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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라톤 한계기록은 1시간57분?

  • 김화성 동아일보 스포츠 전문기자 mars@donga.com

인간의 마라톤 한계기록은 1시간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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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8일 미국 시카고 남자마라톤에서는 0.5초 차이로 우승자가 바뀌는 최고의 트랙게임이 펼쳐졌다. 출발 때 기온 23℃에 골인 때 기온 31℃. 찜통 속에 펼쳐진 지옥의 레이스였다.

결승선을 코앞에 두고 조우아두 가리브(모로코)가 1위를 달렸지만 그가 잠시 방심하며 스피드를 늦추는 순간, 바짝 뒤따르던 패트릭 이부티(케냐)가 치고 나가 가슴을 쭉 내밀었다.

결국 이부티와 가리브는 2시간11분11초로 동시에 골인했다. 하지만 현장 사진 판독 결과 이부티가 0.5초 빠른 것으로 판정돼 1위를 차지했다. 초 단위까지만 기록을 재는 마라톤대회에서조차 이젠 포토 피니시(결승선 사진 판독)로 우승자를 가리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35·에티오피아)가 마침내 마라톤에서 2시간4분대 벽을 깨뜨렸다. 게브르셀라시에는 9월28일 제33회 베를린마라톤에서 2시간3분59초로 세계최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2시간4분26초)을 27초 앞당기며 3년 연속 우승한 것이다. 그는 100m를 평균 17.63초의 속도로 달렸다. 10초에 평균 56.7m를 달린 셈이다.

그는 지난해 이 대회 레이스에 나서기 전부터 “2시간3분대도 가능하다”고 큰소리를 쳐왔다. 이번 우승 후에도 “날씨, 레이스 관중 등 모든 게 완벽했다. 정말 행복하다. 베를린은 나에게 행운의 도시다”라고 말했다. 게브르셀라시에는 가벼운 장딴지 부상으로 대회 15일 전부터 1주일가량 제대로 훈련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날씨는 출발 기온 섭씨 8。에 골인지점 섭씨 16。로 마라톤 레이스엔 안성맞춤이었다.



마라톤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과연 1시간대 진입은 가능한 것인가?

게브르셀라시에는 2006년 1월 미국 피닉스 하프마라톤에서 58분55초의 세계 최고기록을 세웠다. 만약 똑같은 스피드를 유지할 수 있다면 풀코스를 1시간57분50초에 주파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게브르셀라시에의 하프기록도 지난해 3월 완지루가 58분33초로 22초를 앞당겨 깨졌다. 같은 스피드라면 1시간57분6초에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어쩌면 2시간3분대의 벽도 ‘떠오르는 해’ 완지루나 ‘백전노장’게브르셀라시에 둘 중 한 사람에 의해 깨질 가능성이 커졌다. 어쩌면 두 사람이 나란히 출전할 내년 4월 런던마라톤이 그 무대가 될지도 모른다.

게브르셀라시에는 에티오피아 아셀라(해발 2430m)에서 태어났다.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산과 들로 뛰어다녔다. 학교도 왼손에 책보를 꽉 쥐고 바람같이 달려갔다가, 바람같이 돌아왔다. 통학버스 같은 것은 아예 없었다.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는 정확히 10km. 그의 심장은 기관차 엔진처럼 튼튼했고, 그의 두 다리는 무쇠처럼 단단했다.

1992년 열아홉의 나이에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5000m, 10000m를 석권하며 세계무대에 얼굴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에겐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다르다면 트랙 위를 달린다는 것뿐, 날마다 학교 오가는 것과 똑같았다. 오히려 왼손에 책보가 없어 허전했다. 가슴 한쪽에 구멍이 뻥 뚫린 것 같았다. 그래서 트랙에서도 왼손은 늘 책보를 쥔 듯한 자세로 달렸다. 사람들은 왜 왼손을 구부정하게 늘어뜨린 자세로 달리느냐며 수군댔다. 하지만 남이 뭐라던 그건 알 바 아니었다. 스무 살 때인 1993년부터 95, 97, 99년까지 세계선수권 1만m 4회 연속우승. 96애틀랜타, 2000시드니올림픽 1만m 우승. 크로스컨트리, 5000m, 1만m에서 24번 세계기록 작성. 그 앞엔 거칠 것이 없었다.

세계 마라톤은 1908년 미국의 존 하예스가 2시간55분18초의 공식 기록을 세운 이래 올해로 딱 101년째. 101년 동안 51분19초가 빨라졌다. 1988년 4월 2시간7분 벽이 깨진 뒤(에티오피아 벨라이네 딘사모, 2시간6분50초) 11년6개월 만에 2시간6분 벽이 깨졌고(99년 10월. 미국 할리드 하누치. 2시간5분42초), 2시간5분 벽이 무너진 것은 그보다 훨씬 짧은 4년 만(2003년 9월. 케냐 폴 터갓. 2시간4분55초)이다.

결국 2시간4분 벽도 5년 만에 게브르셀라시에에 의해 깨졌다. 2시간3분 벽은 언제 깨질까? 게브르셀라시에는 “난 2시간3분대까진 뛸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베를린에서 그렇게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한다. 아마 그럴 것이다. 적어도 2시간3분 벽, 아니 2분 벽은 머지않아 그 아니면 완지루에 의해 깨질 가능성이 높다.

스포츠 생리학자들은 ‘2시간 벽은 깨지겠지만 1시간55분 때까지 근접하진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켄터키주립대 존 크릴 교수팀은 날씨, 코스, 러닝화 등 최적의 조건으로 시뮬레이션할 경우 마라톤 풀코스 한계기록이 1시간57분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1시간57분에 풀코스를 뛰려면 100m를 16초63에 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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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성 동아일보 스포츠 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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