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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진의 스포츠 언더그라운드

베팅판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스피드에 목숨 거는 경마·경륜·경정의 세계

  • 이형진 embody@embody.co.kr

베팅판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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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륜은 벨로드롬이란 경기장의 사이클 트랙에서 한 경기에 선수 일곱 명이 나가서 순위를 겨루는 사이클 경주다. 보통 사이클 트랙을 5∼6바퀴 돌아서 결승선에 도착한 순서대로 순위를 결정하며 앞서가는 선수들이 가슴에 받는 바람 압력을 줄이기 위해 선두 유도원이 일정거리를 이끈다.

시원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지난 6월 엔진 시동을 건 경정은 어떤가. 경정은 여섯 명의 선수가 한바퀴에 600m 되는 경주수면을 세 번 돌아 순위를 가리는 모터보트 경주다. 관객들은 우승예상선수의 경주권을 사서 승자를 맞추어 배당금을 받는다. 한국에서는 경마와 경륜보다 후발주자지만 외국에서는 벌써 인기를 얻고 있는 스포츠다.

이웃 일본을 보자. 일본에 경정이 도입된 것은 지난 1952년으로 현재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매년 최다입장객기록을 경신하고 있는데 지난해 경정장 24곳과 장외매장 15곳을 찾은 경정인구가 2800만명에 이를 정도다. 지난해 매출은 1조5000억엔을 기록할 정도로 사람들이 몰렸다. 일본경제가 호황을 누리던 1990년대 초반에는 2조2000억엔의 매출을 내기도 했다.

한국레저사업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마, 경륜, 복권, 카지노 등 사행산업 규모는 9조2238억원으로 2000년에 견주어 45.5%나 늘어났다. 연간 이용객수도 2000년보다 47.7% 늘어난 2261만명으로 국민 100명당 48명이 참여한 꼴이다.

한국레저사업연구소의 서천범 소장은 사행산업의 급성장세에 대해 “IMF이후 빈부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한탕주의를 노리는 사행성 오락에 기대는 서민층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금년부터 주5일 근무제가 시범 실시되고 정부기관까지 사행성이 높은 ‘로토(Lotto)’복권 도입을 꾀하고 있기 때문에 사행산업은 더욱 번창할 것이 확실하다. 그래서 감독과 규제 강화 등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2년 전만 해도 중소 가구공장을 운영하던 강아무개(56)씨는 요즘 1주일 내내 바쁘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금요일부터 일요일(경륜: 금∼일요일, 경마:토∼일요일)까지만 ‘꾼’생활을 했지만 지난 6월 중순 경정이 등장하면서 화·수요일에도 도박에 빠져 지낸다.

강씨는 “경마장에서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경정장을 3주째 찾고 있으나 하루에 500~600만원은 날리고 간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경마와 경륜에 빠져 지난 1년새 2억원을 날렸다. 경영을 소홀히하다 공장마저 부도로 넘기게 된 강씨는 이제 경정으로 삶까지 ‘차압’당한 셈이 됐다.

이렇듯 여러 사회문제가 발생하자 정부는 개인워크아웃 제도 등 여러 대비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또 다른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있다. 마사회(경마)는 물론 공기업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경륜에 이어 또다시 경기 하남시 미사리에 경정장을 연 것이다. 외화를 획득할 수 있는 외국인 전용카지노 설립은 꽁꽁 묶어놓고 내국인의 호주머니를 털기 위해 1주일 내내 도박을 권한다는 비난을 정부가 들을 법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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