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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기의 골프경영

간 큰 골퍼들이 무섭다

  • 윤은기│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경영학 박사 yoonek18@chol.com│

간 큰 골퍼들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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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큰 골퍼들이 무섭다

벌거벗은 채 샷을 준비하는 스웨덴 출신 골퍼 헨리크 스텐슨.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CA챔피언십에서 나온 진풍경이다.

선진국이란 무엇인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정석대로 일을 처리하는 것, 작은 일에 감동 받고 작은 일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 작은 성취에서도 보람을 느끼고 인정해주는 것, 상식이 통하고 존중받는 것, 이런 것이 바로 선진국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골프장에 오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중산층 이상 생활을 한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요즘 골프장 문화까지 통이 커진 것은 애석한 일이다. 골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룰을 지키고 좋은 매너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골퍼들은 골프 룰은 잘 모르는 채 내기 룰만 화끈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내기 금액도 만만치 않다.

조폭 게임 하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하는 것보다는 골프장 곳곳에 피어 있는 야생화를 보면서 행복을 느끼고 풀벌레 한 마리를 보면서 생명의 신비를 느낀다면 얼마나 좋을까!

예전에는 18홀을 끝내고 탕 안에 앉아 지긋이 눈을 감고 있는 골퍼가 많았다. 이분들에게는 탕이 바로 라운드 후에 마음을 정리하는 19홀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 탕 안에서는 재래시장보다 더 소란한 소음이 난무할 뿐이다.

요즘 나는 골프장에서 간이 작은 사람, 그리고 통이 작은 사람을 만나면 너무나 반갑고 존경스럽다.



‘어느 골프장이 최고 명문 골프장입니까?’

나는 SBS 골프TV에서 ‘명클럽, 명코스’를 진행하기도 했고 J골프에서 명사들과 라운드하며 대담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그리고 골프잡지사의 의뢰로 전국의 ‘명문 골프장 탐방기’를 쓴 적도 있어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골퍼가 많이 있다. 그러나 이 질문에 답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기준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코스의 정통성, 난이도, 환경친화성, 코스관리능력, 회원관리와 서비스 수준, 부킹과 접근성, 경영의 선도성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순위는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베스트 골프장의 중요한 기준으로 나는 ‘회원들의 매너’를 중시하고 있다.

벙커가 깨끗해야 일류 골프장

‘그 골프장에는 어떤 사람들이 오나?’

수준 높은 사람들이 오는 골프장이 명문 골프장이다. 수준이 높은 골퍼는 공만 잘 치는 사람이 아니다. 매너(M), 패션(F), 기술(S)이 좋아야 한다. 아무리 골프실력이 좋아도 매너가 나쁘면 좋은 골퍼가 아니다. 복장 또한 자기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을 배려하는 요소가 강한 만큼 골프장의 문화에 맞춰 단정하고 세련되게 입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즘 나는 베스트 골프장인지 아닌지를 점검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벙커를 살펴보고 있다. ‘벙커가 잘 정돈된 골프장.’ 이게 바로 베스트 골프장이다.

언젠가 타이거 우즈가 한 말이 있다. “골프 룰을 하나만 바꾸라면 나는 디봇에 들어간 공은 옮겨놓고 치도록 하고 싶다.”

페어웨이로 잘 친 공이 다른 사람이 만든 디봇에 떨어져 있으면 억울하고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똑같은 이유로 벙커의 울퉁불퉁한 모래 속에 공이 떨어진 것도 억울하고 불유쾌한 일이다.

디봇은 곧바로 고칠 수 없지만 벙커모래는 고무래로 금방 깨끗하게 정돈할 수 있다. 그러니까 벙커는 반드시 곧바로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벙커 정리는 모든 골퍼가 스스로 할 때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골프장 직원들에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깨끗한 벙커 상태가 유지되려면 반드시 지켜야 할 룰이 있다.

첫째, 벙커에 들어가거나 나올 때는 반드시 출입구를 이용해야 한다. 공과 가장 가까운 거리이며 경사가 심하지 않은 곳으로 들어가고 나와야 한다.

둘째, 모래는 정성껏 골라서 다른 골퍼들에게 지장을 주지 말아야 하고 반드시 스스로 정돈한다.

셋째, 고무래는 공의 진행방향에 지장을 주지 않는 위치에 올바른 방향으로 놓아야 한다.

넷째, 벙커샷 룰을 잘 지켜야 한다.

골프채는 절대 모래에 대지 말아야 한다. 몇 년 전 초보자인 동반자 한 분이 벙커에 들어가더니 모래를 쳐내면서 연습 샷을 서너 번 했다. 그리고 벙커샷을 세 번 실수 하더니 네 번째 샷이 그린 위에 올라가니까 모래를 찍어대면서 좋아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우리는 경악했고 그 사람을 초청한 친구가 무안해 하면서 조용히 사과하던 일이 생각난다.

최고의 골프장은 벙커 정리가 잘된 곳이고 최고의 매너를 지닌 골퍼는 다른 골퍼를 위해 아름다운 벙커를 유지하는 사람이 아닐까!

최근 ‘디테일의 힘’이라는 책이 잘 팔리고 있다. 이 책에서 주는 메시지는 간단하지만 명료하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작은 부분에서 허점이 생기면 경쟁력을 잃기도 하고 입찰에서 탈락하기도 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허사가 된다는 점이다.

100-1=? 이때 답은 99가 아니라 0이라고 주장하는 메시지는 새겨볼 만하다. 99까지 만들어놓고도 1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전체가 무너진다. 그러니까 선진국으로 갈수록 작은 부분에 정성을 기울이는 디테일의 힘이 필요한 것이다. 간이 너무 커지면 디테일을 무시하기 쉽다는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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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기│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경영학 박사 yoonek18@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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