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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골프 마니아들의 18홀 편력기

골프로 태교를 한다?

  • 김미숙·탤런트

골프로 태교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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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로 태교를 한다?
“요즘도 변함없이 운동 많이 하시죠?”

만나는 사람마다 눈인사를 던지며 안부 대신 묻는 말이다. 물론 여기서 ‘운동’이란 당연히 골프. 이렇게 저렇게 친선대회에 몇 차례 나갔더니 골프 치는 모습이 TV 화면이나 신문지상을 탔는지 알만한 사람들은 모두 내가 골프를 즐긴다는 사실을 잘 아는 모양이다.

그런데 문득 드는 생각. ‘가만있자…, 내가 파란 잔디를 밟아본 게 언제지? 벌써 꽤 된 것 같은데.’ 필드에 나가본 기억을 되살려 꼼꼼히 따져보면 어느새 제대로 골프를 못친 지도 3년이 넘었다. 둘째를 낳은 지금까지 골프 클럽을 잡아본 건 피할 수 없는 자리에서 딱 두 번뿐. 이쯤 되면 이제 어디 가서 골프 마니아를 자처하기는 영 그른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렇지만 나에게는 당당한 이유가 있다. 골프장을 먼산 보듯 할 수밖에 없었던 건, 일을 많이 한 탓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는 연이은 임신과 출산 때문이다.

결혼하고 일년 만에 생긴 첫아이였다. 워낙 결혼을 늦게 해 남들은 20대에 낳는 아이를 훨씬 넘겨 낳으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혹시 아이에게 이상이 생길까봐 주변은 물론이고 나 자신도 몸조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터. 임신 초기에 골프는 감히 생각할 수도 없는 금단의 열매였다.

하지만 한번 골프의 감미로움(!)에 빠진 나에게는 솔직히 견디기 쉽지 않은 유혹도 많았다. 톱에서부터 피니시까지 낭창낭창한 허리를 돌려 임팩트를 가하면 헤드무게가 볼을 내려칠 때 나는 ‘쏴~아~악’ 하는 소리, 순식간에 장타를 예감하게 해 마음을 달뜨게 만드는 그 소리가 속삭임처럼 귓전에 맴도는 듯했다. 따사로운 햇살, 철쭉과 진달래로 붉게 물든 아름다운 봄날의 필드는 한 폭의 환상이 되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들려오는 주위 사람들의 부추김.

“로라 데이비스는 임신 6개월 때도 시합에 나왔다더라.”

“아이와 산모의 건강을 위해선 운동을 해야 돼. 앉아만 있다고 좋은 게 아니라니까.”

“아이를 제2의 박세리로 만들고 싶으면 태교 때부터 골프를 가르쳐야지. 태교는 뭐니뭐니해도 현장태교가 제일이잖아. 뱃속에서부터 선수로 가르치려면 엄마가 필드에 나가 공을 쳐야지.”

그 해의 봄날은 유난히 햇살이 좋아 이를 데 없이 화사했지만, 나는 그 많은 꼬드김에 단 한번도 넘어가지 않았다. 창밖의 날씨와 골프를 연관짓는 ‘마니아적 습성’도 지워버리려 애쓰며 임신 초기를 넘겼다.

상황이 조금 달라진 것은 아이가 뱃속에서 7~ 8개월쯤 자란 후. 초기의 두려움도 많이 가셨고 아이도 웬만한 위험에는 끄떡없을 만큼 큰 게 아닐까 싶었다. 끝내 나를 설득시킨 것은 ‘아이는 작게 낳아 크게 키워야 한다’는 한마디. 몸을 많이 움직여야 아기를 쉽게 낳을 수 있고, 그러자면 옆집 대문 앞까지 쓸라는 옛 말씀도 있다고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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