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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출신 최초 J리그 주장 량용기

“일본도 한국도 내겐 그냥 외국입니다”

  • 유재순 재일(在日) 르포라이터 yjaesoon@hanmail.net

재일교포 출신 최초 J리그 주장 량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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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교시절부터 ‘칼 패스’로 유명
  • ●일본 기자, 팬, 선수, 감독과 구단까지 절대적 신뢰
  • ●“J1리그, 일본 국가대표보다 수준 높아”
  • ●“일본과 한국은 외국일 뿐, 귀화 한 번도 생각 안 해”
  • ●“김정일은 조국의 지도자, 잘 모르지만 믿고 싶다”
재일교포 출신 최초 J리그 주장  량용기
최근 한국과 일본에서 큰 화제를 모은 재일교포 출신 북한 축구국가대표 정대세(24·가와사키 프론타레) 선수를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왜 량용기 선수를 인터뷰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특히 일본 축구전문기자들이 그런 말을 많이 했다. 솔직히 필자는 그때까지 그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자료를 찾아보니 그는 지난 2월 열린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 정대세, 안영학(30·수원 삼성) 선수와 함께 북한대표팀 선수로 출전했다.

일본 기자들이 한 재일동포 선수에게 그렇게 깊은 관심을 가져준다는 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더 놀라운 건 조총련계 재일동포들은 그렇다고 해도, 일본 기자들까지 굳이 그의 성을 ‘양’이 아닌 ‘량’으로 발음하는 것이었다.

축구전문기자들이 량 선수 인터뷰를 적극 권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가 J2리그(일본 프로축구 2부리그)팀의 주장이기 때문이다. 재일동포 출신, 그것도 일본 사회에서 가장 편견이 심한 ‘조선 국적’ 선수가 프로팀 주장이 됐다는 것은 파격적인 일이었다. 얼마나 뛰어난 선수이기에, 얼마나 신뢰를 주는 선수이기에 그럴 수 있었을까.

량용기(梁勇基·27) 선수는 고등학교까지 오사카에서 민족학교를 다녔다. 대학은 축구명문 한난(阪南)대학을 나왔다. 그가 한난대학을 선택한 것은 J리그에 진출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오사카 조선고급학교(고등학교) 시절, 일본 전국에 있는 ‘민족학교’ 축구부 부원들의 우상이었다. 그가 예정대로 무사히 J리그에 안착하면 그 길은 곧 후배들의 길이기도 했다. 그는 주저 없이 축구명문인 한난대학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예비 프로선수로서의 기량을 닦았다.

민족학교 축구부 우상

그의 특기는 경기의 흐름을 재빨리 읽고, 빈 자리로 정확하게 치고 들어가는 것. 당시 일본 언론은 그에 대해 “고교생답지 않게 공을 능숙하게 다뤄, 프로 진출이 확실시되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그의 실력은 대학에 들어가서 맹위를 떨쳤다. 그의 맹활약으로 대학 2학년 때는 총리배 대회에서 우승했고, 3학년 때는 관서대학리그 MVP, 춘계득점왕(2002년), 추계 어시스트왕을 거머쥐었다. 4학년 때도 관서대학리그 MVP (2003년)가 됐고, 총리배 준우승을 했다. 2년 연속 MVP는 그가 유일했다. 자연히 일본 축구인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고, 졸업 즈음에는 여러 프로구단으로부터 입단제의가 밀려왔다.

하지만 그가 최종적으로 계약한 팀은 ‘베가르타 센다이(仙台).’ 당시 센다이는 최하위 성적으로 J1리그에서 J2리그로 추락하던 시기였다. 량 선수가 센다이를 선택한 것은 바로 이 타이밍이었다.

그는 자신이 중심이 되어 조선고급학교와 한난대학을 축구명문으로 끌어올렸듯이 센다이에서도 그렇게 활약하고 싶었다. 일류선수들의 집합소인 J1리그 벤치에서 기약 없는 기회를 기다리느니 2부에서라도 그라운드를 누비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해보고 싶었다. 그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주저 없이 센다이에 입단했다.

하지만 역시 프로축구는 차이가 있었다. 혼자 열심히 뛴다고 이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05년, 북한대표로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4골을 기록하며 북한이 준우승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점. 일본 언론에서도 이를 크게 보도했다. 일본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센다이뿐 아니라 일본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센다이 팬들도 센다이 팀에 국제적인 선수가 탄생했다며 뜨거운 성원을 보냈다. 구단 홈페이지는 그를 응원하는 메시지로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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