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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의 세계 | 도심에서 자전거 타기

체면 버리고 건강 얻는다

  • 박찬석 < 경북대학교 총장 >

체면 버리고 건강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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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번 자전거에 맛을 들이면 누구나 자전거 예찬론자가 된다. 건강과 환경, 나아가 경제까지 살리는 도심의 자전거 타기. 이처럼 개인의 행복과 공익성을 두루 위하는 즐거움이 세상에 또 있을까?
나는 자전거 마니아는 아닌 것 같다. 마니아는 좋아서 미친 것처럼, 합리성이나 경제적 효용성을 따지지 않고 그냥 대상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는 건강을 위한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자전거는 인류가 고안한 발명품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경제위기가 오고 IMF 관리체제로 들어갈 때가 1997년 12월이었다. 그 해 9월 자전거를 다시 타기 시작했는데 그런 나를 외환위기와 관련시켜 ‘실천하는 지식인’이라고 듣기 좋은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진실은 그렇지 않다. IMF 관리체제가 닥쳐온 것과 내가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것은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나는 테니스와 등산을 무척 좋아했지만 총장이 되고보니 너무 바빠서 따로 운동할 시간이 없었다. 출퇴근 시간에 좀 걸어 볼까도 생각했으나 집에서 학교까지는 14㎞로 걷기에는 너무 멀고 재미도 없었다. 그래서 대안으로 자전거를 타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시간이 나면 탈 생각으로 자동차 트렁크에 넣을 수 있는, 바퀴가 작은 접는 자전거를 준비했다. 단지 자전거를 탈 줄 안다는 자신감으로 자전거 타기를 시작했는데, 그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데 1시간 20분이 걸렸고, 체력 소모도 만만치 않았다.

산악용 다운힐 자전거로 출퇴근

그때만 해도 시내에 자전거 도로가 전혀 정비되어 있지 않아서, 보도의 턱을 오르다 자주 넘어졌다. 한번은 심하게 넘어져 무릎에 큰 상처를 입기도 했다. 하지만 한 달만 더 타보고 그래도 안되면 그만두겠다는 생각으로 계속 버텼다. 몸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아 애를 먹었지만 나의 자전거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갔다.

나는 시속 16㎞ 정도로 자전거를 탄다. 그렇게 천천히 달려도 빠른 걸음으로 걷는 것보다 네 배 정도 빠르다. 통근용으로 모는 자전거의 속도는 개인차가 있지만, 30대에 시속 28㎞, 40대는 시속 24㎞, 50대는 시속 20㎞, 60대는 시속 16㎞, 70대 이상은 시속 12㎞로 달리는 것이 적당하다고 한다.

자전거는 속도가 높아지면 방어운전을 할 수가 없다. 자전거의 안전속도는 시속 15㎞. 자전거를 안전하게 타려면 안전 속도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자전거는 그 종류가 하도 많아서 마니아라도 전부 다 알 수는 없다. 기능별로 출퇴근용 자전거와 스포츠용이 있다. 속도 경기를 주로 하는 사이클도 있고, 묘기 전문 자전거도 있다.

나는 대만제 접는 자전거(22만원)로 시작하여 알루미늄 자전거(60만원)를 거쳐, 지금은 동생이 미국에서 이사올 때 가져온 산악용 다운힐 자전거(120만원)를 타고 있다. 타이어가 넓어서 울퉁불퉁한 보도를 달리는 데 좋다. 앞뒤에 충격방지기가 있어서 엉덩이가 아프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속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고급 자전거는 부품마다 제조원이 다르다. 마치 오디오를 구입할 때 각 부품별로 최고를 골라 조합하듯, 자전거도 부품별로 최고가 있다. 마니아들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최고’를 골라 조립한다.

마니아라면 전문 클럽에서 정보를 얻고 자전거를 직접 조립할 능력도 있어야 한다. 좋은 자전거는 자전거 전문 잡지에 소개 되어 있다. 동호회도 전국에 수백 개가 넘는다. 여기에 가입하면 정기적으로 투어를 즐길 수 있고 자전거에 대한 지식도 넓힐 수 있다.

나는 자전거를 아파트 거실에 보관했다가 타고 나간다. 집에는 아내를 위해 장만한 일제 전기 자전거가 한 대 더 있는데, 이 자전거는 이용 빈도가 떨어진다. 전기 자전거는 나이 든 분이나 여자들에게는 권할만하다. 그러나 자전거는 역시 근육을 이용해 달리는 것이라야 한다. 전지를 이용하는 자전거는 아무래도 타는 맛이 나지 않는다.

학문의 권위를 상징하는 대학의 총장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자 언론에서 관심을 보였다. 그리하여 나와 자전거는 TV와 신문에 자주 보도되었다. 자전거 타기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이 처음엔 부끄러웠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는 게 사실이므로 덤덤하게 받아들이기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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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석 < 경북대학교 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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