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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美 부시정권 출범과 한반도

“공화당은 민주당보다 훨씬 좋은 한국의 친구”

<인터뷰> 대릴 플렁크 美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 송문홍 songmh@donga.com

“공화당은 민주당보다 훨씬 좋은 한국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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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많은 한국인들은 부시 대통령이 미국의 대북정책을 변경하는 한편 한국에 대해서도 대북정책을 바꾸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전적으로 잘못된 생각입니다. 한미 양국의 정책은 각기 독립적으로 수행될 것이고, 동시에 강력한 협조체제 하에서 수행될 것입니다.”
권력의 전환기는 항상 어수선하다. 더욱이 세계의 권부(權府) 백악관의 주인이 바뀌는 전환기라면 워싱턴만 어수선한 게 아니다.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의 주역들이 내뱉는 말 한 마디, 손짓 하나가 온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우리 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다른 나라들보다 더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미국의 동향을 살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급물살을 타고 왔고, 앞으로 어떤 돌출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남북관계의 기나긴 여정에서 미국 차기 행정부가 보일 성향과 정책만큼 중요한 변수는 없겠기 때문이다.

대릴 플렁크(Daryl Plunk) 미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미국 워싱턴에서 몇 안되는 한반도문제 전문가들 중에서도 특히 한국을 잘 아는 인물이다. 그는 1978년부터 84년까지 평화봉사단원으로 경남 거창에서 2년간 중학교 영어교사를 했고, 그 후부터 워싱턴의 행정부와 의회 주변에서 줄곧 한국문제와 관련된 일을 해왔다.

특히 그는 이번 부시 행정부의 핵심 싱크탱크 역할을 한 헤리티지 재단에서 17년째 한국통으로 활동해오고 있다. 보수파 공화당 사람들에게 한반도 문제를 보는 시각의 논리적 틀을 제공하는 일을 해온만큼 그들의 생각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서 부시 새 행정부가 그릴 한반도정책의 밑그림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1월10일 오후, 그가 묵고 있는 서울시내 호텔에서 이뤄졌다.

차기 주한미국대사 후보?

─차기 주한 미국대사로 누가 내정될 것인가에 대해서 벌써부터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언론에서 거명된 인물들로는 플렁크씨가 몸담고 있는 헤리티지 재단의 에드윈 퓰너 이사장, 더글라스 팔 아시아태평양 정책연구소(APPC) 소장, 레이건 행정부에서 안보보좌관을 지냈던 리처드 앨런, 찰스 카트먼 한반도 평화회담 특사, 토머스 허바드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 등이 있는데, 일각에선 플렁크씨도 유력한 후보로 꼽더군요.

“(웃으며) 그 얘기 벌써 들었어요? 그러나 결과는 실제로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지 않겠어요? 하지만 각료급 아래 직책은 아직 인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로서야 큰 영광이겠지만, 그렇다고 제가 운동하고 다니지는 않아요(웃음).”

─한국 입장으로는 누가 되더라도 플렁크씨처럼 한국을 잘 아는 분이 주한 미국대사로 오는 게 바람직하겠지요. 그러나 사실 미국에서 한국을 잘 아는 분이 많지는 않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한국은 매우 중요한 우방임에도 한국을 잘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그러나 지금 한미관계는 변화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한국 자체가 변화 속도가 무척 빠른 나라인데다가 남북관계 또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지 않아요? 이런 일들에 적절하게 대응하려면 차기 미국대사는 한국을 잘 아는 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컨대 영호남의 지역정서를 이해할 수 있고, 한국내 반미감정의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는 인물, 한국사회의 위에서 아래까지, 좌에서 우까지 두루 살필 수 있는 인물로 결정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그는 한미행정협정(SOFA) 개정문제, 노근리 사건 등으로 최근 특히 심해진 한국 내의 반미감정에 대해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자가 “사실 한국 고위층들은 대부분 친미주의자가 아니냐”고 농반진반 맞장구를 치자 그는 “동의한다”면서 “한국 사정을 잘 모르는 미국인들은 반미감정에 대해서 자칫 잘못 이해하기가 쉽다”고 덧붙였다.

─지금 서울에선 부시 새 행정부의 한반도정책이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걱정도 많은 것 같은데….

“제가 지난 1년 사이에 이번이 14번째로 서울에 오는 건데, 한달쯤 전부터 특히 그런 얘기를 많이 듣고 있어요. 그러나 이 자리에서 제가 분명하게 밝히고 싶은 것은, 한국인들은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대해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한국에게 훨씬 가까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이건 그동안 제가 만난 한국 친구들마다 해온 얘기입니다.”

그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책 면에서의 차이에 대해서 길게 설명했다. 예컨대 공화당은 자유무역의 강력한 옹호자이지만, 철강·자동차·전자 등 미 국내산업에 대한 보호주의 색채도 갖고 있다, 공화당은 또 국제주의자(internationalist)이며, 부시 대통령은 외교정책에서 보다 적극적인 개입정책을 추구할 것이다 등….

─공화당이 국제주의자라고 했지만, 예를 들어 부시 행정부가 코소보 등 동유럽에서 미군을 철수시킬 거라는 얘기가 나왔잖아요?

“(잠깐 뜸을 들이다가) 공화당은 국제주의적인 성향이 짙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군사력의 역할에 대해서 민주당과는 다른 사고를 갖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평화유지 활동도 미국의 국가 안보이익을 고려해서 개입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거지요. 예컨대 코소보의 경우에도 그 지역이 미국의 국가이익에 중요한지를 먼저 판단해야겠지요. 내 생각을 말한다면, 코소보는 미국의 중요한 국가이익이 걸려 있는 지역이 아닙니다.”

“북한에 엄격한 상호주의 적용할 것”

─그러나 한국은 코소보와는 다르다는 말이지요?

“한국은 분명 미국의 핵심적인 국가이익이 걸린 지역입니다. 민주당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에 주한미군을 철수시킨다는 계획이 나오기도 했지만,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공세적인 외교정책, 강력한 국가방위를 선호해왔습니다. 특히 대북정책과 관련해서 공화당의 대북정책은 민주당 때보다 훨씬 효과적일 겁니다. 물론 저는 지금 부시 대통령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은 아니고,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아직 윤곽이 드러나지도 않았습니다. 아무튼 부시 행정부는 일단 대북정책을 재검토하는 작업에 들어갈 겁니다. 의회의 공화당 의원들이 이걸 오래 전부터 주장해왔거든요.”

그는 또 보수계열의 싱크탱크로서 해리티지 재단이 그동안 해온 일을 강조하며,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헤리티지 재단이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리라는 것을 암시했다. 일례로 헤리티지 재단은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가 나온 이후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는데, 무엇보다 한국 전문가가 아닌 인물이 대북정책을 주도해온 게 큰 문제였다는 것.

“제네바 합의를 협상했던 미국측 대표는 밥 갈루치 국무부 차관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핵비확산 분야의 전문가이지 한국문제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고, 그런 인물이 협상에 임했으니 제네바합의 자체에 여러 가지 결함이 있을 수밖에 없게 된 겁니다. 그래서 헤리티지 재단은 클린턴 대통령에게 대북정책을 포괄적으로 다룰 고위급 대표를 임명하라고 줄곧 요구해왔던 겁니다. 그런 점에서 헤리티지 재단은 소위 페리 프로세스가 나오는 데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어요.”

─아무튼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앞으로 어떻게 윤곽이 그려지게 될까요?

“일단 재검토를 거친 후 일부 조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특히 한국의 대북정책, 즉 햇볕정책과 관련해서 많은 한국인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부시 대통령이 미국의 대북정책을 변경하는 한편 한국에 대해서도 대북정책을 바꾸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전적으로 잘못된 생각이라는 말입니다. 한미 양국의 정책은 각기 독립적으로 수행될 것이고, 동시에 강력한 협조체제 하에서 수행될 것입니다.

사실 한국의 대북정책이 미국의 대북정책과 뉘앙스라든가 특징적인 면에서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건 아주 당연한 얘깁니다. 남한은 북한과 맞닿아 있어요. 그런 점에서 서울측이 북한에 대해서 좀더 유연하고 타협적이며 개방적인 정책을 내세우리라는 건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에요.

한편, 워싱턴의 대북정책은 앞으로 보다 엄격한 기준에서 상호주의를 적용하게 될 겁니다. 앞으로는 상호주의라는 말이 핵심이 될 거예요. 미국은 대북 협상에서 절대적인 우위에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북한은 미국을 원하고 있고, 그 사실 자체가 우리가 우위에 있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여기서 ‘우리’란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을 함께 지칭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북한이 정중한 태도로 우리 쪽으로 다가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 진전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면 우리는 그냥 기다리고 있으면 돼요. 선제 공격같은 것은 필요없습니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서 소위 예방적 차원의 사전 공격을 가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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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홍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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