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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마니아들의 18홀 편력기

호텔리어가 골프를 알아야 하는 이유

  • 글: 이영일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대표이사

호텔리어가 골프를 알아야 하는 이유

호텔리어가 골프를 알아야 하는 이유

가까운 이들과 함께한 라운딩.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필자.

20년 전 일본 오쿠라호텔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일본에서는 골프가 이미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잡은 상태였지만, 호텔 직원 대부분이 골프를 친다는 사실을 알고 적잖이 놀랐다. 최고 임원진부터 말단직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골프장에서만큼은 동반자이자 경쟁자들이었다. 그 가운데 가장 스코어가 좋은 이들은 튼튼한 하체와 섬세한 손놀림을 자랑하는 조리사 출신 직원들이었다.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서비스를 업으로 삼은 사람에게 골프는 남다른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비스란 결국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고객을 직접 대하는 사람이야말로 서비스의 최전선에 서 있는 것이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하겠지만, 그 접점의 최고수준은 ‘공감’일 것이다. 깔끔한 매너와 정성을 다하는 모습은 기본일 뿐, 고객의 기분과 상황에 맞춰 진정으로 공감하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서비스를 위한 조건이다.

오늘의 우리 사회에서도 골프는 더 이상 예외적인 경험이 아니다. 더욱이 호텔 고객들에게는 일상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요즘은 어느 자리에 가든 골프가 단연 화제의 중심에 오르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고객과의 접점에 서 있는 이들이 골프를 칠 줄 알고 즐긴다는 것은, 고객과 공감대를 쌓을 재료 한 가지를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고객이 싱글 핸디캡을 깬 기쁨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안다는 뜻이다. 단순히 ‘기쁜가보다’가 아니라 ‘정말 좋겠군’ 하고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일식 요릿집 카운터에 서 있는 조리사가 골프를 칠 줄 안다면, 그것도 오쿠라호텔의 조리사처럼 정말 잘 친다면, 그는 홀인원을 기록해 한껏 들떠 있는 고객에게 특별한 스시를 대접해 기쁨을 배가하고, 스윙이 흔들려 걱정하는 손님에게는 딱 들어맞는 충고를 건네 근심을 날려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 식당의 와인 소믈리에가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고객의 알바트로스를 기념하기에 가장 적합한 와인을 추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공감’이 가득한 곳에서 장사가 안 될 턱이 있겠는가.

더욱이 골프는 ‘집중의 스포츠’다. 필드에 설 때마다 처음 티샷을 날려 홀컵에 공이 들어가는 순간까지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때로 예기치 않은 난코스를 만나 공이 러프에 들어가고 벙커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온몸의 신경을 집중해 안전한 곳으로 끌어내야 한다. 45g짜리 골프공 하나에 목숨이 달려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매달려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가 쉽지 않은 운동이 골프다.

30년 넘는 세월 동안 호텔업에 종사한 내가 느끼기에는 서비스도 골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서비스업 역시 얼마나 집중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고객이 처음 호텔에 도착해 머물다 떠나는 순간까지 호텔리어는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혹시라도 고객에게 불편하거나 불쾌한 일이 생긴다면, 목숨이 걸린 일인 양 최선을 다해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강사에게서 화려한 기술을 배우고 좋은 자세를 익힌다 해도 하루아침에 골프 실력이 향상되지 않듯이, 서비스 역시 제대로 된 마음가짐 없이는 고객을 감동시킬 수 없다. 흔히 ‘마인드 게임’이라고 부르는 골프의 특성은 서비스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골프와 서비스도 밖으로 드러난 것보다 마음속에 있는 접근방식이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뜻이다.

필자가 서울 신라호텔에 있을 때부터 시시때때로 직원들에게 골프를 권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호텔이라는 특성은 직원들이 골프를 배우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겠는가. 더욱이 부산은 골프를 치기에 가장 좋다는 곳이다. 2월이면 필자가 부산에 내려온 지 꼭 1년이 된다. 필자가 깨달은 한 가지는 부산만큼 골프 하기에 기후환경이 완벽한 곳이 없다는 사실이다. 한겨울에도 눈이 오지 않는 온화한 날씨가 이어져 그린은 365일 부드럽고, 멀지 않은 곳에 드넓은 필드가 여기저기 펼쳐져 있다. 김미현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는 프로 골퍼 상당수가 부산 출신인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간부직원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골프를 배우고 즐기는 분위기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기회가 닿으면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접 골프현장도 보여주고 골프에 관한 강의도 해보리라.

이는 골프에서 느끼는 모든 것이 서비스의 바탕이 될 수 있음을, 한걸음 더 나아가면 골프가 곧 서비스임을 믿기 때문이다. 가슴이 탁 트이는 드넓은 초록 필드에서 긴 호흡을 가다듬고 처음 티샷을 날릴 때 느낀 설레임을 상기하며 인생도, 경영도, 서비스도 골프를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늘 새롭게 배우고 있다.

신동아 2005년 1월 호

글: 이영일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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