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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스포츠 악연 다시 보기

한국 프로복서 美서 26연패, 美 ‘장난’에 4강 내준 LA올림픽 남자배구, 시드니올림픽 야구팀 울린 결정적 오심…

  • 기영로 스포츠 평론가 younglo54@yahoo.co.kr

한·미 스포츠 악연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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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군사적으로 오랜 우방인 한국과 미국은 스포츠에서만큼은 지독한 악연을 쌓아왔다.
  • 한국이 미국에 억울하게 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십년 이어진 한미간 스포츠 악연의 역사와 비화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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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8월19일 새벽(한국시각)에 열린 아테네올림픽 남자체조 개인종합에서 양태영 선수가 평행봉 채점의 오심으로 미국의 폴 햄 선수에게 금메달을 빼앗기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자 국내 스포츠팬들은 “또 미국 선수야!” 하면서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의 ‘오노 사건’을 떠올리며 분개했다.

양태영은 당시 평행봉에서 가산점 0.2가 붙는 최고 난이도(E)의 연기 ‘밸리 파이크’를 펼쳤다. 하지만 미국인이 포함된 3명의 심판은 이를 가산점 0.1이 붙는 D난이도 연기 ‘모리스’로 잘못 판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태영은 총점에서 57.774로 동메달에 그쳤는데, 판정이 정확했다면 57.874로 미국의 폴 햄(57.823)을 제치고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 양태영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설욕의 무대로 겨냥하고 있지만 과연 그가 베이징올림픽에 한국대표로 출전할 수 있을지, 또 출전한다 해도 금메달을 딸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오노 사건’은 2002년 2월21일 솔트레이크시티 아이스센터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전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당시 세계랭킹 1위이던 김동성과 미국의 간판스타 아폴로 안톤 오노는 금메달 후보답게 마지막 반 바퀴를 남겨놓고 나란히 1, 2위를 달리고 있었다.

김동성에 이어 2위로 달리던 오노는 승부수를 띄우려는 듯 직선 주로에서 안쪽으로 파고들어 추월을 시도했고, 이를 간파한 김동성은 직선 주로를 내어주지 않으며 오노를 견제했다. 순간 오노는 두 손을 번쩍 치켜들며 그 유명한 ‘할리우드 액션’을 취했다. 김동성이 고의로 자신을 막았다는 뜻이었다.

오노에게 추월을 허용치 않은 김동성은 1위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고, 태극기를 들고 빙판을 돌며 우승을 자축했다. 하지만 호주의 제임스 휴이시 주심은 김동성에게 ‘크로스 트랙(Cross track)’이라는 반칙을 선언해 실격시키고 오노에게 금메달을 안겨줬다. ‘크로스 트랙’은 상대의 추월을 막기 위해 ‘고의적으로 다른 선수의 앞을 가로지르는’ 일종의 진로방해다.

미국은 한국 프로복서의 무덤

어이없는 판정에 넋이 나간 김동성은 들고 있던 태극기를 빙판에 떨어뜨렸고, 경기장을 빠져나가 숙소로 돌아간 뒤 울분 속에 밤을 지새워야 했다. 이후 한국에서는 치사하고 비열한 짓을 하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짐승만도 못한 사람’을 가리켜 ‘오노 같은 X’라는 욕을 할 정도로 오노는 한국인에게 ‘공공의 적’이 되었다.

김동성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 설욕하겠다며 재기를 다짐했다. 그러나 이후 연예계를 기웃거리며 은퇴와 현역복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지금은 거의 은퇴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한국과 미국의 스포츠 악연은 질기고도 오랜 것이다. 국제무대에서 한국 선수들이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미국 선수들에 패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악연의 역사는 앞서 살펴본 체조의 양태영과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의 김동성 사건이 발생하기 훨씬 전인 약 30여년 전부터 시작됐다.

1967년 9월15일, 미국 LA에서는 당시 프로복싱계에서 세계 최고의 테크니션이라는 평가를 받던 한국의 서강일과 WBA 주니어 라이트급 챔피언인 미국의 라파엘 로하스의 시합이 벌어졌다. 경기는 서강일의 우세였다.

하지만 결과는 판정패. 서강일은 중량급 선수면서도 경량급 선수에 뒤지지 않는 스피드와 현란한 기술로 라파엘 로하스를 압도했지만 석연찮은 판정으로 타이틀을 획득하는 데 실패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미국이 한국 프로복서의 무덤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이후 한국 프로복서들은 미국에서 벌어진 세계타이틀 매치에서 무려 26연패를 당했다. 미국, 멕시코 등 북·남미 선수에게 미국에서 벌어진 세계타이틀 매치에서 30년 넘게 전패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26번째로 진 선수가 바로 현 WBC 페더급 챔피언 지인진이다. 지인진은 2001년 7월28일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멕시코의 강타자로 당시 WBC 페더급 챔피언이던 에릭 모랄레스와의 지명전에서 잘 싸우고도 판정패 당했다.

불운의 26연패 기록에는 고(故) 김득구 선수의 사투도 포함된다. 김득구는 1982년 11월1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 특설 링에서 벌어진 맨시니와의 WBA 라이트급 타이틀 매치에서 14회 19초 만에 KO 당했다. KO 직후 뇌에 심한 이상을 일으키면서 정신을 잃었다. 병원으로 긴급후송된 그는 뇌출혈 진단을 받고 2시간10분 만에 뇌수술을 받았으나 99시간의 사투 끝에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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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영로 스포츠 평론가 younglo5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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