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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량 자랑 말고 ‘야구 자체’ 가르쳐라”

‘국민감독’ 김인식, 한국 야구를 論하다

  • 이영미 | 스포츠 전문기자 riveroflym22@naver.com

“훈련량 자랑 말고 ‘야구 자체’ 가르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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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책가방 들고 등교해 수업부터 듣게 해야
  • ● 가슴 따뜻해야 좋은 지도자
  • ● 야구 본질 모르는 선수 많다
  • ● 비난 감수하는 게 승부 세계
“훈련량 자랑 말고 ‘야구 자체’ 가르쳐라”

조영철 기자

국민감독 김인식(69).    
       
그를 표현하는 수식어 중 ‘국민감독’ 만큼 어울리는 게 또 있을까. 지난해 11월 세계 12강이 겨룬 프리미어12 대회에서 한국 국가대표팀이 정상에 우뚝 섰다. 대표팀이 구성되기까지 갖가지 난제로 운영 자체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와 그의 팀은 일본, 미국을 격파하고 값진 우승을 차지했다. 1990년 쌍방울 레이더스 창단 감독으로 시작한 감독 인생은 어느새 26년을 맞았다. 김 감독은 우승 반지 셋을 갖고 있다. 둘은 OB(1995년)와 두산(2001년) 시절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받은 것. 다른 하나가 프리미어12 챔피언 반지다.



‘건강한 팀’의 조건

▼  프리미어12 반지는 어땠습니까.

“좋더라고. 베어스 시절 받은 것보다 더 좋았어. 폼 나더군. 집 진열장에 잘 보관해뒀지.”

▼  어떤 반지에 눈이 더 가나요.

“한국시리즈와 국제대회 우승 반지는 의미가 다르지. 경중을 따질 순 없어도 의미에 차이는 있어. 고생 많이 해 우승을 차지한 반지에 눈이 더 갈 수밖에 없는데, 딱히 한 가지를 꼽을 수가 없네(웃음).”

▼  프리미어12는 준비부터 대회까지 숱한 에피소드가 있었죠. 특히 힘든 부분은 뭐였나요.

“선수들 모으는 과정이었지. 선발 과정에서 이런저런 얘기가 나왔고, 부상 선수들이 나오면서 대체 선수를 뽑게 되고…. 딱 거기까지 힘들었어. 선수들을 다 모은 뒤로는 큰 어려움이 없었어. 물론 이후에도 자잘한 문제는 있었지만 결과가 좋았으니까.”

▼  프리미어12는 시작 전부터 말이 많았어요. 올림픽이나 아시아경기대회처럼 큰 동기가 부여되는 것도 아니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의 출전 금지를 발표하면서 대회 수준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대표팀이잖아. 대회 수준이 어떻든 우린 태극 마크를 달고 뛰는 거라고. 어떻게 소홀히 하겠어. 소집 첫 날, 선수들 모아놓고 이런 얘기를 했어. ‘어깨에 태극기를 달았으니 본인의 명예도 중요하지만 나라의 명예도 중요하다’고. 대표팀에선 기술을 끌어올리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어려워. 그 나름 최고의 선수들을 모은 건데 기술적으로 뭘 가르치겠어. 대회 직전까지 선수들 컨디션 잘 올려서 경기 때 100% 넘는 실력을 발휘하도록 코칭스태프와 함께 노력했지. 대표팀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해요?”

▼  ….

“팀워크야. 피를 나눈 형제도 싸우고 다투는 마당에 성격이 다른 선수들이 모이면 크고 작은 충돌이 있을 수 있거든. 사전에 그런 일을 막으려고 신경을 많이 썼지. 서로 돕고 양보하자고 강조했는데, 그게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

▼  여러 선수가 생각날 텐데요, 고마운 선수를 꼽는다면.

“정근우랑 이대호지. 대표팀 고참인데 그 둘이 정말 최선을 다해 후배들을 이끌었어. 근우는 주장답게, 대호는 선배로서 후배들을 끌고 나갔지. 두 선수 노력 덕분에 시간이 갈수록 팀이 굉장히 단단해졌어. 대표팀뿐 아니라 어느 팀이건 제대로 굴러가려면 선수층이 다양해야 해. 신인만 많아도 안 되고, 고참만 수두룩해도 발전 가능성이 없지. 고참, 중견, 신인이 적절한 숫자로 구성원을 이뤄야 건강한 팀이 된다고.”



“국가 있고 야구 있다”

▼  대표팀 구성 전까지만 해도 동기 부여가 적은 프리미어12는 신인 위주로 치르는 게 맞지 않냐는 의견이 있었어요.

“그런 질문 정말 많이 받았어. 병역 혜택도 없고, 메이저리거도 안 나오는 대회인데 굳이 베테랑 선수들을 뽑을 필요가 있느냐고. 오히려 올림픽이나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를 염두에 두고 프리미어12는 연습용으로 치러야 하지 않겠냐고. 말은 좋지만, 국민 전체가 그런 상황을 이해하는 건 아니잖아. 야구 팬이 아닌 국민으로서 그 부분을 어떻게 이해하겠어. 결과가 좋지 않으면 누가 책임지나. 대표팀 경기를 연습용으로 치른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래서 각 팀 주전급 선수를 대거 뽑은 거야.”

▼  대회를 앞두고 어느 정도 기대했나요. 여론은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나도 기대 안했어. 국제대회를 WBC 통해 경험했잖아. 1회 대회는 뭔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치렀고, 2회 때는 경기하면서 자신감을 가진 편이지. WBC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출전하잖아. 그런 상황에서 우리 선수들이 어느 정도의 역량을 보여줄지 가늠이 안됐거든. 2회 대회부턴 경험이 있어선지 자신이 생기더라고. 부딪치면서 답을 찾자는 생각도 했고. 프리미어12도 비슷한 마음가짐으로 임한 게 좋은 결과로 나타난 거야.”

▼  각 팀의 일부 주전은 대표팀에 뽑히는 걸 부담스러워합니다. 행여 부상이라도 당하면 개인과 소속팀이 피해를 보니까요.

“2006년 1회 WBC에서 김동주의 악몽이 있었잖아. 그해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쳤다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을 김동주가 아시아 예선 1차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1루에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하다 어깨 부상을 당했어. 김동주는 그해 시즌 전반기를 통째로 날리고 2007년 시즌이 지나고 나서야 FA 자격을 취득했다고. 당시만 해도 대표팀에서 발생하는 불상사에 대한 특별한 장치가 없었어. 보험 처리와 관련한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고. 결국 소속팀이 감당해야 할 몫이더라고. 그럼에도 태극 마크를 다는 선수들은 국가관이 정립돼 있어야 해. 국가가 있어야 야구도 있는 거니까. 대표팀 맡을 때마다 내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야.”

김동주는 2006년 시즌 후 일본 진출을 염두에 뒀다. 타격왕 1회, 골든 글러브 2회 수상에 국내 선수 중 유일무이한 잠실구장 장외 홈런 경력을 자랑하던 김동주는 대표팀 4번 타자로 입지를 구축하며 승승장구했지만 1회 WBC 예선전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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