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호

경기장·교통·예산 총체적 부실 조직위·강원도·문체부 불협화음

평창동계올림픽 빨간불!

  •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입력2014-08-21 15: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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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곳간 열쇠 쥔 문체부 ‘경제올림픽’ 압박
    • 힘없는 강원도 ‘올림픽 유산’ 다 잃을 판
    • 김진선 사퇴 후 정부 몫 수석부위원장 신설 논란
    경기장·교통·예산 총체적 부실 조직위·강원도·문체부 불협화음

    2월 24일 제22회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이석래 평창군수(오른쪽 두 번째)가 오륜기를 흔들었다.

    2011년 7월 6일 ‘더반의 기적’을 기억하는가.

    3수(修) 끝에 평창이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되자 온 국민은 환호했다. 특히 저축은행 사태와 고물가로 인한 서민경제 악화로 정부 여당의 지지율이 급락한 상황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는 당시 이명박(MB) 정권에 대형 호재로 작용했다.

    그 후 3년. 지금 평창에는 그날의 영광은 간 데 없이 우려와 한숨만 남았다. 지난 7월 21일, 올림픽 유치에 크게 기여하고 유치 후에도 대회 준비를 지휘해오던 김진선 2018평창겨울올림픽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 위원장이 갑자기 사퇴한 데 이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철도, 경기장 등 인프라 시설 건설 계획이 크게 축소된 것. 이를 두고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4년을 앞둔 시점에 문화체육관광부와 조직위, 강원도의 힘겨루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제 와서…” “아직 안 늦었다”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 중 강릉에 신설되는 경기장은 4곳(스피드스케이팅, 피겨쇼트트랙, 남자아이스하키, 여자아이스하키). 총 사업비는 4371억 원 규모로 그중 3280억 원(75%)은 국비로 지원되고 1091억 원(25%)은 강원도 지방비로 메워야 한다.



    지난 5월 셋째 주, 해당 4개 경기장에 대한 설계를 마치고 6월 3일 시공사 선정을 앞둔 상황에서 문체부는 강원도에 “스피드스케이팅, 남자아이스하키 경기장은 최소비용 건축 후 대회 이후 철거하고, 나머지 2개 경기장은 규모를 감축해 설계·시공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경기장이 해외 사례에 비해 과다 설계됐고, 합리적 사후 활용 방안이 없으며, 사후 운영비 부담이 과중하다는 이유였다.

    문체부는 경기장 설계 및 시공 변경을 통해 공사비 750억 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강원도와 조직위는 “설계가 완성돼 이미 70억 원이 넘는 설계비가 지급됐고 사후활용방안은 이미 논의했다”며 반발했지만 문체부는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압박했다.

    조직위는 이미 지난해 4월 한국관광개발연구원에서 수행한 용역을 근거로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워터파크로 개조하고 남자아이스하키장은 해체 후 원주로 이전하는 ‘사후 계획’을 세우고 이에 맞는 설계를 의뢰했다. 하지만 문체부는 1년 뒤에서야 “강원도에 워터파크가 6곳(건설 예정 포함)이라 현실성이 없고 원주 이전비용이 600억 원이나 들어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문체부에서 갑자기 ‘워터파크는 경제성이 없으니 대안을 내놓으라’고 했다. 심지어 조직위에 ‘지난 3년간 사후 계획도 제대로 생각지 않고 뭐했냐’고 몰아세웠다”고 전했다.

    해당 경기장 사후활용계획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12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평창동계올림픽의 사후활용계획을 검토한 결과 과거 동계올림픽 대회의 사후활용계획과 유사하며, 개최지의 인구규모, 소득수준을 감안하면 양호한 운영수익을 창출할 것이라 예견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강원도 측은 “재정자립도가 21%에 불과한 강원도는 공격적인 대책을 세울 수가 없었다. 그나마 워터파크로 수정해 경제적 활용을 하자는 것이 최선이었다”고 답변했다.

    220억 vs -755억

    문체부는 해당 공문에서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을 워터파크로 활용했을 때 수익구조 분석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문체부가 ‘민간개발회사’에 자문해 검토했다고 밝힌 바에 따르면 예상 투자비는 845억 원, 예측 수요는 30만 명, 그로 인해 10년간 755억 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13년 6월 강원도가 용역 조사 후 발표한 예상 운영 수익(220억 원)과 1000억 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강원도와 문체부가 예측한 워터파크 수요, 이익이 이처럼 차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홍창의 관동대 경영대학 교수는 “사실 가장 못 믿을 것이 관광 통계다. 교통 인프라, 주변 환경, 경쟁지 발생 등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원하는 결론에 맞춰 통계를 만들기에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우상일 문체부 체육국장에게 해당 자료에 나온 ‘민간개발회사’가 어디냐고 묻자 우 국장은 “정식 용역을 의뢰한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조규식 강원도 올림픽추진본부장은 “문체부가 정식 용역도 실시하지 않은 채 몇몇 자문위원, 교수한테 확인한 걸 가지고 ‘최소 면적으로 지으면 면적이 20% 줄고 공사비는 40% 준다’고 주장했다”고 비판했다.

    강릉에 지을 남자아이스하키 경기장은 경기를 치른 후 원주로 이전·재설치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이전하지 않고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문체부는 “원주로 이전하는 데만 600억 원이 소요돼 경제성이 떨어지고 원주에서 받지 않겠다는 의견이 있어 그냥 철거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체부의 주장과 같이 애초 해당 경기장은 “1079억 원의 혈세를 들여 지어 17일간 올림픽을 치른 후 600억 원을 들여 이전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아이스하키 경기장을 둘러싼 ‘갈등의 역사’를 아는 사람들은 이런 결정에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다. 2012년 11월 원창묵 원주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아이스하키 경기장을 원주에 지어달라”고 제안했다. 그는 “이전비용을 낭비하지 말라. 원주에 지어주면 대회 후 K-pop 상설 공연장으로 쓰고 한라대 아이스하키팀이 이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원주시는 아이스하키 경기장을 유치하면 대회 기간에는 아이스하키 선수단과 관광객이 원주를 찾을 것이고, ‘동계올림픽 개최지’라는 명성을 얻게 되는 동시에 이후 관광사업에도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조직위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제출한 운영계획서에 이미 강릉에 짓겠다고 했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원도 관계자는 “사실 이전비용 600억 원은 2012년 원주시가 사설 업체에 용역을 줘 나온 수치로, ‘이전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보여주려 부풀린 흔적이 있다”며 “정부가 2012년에는 이전비용에 대해 얘기해도 듣지 않더니, 이제 당시 원주시의 논리를 이용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 유치라는 직접 효과를 보지 못한 원주시에 사후 경기장 운영만 맡기는 애초 계획에 문제가 있었다”며 “처음부터 원주시에 아이스하키경기장을 짓기로 계획했다면…” 하고 아쉬워했다.

    69분 → 2시간

    가장 큰 논란은 문체부 결정대로 재설계를 하면 정상적으로 공사기한을 맞출 수 있는지다. 올림픽 개최 1년 전인 2017년 2월, 본래 해당 경기장에서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인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와 피겨4대륙 선수권대회를 열어야 한다. 하지만 재설계를 하면 공기를 맞출 수가 없다는 것.

    조직위는 “이미 결정된 테스트 이벤트를 개최하지 않으면 대회 준비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국가 신뢰도가 추락한다”며 재설계 불가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7월 15일 문체부가 “ISU가 2017년 2월 개최 예정인 테스트 이벤트를 강릉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개최할 수 있다는 답신을 보냈다”고 밝히면서 조직위의 반대 논리는 힘을 잃었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이 설계되는 데는 1년이 소요됐다. 설계 전에 지반검사, 교통검사 등 기초조사를 거치고 설계한 내용이 IOC, ISU 등이 정한 국제 기준에 맞는지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아야 하기 때문. 설계 전문가는 “공기를 맞추려면 설계·건설 시간을 최대한 단축해야 하고, 지반 특성상 문체부가 제안한 대로 경기장 위치를 바꾸거나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경기장 재설계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미 실시설계를 위해 IOC, ISU 등과 협의한 규모와 위치 등이 있기 때문에, 재설계를 하더라도 규모 축소에 따른 실익은 거의 없다는 것.

    “경제올림픽을 추진하자”는 구호에 반대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간 과도한 올림픽 투자로 막대한 적자를 떠안은 도시가 많았기 때문. 동계올림픽 유치 당시 ‘부채가 많은 강원도가 차질 없이 올림픽을 치를 수 있을까’라는 비관적 여론이 일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정부가 경기장 착공 한 달을 앞두고 “해체할 수 있게 설계를 다시 하라”고 지시한 것을 두고는 부정적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런 과정에서 조직위와 강원도, 문체부가 따로 놀고 있음이 극명히 드러났다는 관측이 많다.

    두 차례 실패에도 평창이 포기하지 않고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노력한 것은 바로 ‘올림픽 효과’ 때문이었다.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사회간접자본(SOC) 공사가 늘어 교통, 건설 등 인프라가 확충될 것이고 ‘관광도시’로서 이미지가 각인돼 아시아 지역의 겨울 관광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알펜시아, 오투리조트의 적자 탓에 하루에도 약 1억 5000만 원의 이자를 내는 강원도로서는 올림픽을 앞두고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강원도민이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 교통 문제다. 올림픽 유치 이후 강원도민은 “올림픽이 열릴 즈음 강원도의 교통 지도는 아주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쟁 프리젠테이션에서 유치위원회는 “인천국제공항에서 평창까지 KTX로 69분에 완주하도록 만들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인천공항-용산-청량리-원주-강릉을 오가는 열차를 신설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연구했다. 하지만 한정된 자산으로 개발을 추진하다보니 진행이 쉽지 않았고, 결국 원주-강릉 복선 전철을 건설하고 올림픽 기간에만 인천공항-서울-진부역을 오가는 KTX 무정차 특별열차를 일부 운행하는 안으로 절충했다. 이 열차가 운영되더라도 인천-진부는 최소 2시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진부역은 강릉 경기장에서 승용차로 20~30분 거리다. 최성재 강원도의원(새누리당)은 “교통 인프라가 좋아져야 관광수익도 올라갈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2017년 말 완공 예정인 원주-강릉 복선전철 건설을 위해 강원도는 내년 예산으로 1조2000억 원을 요청했지만 국토교통부는 이 중 4000억 원을 삭감했다. 홍 교수는 “2018년 2월 개막식을 앞두고 시험운행까지 마치려면 2017년 중순까지는 복선전철 건설을 완료해야 할 텐데 필요한 예산마저 깎는다. 기한 내 건설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거물’의 존재감이 부담?

    ‘미스터 올림픽’ 김진선 전 위원장 사퇴를 둘러싸고도 추측이 많다. 김 위원장이 6·4 지방선거 강원도지사 새누리당 경선에서 당이 추천한 인사가 아닌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을 지지해 정권 눈 밖에 났다는 설, 김 전 위원장이 계속 청와대 주요 보직 하마평에 오르자 견제를 받았다는 설이 나돈다. 최측근이던 문동후 전 부위원장이 감사원 특별조사국의 조사를 받은 것을 두고도 얘기가 많다.

    김 전 위원장이 사퇴 후 언론 인터뷰에 일절 응하지 않아 자세한 배경은 알 수 없으나, 정부가 조직위를 이끄는 그의 존재를 부담스러워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강원도와 조직위, 정부가 올림픽 준비를 두고 사사건건 부딪치는 가운데 3선 국회의원 출신이자 강원도지사 출신인 ‘거물’ 김 전 위원장이 ‘버티자’ 정부 방침을 관철하기 어려웠다는 것.

    정부가 그의 후임으로 새누리당 강원도지사 경선에 참여했던 정창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카드를 내놓은 것도 ‘정부와 호흡을 맞춰 일할 수 있는 사람’으로 봤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 전 사장은 국토해양부 제1차관, 국무조정실 심의관, 대통령비서실 비서관 등을 거친 행정가다. 결국 정 전 사장은 ‘낙하산 논란’으로 물러났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조직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조 위원장은 조직위에서 상징적 역할만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조 위원장은 내정설이 나돌자 보도자료를 통해 “한진해운 정상화 때문에 영광스러운 자리를 고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위원장은 8월 1일 취임 이후에도 한진그룹의 업무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고 조직위에 상근하지 않는다.

    김 전 위원장 퇴임 후 조직위에는 “수석부위원장 신설을 골자로 조직위 정관을 개정하자”는 여론이 일었다. 특히 문체부 측 인사들이 주도했다. 문체부 우 국장은 “상근할 수 없는 위원장을 대신해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강원도 측 인사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정부를 대변하는 ‘관피아’가 수석부위원장 자리에 올라 정부 방침대로 일을 추진할 거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실제 신임 수석부위원장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 사람은 곽영진 현 조직위 기획행정부위원장 및 사무총장이었다.

    “소통이 안된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해야 하는 주체는 세 집단이다. 대회 준비를 총괄하는 조직위, 경기장과 도로 건설 등 인프라를 담당한 강원도, 그리고 재정 지원과 보증을 해야 하는 정부. 하지만 조직위와 강원도에서는 연일 “소통이 안된다” “정부가 비용의 75%를 댄다는 이유로 마음대로 하려고 한다” “이래서는 강원도가 올림픽을 개최하는 효과가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한 강원도 출신 인사는 “강원도민이 전체 인구의 3%밖에 안 되고 정치력이 약하다보니 이렇게 괄시를 받는다. 최근 정부가 영종도·제주도에 복합리조트 개발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는데 국가 관광의 메카인 강원도는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 이래서는 정부와 강원도가 ‘윈윈’하는 올림픽을 개최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체부는 “소통은 잘된다”며 말을 아꼈다. 3년 반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3자의 유기적인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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