 한·일월드컵 조추첨식이 열린다. 이 행사는 한국축구의 월드컵 16강진출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 또한 조추첨 결과는 한국과 일본의 월드컵 마케팅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월드컵에는 모두 32개국이 출전하는데, A∼D조에 속하게 될 16개국은 한국에서, E∼H조의 16개 나라는 일본에서 조별 예선을 치르기 때문이다.

조추첨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시드배정과 그룹편성이다. 시드는 관례에 따라 주최국과 전대회 우승국, 축구강국 등이 차지한다. 이번 월드컵의 경우 한국(D조), 일본(H조), 프랑스(A조)가 우선 시드를 받는다. 나머지 시드 5장은 11월28일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조직위원회의에서 결정된다.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시드를 받은 국가는 6개국(미국 브라질 독일 아르헨티나 벨기에 이탈리아)이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는 브라질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스페인 루마니아 네덜란드 등이 시드를 배정받았다. 1994년 주최국이었던 미국을 빼면 모두 유럽과 남미국가라는 게 특징이다. 이것은 월드컵 성적과 FIFA랭킹을 중심으로 시드를 배정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실제로 16차례의 역대 월드컵에서 유럽과 남미는 각각 8번씩 우승을 나누어 가졌다. FIFA랭킹에서도 2001년 10월 현재 유럽과 남미가 상위권을 독차지하고 있다(톱10의 경우 유럽 7, 남미 3).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도 이러한 기준이 그대로 적용될 전망이다. 따라서 남미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유럽의 이탈리아는 시드를 받을 가능성이 높으며, 독일도 플레이오프를 통과하면 유력하다. 이밖에 잉글랜드 스페인 등도 강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아프리카 돌풍을 일으킨 나이지리아와 카메룬도 시드를 받을 만한 자격을 갖추었지만, 유럽과 남미의 벽을 넘기는 힘겨워 보인다.

한국은 D조, 일본은 H조

그룹편성도 초미의 관심사. 98프랑스월드컵 당시 FIFA는 대륙별로 골고루 분산시키기 위해 고육책을 내놓았다. 즉 시드국 A그룹, 아프리카·북중미 B그룹, 시드를 받지 못한 유럽 8개국 C그룹, 아시아·남미·유럽 3개국 D그룹으로 편성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아시아와 아프리카 북중미 국가는 예선에서 같은 대륙끼리 대결하는 경우가 사라졌다. FIFA는 또한 “같은 조에 유럽 3개국, 또는 남미 2개국이 편성될 경우 재추첨을 실시한다”는 별도 조항까지 만들어 같은 대륙끼리 초반에 맞붙지 않도록 했다.

축구계에서는 이번에도 대륙별 안배가 고려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게 본다면 최대 15개국(아일랜드가 플레이오프에서 이란을 누를 경우)이 참가하는 유럽은 8개조에 고르게 배정된다. 북중미와 아프리카는 이번에도 같은 그룹이 될 가능성이 크며, 남미는 유럽의 일부 국가와 짝을 이룰 듯하다. 따라서 한국이 속한 조에는 유럽 1국, 북중미·아프리카 1국이 확실하게 포함되며, 나머지 1국은 유럽 또는 남미가 유력하다. 확률적으로는 8개조 가운데 7개조에 유럽팀이 2개씩 들어간다고 가정할 때, 유럽 2팀과 예선전을 치를 가능성이 87.5%에 이른다.

한국으로서는 이번 월드컵이 역대 최상의 조건임에 틀림없다. 일단 시드를 받았기 때문에 세계 축구의 최강국을 피할 수 있다. 94미국월드컵 때는 이탈리아, 98프랑스월드컵 때는 네덜란드가 한국이 속한 조의 시드배정 국가였다. 역대 월드컵에서 한국은 시드배정 팀과의 승부를 ‘확실한 1패’로 정해놓고 예선 전략을 세워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럴 필요가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전통적으로 유럽축구에 약한 징크스를 갖고 있다. 역대 월드컵에서 한국이 유럽팀을 상대로 거둔 성적은 3무7패에 득점 9, 실점 36이다. 히딩크 사단도 평가전에서 프랑스와 체코에 0대5로 대패했으며, 1.5군으로 구성된 덴마크와 노르웨이에도 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다만 주전이 대거 빠진 98프랑스월드컵 3위팀 크로아티아를 2대0으로 물리친 것이 유일한 승전보다.

결국 한국축구의 16강진출 여부는 사실상 유럽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내년 월드컵에 출전하는 유럽국가 가운데 한국이 만만하게 상대할 팀은 하나도 없다는 게 현실적 고민이다. 유럽지역 조별예선을 1위로 통과한 러시아 포르투갈 덴마크 스웨덴 폴란드 크로아티아 스페인 이탈리아 잉글랜드 등은 모두 한국보다 한수 위의 전력을 갖추고 있다. 조2위로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는 팀들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이 16강에 오르기 위해서는 북중미·아프리카 그룹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 아프리카보다는 북중미팀과 만나는 것이 한결 수월하다. 아프리카 축구는 최근 유럽을 위협할 만큼 성장세가 빠른 반면 북중미에는 멕시코 이외에 뚜렷한 축구강국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올해 컨페더레이션컵에서 멕시코를 꺾은 바 있다.

확률로 보면 아프리카팀과 대결할 가능성이 62.5%에 이른다. 북중미는 3개국, 아프리카는 5개국이 참가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는 남아공, 나이지리아, 카메룬, 튀니지, 세네갈 등이 본선에 진출했는데, 이 가운데 한국이 노려볼 만한 팀은 남아공 튀니지 세네갈 등이다. 나이지리아와 카메룬은 이미 아프리카의 벽을 넘었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나머지 3개국은 아직까지 강호로서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했다.

‘신의 선택’ 확률은 12.5%

하지만 한국은 11월8일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 0대1로 무너졌다. 한국팀이 베스트 멤버로 짜여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날 경기는 충격이었다. 세네갈은 추운 날씨에 여독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격전을 치렀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서는 세네갈이 일본을 2대0으로 눌렀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 형편이다.

최종적으로 한국의 16강진출 여부를 결정짓는 변수는 남미·유럽 그룹일 공산이 크다. 한국이 최상의 전력으로 경기에 나설 경우 북중미·아프리카그룹을 꺾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럽의 강팀을 꺾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남미·유럽그룹과의 한판승부가 중요하다. 한국이 이 고비를 넘는다면 조2위가 가능해진다.

남미에서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시드국으로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한국이 속한 조에 들어올 수 있는 팀은 파라과이, 에콰도르, 우루과이(또는 콜롬비아) 대 호주 플레이오프 승자 등이다. 이 가운데 파라과이는 한국보다 한수 위지만, 나머지 팀들은 해볼 만하다.

남미국가는 유럽의 일부 국가와 같은 그룹에 편성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한국은 유럽보다 남미를 만나는 게 유리하다. 남미의 경우 체력싸움에서 불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역대 월드컵에서 남미팀을 만나 1무3패에 득점 3, 실점 9를 기록했다. 비록 1승도 거두지 못했지만, 경기내용은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이 월드컵 16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상의 조편성’은 유럽 1팀, 북중미 1팀, 남미 1팀의 조합이다. 확률로는 약 12.5%. 8개조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이 속한 조에만 유럽이 1팀 편성된다는 행운이 뒤따라야 하는 셈이다(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이다. FIFA 월드컵조직위원회가 시드배정과 그룹편성을 98프랑스월드컵과 다르게 할 경우, 이러한 분석은 의미가 없다).

월드컵에서는 조편성의 불운 때문에 축구강국이면서도 예선에서 탈락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강호들이 같은 조에서 맞붙을 경우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진다. 98프랑스월드컵에서는 D조가 이른바 ‘죽음의 조’였다. 나이지리아와 파라과이가 돌풍을 일으킨 가운데 유럽축구의 강자인 스페인과 불가리아가 예선 탈락한 것. 스페인은 당초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됐지만, 나이지리아에게 역전패한 충격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C조의 주최국 프랑스는 ‘신의 선택’을 받았다. 프랑스는 덴마크 남아공 사우디아라비아 등 손쉬운 상대를 만나 예선전을 편하게 치렀다. 이것은 프랑스 선수들이 자신감을 키우는 데 기여했고, 결국 월드컵 우승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스페인과 프랑스의 경우는 조편성이 결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죽음의 조’ vs ‘신의 선택’

주최국으로 시드를 잡은 한국에게 ‘죽음의 조’는 유럽 강호 2개국,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또는 카메룬의 조합일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온다면 한국은 16강은커녕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안방에서 망신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역대 월드컵에서 주최국이 우승한 일은 6번, 반면 홈팀이 예선 탈락한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다. 따라서 한국이 ‘죽음의 조’에 편성된다면 월드컵 역사가 다시 쓰여질지도 모를 일이다.

조편성은 한국과 일본이 월드컵 마케팅 계획을 짜는 데도 중요한 기준이 될 듯하다. 지금까지는 막연하게 모든 국가를 상대로 월드컵을 홍보했지만, 조편성이 끝나면 주력해야 할 타깃이 분명해진다. 현재 한국과 일본이 가장 탐내는 팀은 중국이다. 한국과 일본이 주최국으로 빠진 틈을 비집고 사상 최초로 월드컵에 진출한 중국은 벌써부터 들떠있다.

11월10일 개장한 서울월드컵주경기장엔 지금까지 21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처음에는 일본인이 주요 고객이었지만, 중국이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낸 뒤부터는 중국 관광객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중국이 한국에서 경기를 치를 경우 장기휴가를 오겠다는 사람도 많다. 한국이 일본보다 물가가 싼 데다 최근 일고 있는 ‘한류열풍’의 영향으로 보인다.

관광업계는 중국이 한국에서 예선을 치를 경우 중국 관광객 6만~10만여 명이 몰려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것은 지난 1999년 시드니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중전의 열기를 감안할 때 결코 무리한 수치가 아니다. 당시 한·중전을 보기 위해 서울로 날아온 중국인은 6000여 명에 달했다.

현재 중국인들이 한국 관광에서 소비하는 규모는 평균 2000달러 플러스 알파. 따라서 1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다면 2억달러(2600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중국이 일본에서 경기를 치른다면 관광특수는 고스란히 일본의 몫으로 돌아간다. 이 경우 전체 관광객은 줄고, 관광수입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한국의 뜻대로 중국이 A~D조에 편성돼 한국에서 경기를 치른다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일단 경기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소 6만여 명에 달할 중국 관광객이 투숙할 수 있는 도시는 서울 부산 대구 인천 제주 정도다. 따라서 중국팀의 경기를 이 지역으로 재배치할 가능성이 높다. 숙소를 구하지 못한 중국 응원단을 위한 캠핑장과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식당타운이 조성되고, 중국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비빔밥 순대국 잡채 등이 ‘특수’를 누릴 것이다. 또한 숙소를 잡지 못한 중국인들이 월드컵경기장 주변에서 집단 노숙하는 장면도 상상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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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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