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새 연재 | 소동기 변호사의 골프 생각

소년의 호기심으로,첫 인사 드립니다

  • 소동기 변호사, 법무법인 보나 대표 sodongki@bonalaw.com / 일러스트·박진영

소년의 호기심으로,첫 인사 드립니다

2/3
그런데 변호사란 직업은 자유롭기는 하지만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고달픈 밥벌이입니다. 옛 선비들처럼 가만히 사무실에 틀어박혀 있어서는 직원들 월급을 주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내자에게 생활비를 가져다주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남대문시장의 장돌뱅이처럼 소리 높여 호객행위를 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변호사법에는 광고를 금지하는 규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이 변호사 사무실을 개설하고 나면 재충전의 기회를 갖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법원이나 검찰에 근무하는 사법연수원 동기생들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해외연수를 가거나 국내에 있더라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근무처에서 제공하는 재충전의 시간을 누리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변호사에게 해외연수는 꿈도 꾸기 어려운 호사입니다. 물론 변호사협회에서 1년에 두 차례씩 연수를 실시하고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학문은 흘러가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와 같아서 나아가지 않으면 즉시 퇴보한다(學問如逆水行舟不進卽退)”는 선현의 경고에 대처하기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저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미지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 탓이기도 하지만, 재충전의 기회를 갖는 하나의 방편으로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고자 노력하게 됐습니다. 휴가철이 되면 어김없이 해외로 돌아다녔습니다. 또한 출국할 때마다 골프채를 가지고 다녔습니다. 그렇게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다가 세무조사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일선 세무서의 세무조사가 아닌 국세청 조사국의 세무조사였습니다. 그 결과, 세무조사를 담당했던 조사반장의 이야기로는 자기네 조사국의 세무조사 사상 가장 적은 액수라고 하지만 저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액수의 세금을 부과처분 받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엄청난 비용을 치르며 해외여행을 하고 난 지금도 저는 여태까지 보아온 세상보다는 아직도 제가 가보지 못한 세상이 훨씬 더 많다는 생각을갖고 있습니다. 여전히 재충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토록 절실하게 재충전의 필요성을 느끼는 까닭은 다른 게 아닙니다. 인생을 아는 데 필요한 저의 지혜뿐 아니라, 변호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지식마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골프친구의 결재(潔齋)



저에게는 여러 가지 흠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친구가 적은 점입니다. 골프친구도 적습니다. 골프를 하면서도 모임에 참가하는 일이 드뭅니다. 그런 와중에 저는 스님 한 분을 골프친구로 삼고 있습니다. 그 스님은 1년 열두 달 중 6개월은 결재(潔齋) 생활을 하십니다. 스님의 설명에 따르자면 결재란 절 안에만 머물며 바깥출입을 일절 하지 않는 생활이라고 합니다. ‘안거에 들어간다’고도 합니다. 서울에 나오셨다가 동안거 또는 하안거에 들어가신다며 산으로 돌아가실 때 그렇게 설명해주셨습니다.

저는 대학 시절 1년에 두 차례씩 사흘 동안 단식해본 적이 있습니다. 단식을 마치고 나면 마치 새로 태어난 듯 야릇한 기분이 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저는 성인이 되어서도 재충전을 위해 생업에서 잠시 손을 떼고 자기를 둘러보거나 재충전을 위한 안식년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안식년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던 차에 연중 반은 자기성찰을 하며 살아가는 골프친구를 만난 것입니다.

스님을 만나고부터는, 매일 생업에 쫓기며 살아간다는 핑계로 어른이 된 이후 좀처럼 공부를 하지 않는 제 자신이 더욱 더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리고 비록 안식년을 가지지 못할지라도 틈나는 대로 공부는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래서 스님을 알게 된 이후로 뒤늦게나마 단행본으로 나온 심리학책을 읽었습니다. 기초물리학, 생물학 관련 서적을 사서 읽기도 했습니다. 건축미론에 관한 책도 몇 권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인도신화에 대한 책도 샀습니다. 이슬람문화사도 읽었습니다. 그런 저를 지켜보던 내자는 변호사가 말년에 이르러 그런 책들은 왜 읽느냐며 웃습니다.

특히 스님께서 지난해 늦가을 동안거에 들어갈 무렵에 읽은 ‘벽암록(碧巖錄)’이라는 책이 저를 오래 괴롭혔습니다. 백일이 지나도록 읽었지만 도무지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심리학이나 물리학, 생물학 책 등을 읽을 때 느낀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필자의 앎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요즘 들어 저는 남 앞에 나아가 이야기하는 것을 더욱 더 조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못나고 부족한 것을 뼈저리게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새 공기가 된

연대봉에 오르다 쪽 뻗은 소나무를 보면 톱으로 베어 낫으로 팽이를 깎아 놀던 아이가, 이제 골프를 알게 된 지 벌써 20년이 넘었습니다. 방학 책을 찢어붙이고 대나무로 연대를 깎아 종이연을 만들어 논두렁을 뛰어다니며 놀던 제가 골프를 시작하고 벌써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할 만큼 오랜 세월이 흐른 것입니다. 그 사이에 언필칭 ‘골프 대중화’에 기여한답시고 이곳저곳에 골프에 관한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20여 년을 하루같이 연습장을 다닌 덕분으로 어쩌다 재수 좋은 날에는 언더파를 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골프를 잘한다는 칭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2/3
소동기 변호사, 법무법인 보나 대표 sodongki@bonalaw.com / 일러스트·박진영
목록 닫기

소년의 호기심으로,첫 인사 드립니다

댓글 창 닫기

2019/07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