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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오심 역사

오심도 축구의 일부다? 그 거짓말은 참말!

  • 장원재│축구평론가. 경기 영어마을 사무총장│

오심도 축구의 일부다? 그 거짓말은 참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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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컵은 모든 축구 선수의 꿈이다. 유소년 시절부터 이어져온 인고의 세월. 개인 훈련과 팀 훈련을 묵묵히 이겨낸 성실한 선수들만이, 그것도 운이 따르는 선수들만이 월드컵 본선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그런데 한순간 심판의 착오는 모든 것을 무위로 날려버릴 수도 있다. ‘오심도 축구의 일부’라고 쉽게 말들을 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보다 더 억울한 일도 없을 터이다.
오심도 축구의 일부다? 그 거짓말은 참말!

오심 남발 심판들 당신, 레드카드야!

2010 남아공 월드컵대회 내내 끊이지 않았던 오심 논란을 두고 국제축구연맹(FIFA)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째, 이번 대회 들어 오심이 증가한 것이 아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오심은 언제나 잔류수준 이하로 일어나는데, 중계기법의 발달로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게’ 되었다는 점이 핵심이다. 다시 말하면 이전에는 선수, 심판 그리고 축구 팬들이 모르고 넘어갔을 법한 일들이 문제로 부각된다는 것이다.

둘째, 현대 축구의 전술적 특징에 기인한 문제. 최전방 공격수와 최후방 수비수 사이의 간격과 종심(縱深)이 얇고 빽빽한데다 상대 팀 선수들까지 좁은 공간에 몰려 있고 순간 스피드가 빨라진 것이 2000년대 축구의 모형인데, 이러한 상황에서는 심판이 오심을 저지를 확률이 다소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견해다.

셋째, 사후약방문 격이기는 하나, FIFA는 경기 후 비디오 정밀 판독을 통해 오심을 가려내고 피해당사국들에 공개 사과를 하고 있으며, 오심 판정을 내린 심판을 상위 라운드에 배정하지 않는 등 나름대로 재발방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덧붙여 말하자면, 오심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골 판정인데, 골의 인정 여부와 관련해 승부가 뒤집힌 사례가 거의 없다고 본다.

경기 흐름 뒤바꾸는 오심

과연 그럴까? 먼저 마지막 변명에 토를 달아보자. 한국의 대(對)아르헨티나전의 세 번째 골은 오프사이드가 분명하지만, 그 골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승패가 결정되었으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축구에는 ‘흐름’이라는 것이 있다. 아르헨티나의 네 번째 골은 보너스다. 1-3으로 승부가 사실상 결정된 뒤 한국 수비진이 집중력을 잃어버린 결과로 나온 골이라는 뜻이다. 종료 10분을 남긴 상태에서 1-2와 1-3이 갖는 의미는 천양지차다.

승패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골 득실차이다. 만약 이 경기가 한국의 1-2 패배로 끝났다면 대 나이지리아전은 완전히 다른 맥락에서 진행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3득점 4실점의 대한민국은 실전에서 ‘지면 무조건 탈락’이라는 비장한 결론을 마주하고 파부침주(破釜沈舟·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 살아 돌아오기를 기약하지 않고 결사적 각오로 싸우겠다는 굳은 결의를 비유해 이르는 말)의 심정으로 결전했는데, ‘한 골 차로 지더라도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과 ‘비기거나 이겨야 하는 상황’의 차이를 만든 것이 바로 아르헨티나의 ‘오프사이드 골’이다.

그런데 한국 축구는 비슷한 상황에서 도움 판정을 받은 일이 있다. 2006년 월드컵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과의 어웨이 경기. 본프레레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여러모로 산고를 겪고 있었다. 1차 예선을 힘겹게 넘어섰고 부상선수 속출, 빈번한 장거리 비행이 포함된 일정 등으로 선수단의 사기는 평균 이하였다. 월드컵에 못 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암세포처럼 번지는 지경이었다.

타슈켄트에서 벌어진 일전에서도 우리는 무력했다. 한 골을 먼저 허용하고 별다른 찬스를 만들지 못한 채 시종일관 끌려 다녔다. 기적의 한 발이 터진 것은 종료 10초 전이다. 교체멤버 김두현이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 측면에서 왼발 대각선 땅볼슛을 발사했다. 수비진 사이를 헤집으며 나아간 공은 골키퍼 왼편 골대 하단을 맞고 튕겨 나왔는데, 최전방 공격수 박주영이 득달같이 달려들며 수리가 먹이를 낚아채듯 공을 골 안으로 밀어 넣으며 동점골을 뽑아냈다. 수비수 두 명이 몸을 던지는 육탄태클로 박주영의 슛을 막았으나, 공은 두 사람 사이를 절묘하게 빠져나가며 네트를 출렁였다. 하지만 이 골은 명백한 오프사이드다.

김두현이 슛을 날릴 당시 박주영의 위치는 우즈벡 골키퍼와 최종 수비수 사이였다. 주심과 선심이 오심을 저지른 까닭은 둘이다. 첫째, 워낙 극적인 순간에 터진 골이라 순간적으로 판단할 기회를 놓쳤다는 것. 둘째, 골대를 맞고 튕겨 나오는 공은 후진패스처럼 보인다는 점. 축구 교범은, 공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경우 심판은 골대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판정하라고 가르친다. 예컨대 페널티킥이 골대를 맞고 나왔다면 키커는 이 공을 다시 찰 수 없다. 프리킥 상황에서 키커가 두 번 연달아 공을 찰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동일한 맥락에서, 연결 플레이의 경우 공이 골대를 맞고 나온다 하더라도 슛이 이뤄진 시점에서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던 선수가 공을 건드릴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골대를 맞은 공은 각도상 후진패스처럼 보이므로, 심판의 착시현상이 생각보다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또 골키퍼가 미세하게라도 공을 건드렸다면 오프사이드는 성립하지 않는데, 바로 이 점이 심판을 망설이게 하는 또 하나의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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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축구평론가. 경기 영어마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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