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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으로 도시 재건 伊 4대 관광지로 부활

동계올림픽 개최지 현지취재-이탈리아 토리노

  • 토리노=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올림픽으로 도시 재건 伊 4대 관광지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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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우리는 더 이상 피아트(Fiat)가 아니다”
  • ● 로마, 피렌체, 베니스 다음으로 관광객 많아
  • ● 아이스링크 뜯어내고 전시관, 콘서트장, 파티장…
  • ● “평창이 가진 게 뭔지부터 찬찬히 살펴라”
올림픽으로 도시 재건 伊 4대 관광지로 부활

토리노의 중심, 산 카를로 광장. 1650년에 완성된 곳으로 성당과 왕궁 등 중요 건축물이 카페, 부티크 등과 어우러져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와 가까운 말펜사 국제공항을 출발해 서쪽으로 향한다. 150km를 달리면 토리노(Torino)에 닿는다. 21세 안현수가 쇼트트랙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따낸 2006년 동계올림픽 개최 도시다.

국도를 빠져나와 A4번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오른쪽 차창 너머로 알프스 산봉우리들이 길게 늘어선 풍경이 펼쳐진다. 2006년 토리노 시내에선 빙상경기가, 토리노에서 차로 1시간 떨어진 알프스 산자락에선 설상경기가 열렸다.

토리노는 올림픽 전과 후로 나뉜다. 1899년 이탈리아 최초의 자동차 회사 피아트(Fiat)가 토리노에 세워진 이후 ‘피아트의 도시’로 통했지만, 올림픽을 계기로 관광도시로 거듭났다. 미슐랭 가이드는 토리노에 대한 평가를 ‘들러볼 만한 곳(worth the detour)’에서 ‘꼭 가볼 만한 곳(worth a trip on its own)’으로 격상했다. 토리노는 이탈리아에서 로마, 피렌체, 베니스 다음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4대 관광도시 반열에 올라 있다.

올림픽으로 도시 재건 伊 4대 관광지로 부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당시 설상 종목 선수들의 숙소가 마련됐던 세스테리에는 지금도 겨울스포츠 리조트로 인기가 높다(왼쪽). 토리노를 대표하는 건축물 몰레 안토넬리아나(가운데)를 위시한 토리노 시내.

낡은 시설 ‘재활용’에 초점

“올림픽이 토리노가 변화하는 기폭제가 됐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변화는 우리의 노력과 함께 천천히 나타났어요. 하루아침에 인기 관광도시로 환골탈태한 건 아닙니다.”

‘전략의 토리노(Torino Strategica)’ 사무실에서 만난 발렌티노 카스텔라니 전 토리노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전략의 토리노’는 2000년 그가 주도해 만든 협회로, 도시 재생 전략을 짜고 실천한다. 현재 대표는 피에로 파시뇨 토리노 시장이고 그는 부대표를 맡고 있다. 정부 기관과 기업, 대학, 각계 전문가들이 파트너로 참여한다. 토리노는 도시 재생의 수단으로 올림픽을 유치했기에 이 기관과 올림픽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1990년대 들어 피아트가 생산시설을 이탈리아 남부 및 국외로 옮겨가면서 토리노는 쇠퇴기로 접어들었다. 실업자가 늘고, 빈집이 생기고, 도시 시설물들은 낙후된 채 방치됐다. 이에 토리노는 2006년 동계올림픽을 유치, 이를 계기로 공항, 철도, 도로 등 도시 기반시설을 새롭게 단장했다. 지하철도 깔았다.

올림픽 시설물 역시 되도록 도시 재생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마련했다. 과거 피아트 공장지구이던 링고토(Lingotto)를 개보수해 쇼핑몰, 콘퍼런스센터, 호텔, 교육기관 등을 입주시키면서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링고토 오발(Lingotto Oval)도 이곳에 마련했다. 개·폐회식장으로 쓰인 올림픽 스타디움은 1933년 지어진 축구경기장을 개조한 것으로, 올림픽 이후엔 다시 프로축구단 AC 토리노의 홈구장으로 활용한다. 피겨·쇼트트랙 경기장인 팔라벨라(Palavela)도 1961년 건설된 박람회장을 개보수한 시설이다. 이러한 기간시설 및 경기장 마련 등에 10억2300만 달러(1조2000억 원)가 투입됐다.

올림픽 이후 토리노는 먼저 이탈리아인들이 주목하는 여행지가 됐다. 그리고 점차 외래 관광객을 확대해가는 중이다. 마르셀라 가스파르돈 토리노관광청 마케팅 책임자는 “올림픽 이전과 현재를 비교하면 관광객이 두 배로 늘었다”며 “해외 관광객은 30~40%로 유럽인이 다수이지만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오는 여행자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올림픽을 계기로 많은 사람이 토리노를 관광명소로 ‘재발견’ 했습니다. 낙후된 자동차 공장 말고도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된 거죠.”

그는 토리노를 “나이 든 귀족부인”에 비유했다. 토리노의 역사는 기원전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218년 카르타고의 한니발이 토리노를 침략했고 이후 로마의 지배를 받았다. 1861년에는 통일 이탈리아의 첫 수도가 됐다. 이런 역사를 배경으로 토리노 도심을 비롯해 도시 외곽에는 왕궁과 성당, 교회, 왕실의 별장 등 유서 깊은 건축물이 많다.

토리노는 라바자, 페레로로셰, 누텔라 등을 배출한 커피와 초콜릿의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토리노가 속한 피에몬테 주(州)는 이탈리아의 주요 와인 생산지다. 카이로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이집트 박물관, 피아트가 세운 자동차박물관, 국립영화박물관도 있다. 가스파르돈 씨는 “올림픽을 계기로 우리가 이렇게 많은 관광자원을 가졌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고, 이를 잘 활용하면 관광도시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인터뷰 | 발렌티노 카스텔라니 前 토리노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주민이 자신감 갖고 참여하게 해야”


올림픽으로 도시 재건 伊 4대 관광지로 부활
토리노 동계올림픽을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발렌티노 카스텔라니 전 토리노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이다. 토리노 폴리텍(Politecnico di Torino) 교수 출신인 그는 1993년 민선 1기 시장에 당선된 뒤 도시 재생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으며, 그 일환으로 동계올림픽 유치에도 적극 나섰다. 올해 75세인 그는 자신이 세운 ‘전략의 토리노’ 부대표를 맡아 여전히 현역으로 토리노 지역 발전에 참여하고 있다.

-왜 ‘전략의 토리노’를 만들었나.

“알다시피 지방정부는 선거로 구성된다. 임기 내 완료를 목표로 당장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을 갖기 힘들다. 지역 발전이 성공하려면 하향식(top down)이 아니라 상향식(bottom up)이어야 한다. 정부, 기업, 시민 등 여러 주체가 목표에 공감하고 각자 책임의식을 갖고 협동해야 한다. 이런 공론의 장 구실을 하며 도시 재생 전략을 이끌어가는 곳이 ‘전략의 토리노’다.”

-올림픽 효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내가 시장이 됐을 때 피아트가 이 지역에서 상당 부분 철수해 실업률이 12%나 됐다. 당시 국가 전체 실업률보다 2배나 높은 수치였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당면 과제였다. 우리는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 말고는 가진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올림픽을 계기로 새로운 가능성이 있음을 깨닫게 됐다. 관광산업이 그 하나다.”

-올림픽 이후 토리노가 인기 관광도시로 부상한 비결은.

“내가 2001년 시장에서 물러난 뒤 2명의 시장이 더 배출됐는데, 셋 모두 여러 주체가 협동해 도시 재생을 이뤄나간다는 정책을 동일하고도 꾸준하게 추진한 덕분이라고 본다. 한 예가 국립영화박물관이다. 토리노는 영화산업이 발달해 영화 관련 물건이 창고에 가득 쌓여 있었다. 그리고 토리노의 가장 기념비적인 건축물 몰레 안토넬리아나(Mole Antonelliana, 1889년 완공된 유대교회당)는 텅 비어 있었다. 여기에 국립영화박물관을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여러 주체가 협동해 2000년 국립영화박물관이 개관했다. 이 박물관은 현재 토리노의 중요 관광자원 중 하나다.”

-올림픽경기장 사후 활용이 동계올림픽 개최지마다 골칫거리다.

“경기 준비와 사후 시설물 활용은 올림픽 개최 이전에 함께 준비해야 한다. 올림픽이 끝나고 하려면 이미 늦다. 토리노도 사전에 완벽하게 사후 활용을 준비하진 못했다. 잘 활용되는 시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것들도 있다. 평창은 사전에 많은 준비를 하기를 바란다.”

-올림픽 개최를 2년 앞둔 강원도에 조언을 한다면.

“강원도의 가장 중요한 미션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이다. 성공한 올림픽이란 세계인들이 강원도에 대해 좋은 추억을 갖는 것이다. 이는 강원도 사람들이 올림픽에 즐겁게 참여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강원도와 조직위가 일반인이 올림픽에 긍정적이고도 자신감 있는 마인드로 참여하게끔 다양한 노력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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