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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기 골프경영 17

골프는 상대방을 기쁘게 해주는 운동이다

  • 윤은기│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경영학박사│

골프는 상대방을 기쁘게 해주는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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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장으로 나를 불러주는 지인들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 골프장으로 나를 불러주는 선후배들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결정적인 순간 아슬아슬하게 OB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 먼저 상대방을 기쁘게 해주고 상대방이 기뻐하면 함께 기뻐하자. 그러면 필드에서도 행복해지고 삶도 행복해질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잘 맞은 공이 아슬아슬하게 OB(out of bounds)선상으로 날아가면 공을 친 사람의 얼굴은 사색이 되고 동반자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도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한 타에 1만원씩 내기를 하는 스트로크 방식이나 OECD 룰에 걸려서 OB가 났을 때 벌금을 내는 경우에는 특히 그 정도가 심해진다.

골프장에서 OB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점수도 망가지고 돈도 잃기 때문이다. 또 상대방이 OB를 내면 대개 좋아한다. 역전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여 년간 나 자신도 OB와의 싸움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초보 때는 OB를 한 번 내느냐 두 번 내느냐에 따라 점수가 달라졌고 좀 잘 치게 된 후에는 OB를 냈느냐 안 냈느냐가 그날 점수와 내기 돈을 좌우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OB에 대한 내 관점은 180도 바뀌었다. 드디어 OB를 즐기게 된 것이다. 물론 OB를 내는 횟수도 늘어났다.

OB가 난다는 것은 우선 드라이브 샷의 거리가 어느 정도 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210야드 비거리는 OB가 잘 나지 않지만 230~250야드를 날리면 OB도 늘어나기 쉽다. 특히 우리나라 산악형 골프코스에서는 장타가 OB를 내기 쉽다. 아주 악성 OB만 아니라면 OB는 비거리가 장타라는 증표가 된다.

OB 한 방의 위력

OB의 진짜 묘미는 상대방을 기쁘게 해주는 데 있다. 결정적 순간에 OB가 나면 동반자 3명은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대기업 회장이든, 교수든, 변호사든, 의사든 관계가 없다. 평소 인품과 지식이 만만치 않은 분들인데도 얼굴 가득 기쁨이 배어 있다.

경제학자와 심리학자들이 모여서 계산한 내기 돈의 심리적 가치는 약 30대 1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골프장에서 내기할 때 1만원의 가치는 시중에서 약 30만원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1만원을 따면 30만원을 따는 것이고 3만원을 따면 90만원을 따는 셈이니까 내기할 때는 심리적, 정서적 반응도 30배 정도 커지는 셈이다.

올해 들어 골퍼들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해보았더니 묘한 결론이 나왔다.

‘골프장에서 가장 기쁜 일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렇다.

‘내가 버디했을 때 그리고 상대방이 결정적 순간에 OB를 냈을 때’

마침내 나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골프장에서 나 스스로 기뻐할 일은 버디를 하는 일이요, 상대방을 기쁘게 해주는 일은 아슬아슬하게 OB를 내주는 일이다.

물론 점수가 엉망이 될 때에는 벙커샷을 두세 번 하는 일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상대방들도 안쓰러운 마음으로 바라보게 마련이다. OB가 상대방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려면 결정적 순간에 화끈하게 맞은 공이 아슬아슬하게 OB가 나야 한다.

몇 년 전 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와 필드에 자주 나갔더랬다. 한 교수는 이븐파 전후를 칠 수 있는 고수이고 탁월한 골프 이론가다. 나는 그 당시 80대 초·중반을 치는 실력이었다. 핸디캡을 조정한 후 내기를 해도 결국 한 교수의 실력을 당하긴 어려웠다.

그래도 한 교수와 골프를 하면 기분이 좋았을 뿐만 아니라 골프가 끝나기 무섭게 곧바로 다음 라운드를 예약하곤 했다.

이유는 역시 아슬아슬한 OB 한 방에 있었다. 한 교수는 결정적 순간에 OB를 한 방씩 냈는데 매우 의도적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깨닫게 되었다.

그때 우리 동반자들은 “고수도 실수할 때가 있구나!”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구나!”를 외치며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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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기│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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