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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벌, 왕따, 돈거래, 부당징계 스포츠 꿈나무에겐 꿈이 없다

‘복마전’ 체육계 비리 의혹

  •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파벌, 왕따, 돈거래, 부당징계 스포츠 꿈나무에겐 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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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국가대표 키워줄 테니 2000만 원 달라”
  • ● 선수 선발권 가진 체육연맹 “갑 중의 갑”
  • ● 훈련기간 중 ‘공개 애정행각’ 경고로 그쳐
  • ● 아시아경기대회 한 달 앞두고 싱크로 코치 바뀐 사정
파벌, 왕따, 돈거래, 부당징계 스포츠 꿈나무에겐 꿈이 없다
동계올림픽, 월드컵, 그리고 아시아경기대회까지. 올 한 해 유독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가 많았다. 하지만 매번 박수갈채 뒤에 쏟아진 것은 대한체육회 산하 각종 연맹에 대한 비판이었다. 실력보다 인맥, 파벌을 중시해 선수를 선발하는 등 공정하지 못한 관행 때문에 “박태환, 김연아의 최대 약점은 국적(國籍)”이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2월 박근혜 대통령이 “파벌주의, 줄세우기, 심판 부정 등 체육계 저변에 깔린 부조리를 밝혀내라”고 주문하면서 체육계에 강도 높은 자정(自淨) 움직임이 보이는 듯했다.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위원장을 맡은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가 개설됐다.

하지만 반 년이 지났음에도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한 야당 국회의원 보좌관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가 기소한 사건’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아마 기소 건수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OOO이 돈을 받았다’ ‘OOO은 부정하다’는 식의 투서가 많이 오는데 증거가 없다. 대부분 경쟁자가 보내는 익명의 투서”라고 전했다.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 직후 발행된 ‘신동아’ 3월호에는 대한수영연맹 비리를 파헤치는 심층 기사가 실렸다. 그간 수영연맹의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공정성 의혹이 있었고, 연맹이 선수들에게 공표된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고 특정 업체의 수영복 착용을 강요한 것 등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이 기사가 보도된 이후 많은 체육계 인사가 “우리 연맹 사정도 마찬가지”라며 연락을 해왔다.

“감독이 빚 독촉하듯 돈 요구”

지난 8월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고교 축구부원 학부모 26명에게 “자녀를 서울 소재 대학 체육특기생으로 입학시켜주겠다”며 11억7000만 원을 챙긴 혐의로 전직 대학 축구 감독, 대학 교수, 브로커 등 22명을 입건했다.

이와 같은 체육계 입시 비리는 매년 끊이지 않는다. 체육특기생 입시, 국가대표 선발 등에 금전이 오가는 사례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감독이나 연맹 관계자로부터 돈을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거나 실제로 돈을 줬다는 학부모의 증언을 다수 확보했다. 전직 국가대표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이렇게 고발했다.

“중학생 딸에게 운동을 전문적으로 시켜볼 생각으로 모 운동 클럽에 가입했다. 감독이 ‘해당 종목은 경쟁자가 많아서 이 아이 실력으로는 두각을 나타내기 어렵다. 대신 경쟁이 심하지 않은 다른 종목을 시키면 국가대표도 문제없다’며 ‘거래’를 제안했다. 어려운 형편이지만 딸의 미래를 위해 종목을 바꾸기로 했다. 그 후 감독은 ‘성공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연맹 임원, 대학 교수, 체육고 교사 등에게 돈을 주지 않고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며 2000만 원을 요구했다.

감독은 매일 아침 빚 독촉하듯 전화를 해서 달달 볶았다. 돈을 주지 않자 아이에게는 강습 시간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왕따를 시켰다. 훈련도 제대로 시키지 않았다. 겨우겨우 돈을 마련해 500만 원을 보냈지만 ‘나머지 돈은 왜 안 보내냐’며 괴롭힘이 계속됐다. 정말 지긋지긋했다.”

이 학부모는 결국 팀을 옮기기로 결정하고 감독에게 500만 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아이는 국가대표가 되긴 했다. 하지만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지 못했고 중간에 연고지를 바꾸는 바람에 훈련에도 차질을 빚었다. 딸의 순수한 열정을 응원하던 마음이 이제는 다 사라졌다.”

‘체육 꿈나무’는 누구나 국가대표를 꿈꾼다. 나라를 대표해 올림픽, 아시아경기대회 같은 세계 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연금과 포상금에 병역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국가대표라는 명함은 대학 입시에서도 플러스 요소가 된다.

“한 달만이라도 상비군에…”

우리나라는 체육특기생 선발을 대학 자율에 맡긴다. 체육특기생 제도를 운영하는 상당수 대학이 수시전형에서 국가대표, 상비군, 청소년대표 출신이거나 연맹에서 발행하는 우수선수 추천서를 제출한 학생을 우대한다. 정시전형에서도 고교 재학 중 전국 규모 대회 수상 실적을 제출하면 체력장 같은 실기시험이 면제된다. 정시전형의 경우 수능 최저 등급 기준을 충족해야 하기에 상대적으로 공부에 자신이 없는 체육특기생들은 수시전형에 ‘올인’한다.

국가대표 선발 권한을 가진 기관은 각 연맹이다.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경기대회 등 세계 대회가 있을 때는 별도의 ‘대표 선발전’을 열어 순위대로 뽑기도 하지만, 주로 연맹 임원들로 구성된 연맹 산하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선수의 전년도 랭킹 및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해 국가대표를 선발한다. 학부모들은 “대학을 가기 위해 국가대표 자격이 필요하고, 국가대표가 되려면 연맹에 잘 보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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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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