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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기록 세우고 포상금 달라 했더니 ‘어린 놈이 돈 밝힌다’더라”(전직 국가대표 선수)

‘수영 영웅’ 울리는 대한수영연맹

  •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한국신기록 세우고 포상금 달라 했더니 ‘어린 놈이 돈 밝힌다’더라”(전직 국가대표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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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올림픽 1년 반 지나 박태환 포상금 지급
  • ● 한국신기록 세우고 포상금 못 받은 일 많아
  • ● 선발전 기록 대신 ‘자체 위원회’에서 국가대표 지명
  • ● 연맹 후원 브랜드 수영복 강요
“한국신기록 세우고 포상금 달라 했더니 ‘어린 놈이 돈 밝힌다’더라”(전직 국가대표 선수)

2012년 런던 올림픽 남자 400m 자유형에서 실격 번복 뒤에 은메달을 딴 박태환 선수.

대한민국 수영의 간판 박태환 선수와 대한수영연맹(이하 수영연맹)의 갈등은 이미 여러 차례 이슈화됐다. 특히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은메달 2개를 딴 박태환에게 수영연맹이 약속한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고, 이듬해 국가대표 명단에서 박태환을 제외하면서 갈등이 더욱 두드러졌다.

런던 올림픽 선수단장을 맡았던 이기흥 수영연맹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박태환이 올림픽 이후 꿈나무를 대상으로 한 연맹 행사에 참가하지 않고 런던에서 ‘빨리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하는 등 대표선수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박태환 측은 “경기를 마치고 몸살에 걸려 힘든 상황에서도 런던에서 메달리스트로서 일정을 소화했고 연맹 주관 행사는 미리 알려주지 않아 갈 수 없었다”며 “도대체 박태환이 품위 손상한 게 뭐가 있느냐”고 맞받아쳤다.

2013년 6월 박태환은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2012년 런던 올림픽 실격판정 번복에 연맹이 도움을 줬는지 몰랐다. 포상금 미지급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듣지 못하고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며 “나는 수영연맹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것 같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박태환은 대한민국 수영 국가대표 선수가 아니다. 수영연맹은 박태환을 국가대표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박태환이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운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운동 종목대부분의 경우 국가대표 선수가 기량 향상을 위해 선수촌 밖에서 자체 훈련하는 것을 허가한다.

런던 올림픽 직후 후원사 SK텔레콤과 결별한 박태환은 현재 자비로 전담팀을 꾸려 호주에서 훈련 중이다. 국가대표 선수일 때도 정부에서 제공한 국가대표 수당(하루에 1만 원 수준) 외 별도 훈련비 지원은 받지 못했다.

박태환은 3개월마다 비자 연장을 위해 한국에 오지만, 서울에는 운동할 수영장이 없어 열흘 이상 머무를 수 없다. 전직 수영연맹 관계자는 “수영연맹은 박태환의 훈련 공간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수영연맹은 “그렇다면 국가대표 선수들이 운동하는 진천선수촌으로 들어오면 될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사재를 털어 박 선수를 후원하는 수학강사 우형철 씨는 “호주 훈련이 익숙한 선수에게 진천선수촌만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국에서 기록이 제일 좋은 선수가 서울에 훈련할 수영장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포상금 대신 영수증만

한편 수영연맹의 포상금 미지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0년 베이징아시아경기대회 배영 200m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1990년대 한국 수영을 이끈 지상준 감독은 현역 시절 수십 차례 한국신기록을 세웠지만 포상금을 받은 기억이 거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배영 종목에 출전했고 9차례나 한국신기록을 경신한 성민 전 국가대표 선수 역시 “한국신기록을 수립하면 포상금 100만 원이라는 규정이 있었음에도, 수영연맹 측에서 약속한 포상금을 준 적이 거의 없다”며 “특히 2005년 터키에서 열린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남자 50m 배영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은메달을 땄는데, 경기 전에 분명히 포상금이 있다고 했지만 귀국 후에는 ‘포상금 책정이 안 돼 있다’는 말만 들었고 결국 포상금을 못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영연맹 측에서 포상금을 주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회 경기에서 신기록을 세우면, 시상식 때 관중 앞에서 수영연맹 관계자가 선수에게 흰 봉투를 준다. 관객은 그 안에 당연히 포상금이 들어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영수증뿐이다. 이후 사무국에 영수증을 제출하며 포상금을 달라고 했더니 ‘아직 예산 책정이 안 됐다’ ‘한꺼번에 지급하겠다’며 미루기만 했다. 이에 대해 항의하자 한 수영연맹 임원은 나에게 ‘왜 이렇게 어린 놈이 돈을 밝히냐’며 역정을 낸 적도 있다.”

수영연맹은 “현재는 한국신기록 수립애 대해서는 포상금이 없고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같은 국제대회에서 수상할 때만 포상금을 지급한다. 관련된 별도의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한 실업팀 감독은 “운동만 해서는 생활하기 어려운 선수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포상금은 아주 중요한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수영연맹 측은 2월 중순 박태환에게 런던 올림픽 포상금 5000만 원을 지급했다. 런던 올림픽이 끝난 지 꼬박 1년 반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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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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