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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점검·김대중정권 國富유출시비

정치·행정학자는 ‘국부유출’ 경제전문가는 ‘국부창출’

Votekorea.net 지식인 661명 설문조사

  • 육성철 sixman@donga.com

정치·행정학자는 ‘국부유출’ 경제전문가는 ‘국부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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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기업의 해외매각은 ‘국부유출’일까, 아니면 ‘국부창출’일까. 우량은행과 국가 기간산업이 헐값에 팔리고 해외자본이 한몫 챙겨 언제든 튈 생각만 한다면, ‘국부유출’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해외자본에 팔린 부실기업이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하고 고용을 확대한다면, 그것은 ‘국부창출’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97년 IMF 환란 이후 들어선 김대중 정부는 국내 기업의 해외 매각을 서둘렀다. 17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제일은행은 단돈 5000억 원에 미국의 뉴브리지 캐피털로 넘어갔다. 또한 4조3000억 원을 투자한 삼성자동차는 6200억 원에 프랑스의 르노에 팔렸다. 이 밖에도 정부는 대우자동차, 한보철강, 대한생명 등을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하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해당 기업의 부실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대우자동차의 경우 노사갈등마저 겹쳐 최악의 상태에서 막바지 협상을 기다리고 있다.

자본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의 비중은 날로 커지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우량은행인 국민―주택 합병은행의 외국인 지분은 무려 66%다. 제일, 외환, 한미, 하나은행 등의 최대 주주도 외국인이다. 이 밖에 한빛, 서울은행 등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도 민영화 과정에서 외국인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볼 때 외국인들이 한국 금융시장을 직접 지배하는 것은 사실상 시간문제인 셈이다. 또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의 블루칩 보유량이 계속 늘고 있으며, 외환시장에서는 변칙 거래를 통해 국내 외환보유고의 약 10%에 달하는 92억 달러가 해외로 빠져 나갔다.

물론 국내기업의 해외 매각을 불가피한 것으로 보는 의견도 많다. 헐값에라도 팔지 않으면, 장차 한국 경제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정부도 비슷한 논리를 앞세워 공기업의 민영화와 해외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 자본의 국내 진출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최근 언론이 보도하고 있는 ‘국부유출론’을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국부유출(43%) VS 국부창출(49%)

보트코리아넷(www.votekorea.net)은 5월10일부터 14일까지 각계 지식인을 대상으로 국부유출 논쟁에 관한 이메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정치외교·행정학 교수(정외·행정), 경제·경영 교수(경제·경영), 산업·경제분야 기자(언론인), 기업·민간경제연구소 연구원(민간기업), 금융·산업분야 공무원(공무원), 통상·산업 관련 공기업 임직원(공기업) 등 여섯 개의 직종별 전문가에게 이메일 설문지를 발송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661명이 답변에 응했다.

이번 조사는 특히 경제분야 지식인들을 대상으로 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부유출 문제의 경우 일반인에게 물으면 막연하게 외국자본을 비판하는 식의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지식인들의 시각은 다소 차이가 있었다.

1. IMF 이후 국내기업의 해외매각에 대해 ‘국부의 유출’이라는 주장과 ‘새로운 국부의 창출’이라는 주장이 맞서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부창출이다’(49%)는 의견이 ‘국부유출이다’(43%)보다 조금 더 많았다. 이밖에 ‘모르겠다’ 7%, 기타 1%였다. 직종별로는 공무원(64%)과 경제·경영(54%)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국부창출’이라는 답변이 많이 나왔다.

정외·행정을 전공한 교수들은 56%가 ‘국부유출’이라고 답한 반면, ‘국부창출’은 33%에 불과했다. 한편 경제·경영학 교수들은 결과가 반대로 나왔다. ‘국부창출’이 54%, ‘국부유출’은 41%였다. 이것은 경제·경영학 교수들이 경제논리를 중심으로 해외매각 문제에 접근하는 반면, 정치·행정학 교수들은 정치적 시각에서 이 사안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무원과 공기업의 의견 역시 엇갈린다. 공무원은 ‘국부창출’이 50%, ‘국부유출’이 19%였다. 하지만 공기업은 ‘국부유출’ 52%, ‘국부창출’ 35%로 나타났다. 이것은 해외매각을 추진하는 정부와 이해 당사자의 의식 차이를 잘 보여준다.

물론 국내기업의 해외매각 자체만 놓고 국부유출 또는 국부창출로 단정짓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매각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 상태에서 평가의 기준은 매각조건, 해외자본의 성격, 국내산업에 대한 기여도 등일 것이다.

2. 최근 언론에서 제기하고 있는 ‘국부유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정적인 시각이 다소 우세했다. ‘매우 심각하다’가 24%, ‘조금 심각하다’는 28%였다. 결국 전체의 52%가 국부유출에 우려를 표한 셈이다. 한편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가 21%, ‘국부유출로 보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는 25%, 기타 1%로 나왔다.

직종별로는 정외·행정(33%)과 공기업(33%) 분야에서 ‘매우 심각하다’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공무원(44%)들은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1, 2번 문항을 비교 분석해 보면 국부유출 논쟁을 바라보는 지식인들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일단 국내기업의 해외매각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이 부정적인 의견보다 많았다. 하지만 국부유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과반수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이것은 현재의 해외매각 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비판적 문제제기로 볼 수 있을 듯하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김부겸 의원은 “정부가 아무런 전략도 없이 협상에 임해서 결과적으로 국부유출을 가져왔다. 그 부담이 누구한테 돌아가겠는가? 결국 힘없는 국민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언론인 출신인 민주당 김성호 의원은 “글로벌 경제에서 기업을 사고 파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것을 국부유출로 단정짓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3. 국부유출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대중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 때문이다’가 27%, ‘우리나라 협상 당사자들의 협상력이 약하기 때문이다’는 25%, ‘김대중 정부의 저자세 외교 때문이다’라는 의견은 5%였다. 결국 전체의 57%가 현 정부의 경제·외교 정책에서 국부유출의 원인을 찾고 있는 셈이다. 이 밖에 ‘한국경제의 구조상 불가피하다’가 31%, ‘국부유출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는 10%였다.

직종별로는 정외·행정(37%), 공기업(31%) 분야 지식인들이 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했고, 언론인(33%), 민간기업(35%), 공무원(44%) 분야에서는 ‘한국경제의 구조상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4. 어떤 부분의 국부유출이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은행 등 금융기관과 기업의 매각’(57%)이라고 답한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밖에 ‘외환의 해외도피’가 13%, ‘헤지펀드의 주식거래’가 8%, ‘빌딩 등 부동산 매각’은 3%였다. 한편 ‘국부유출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는 12%, 기타 7%로 조사됐다. 모든 직종에서 ‘은행 등 금융기관과 기업의 매각’이 가장 많았는데 특히 정외·행정 분야(70%)의 비율이 높았다.

한나라당 김부겸 의원도 금융기관의 매각을 가장 심각한 국부유출로 꼽았다. 김의원은 “제일은행처럼 헐값에 매각한다면, 막대한 공적 자금이 연기처럼 사라지고 만다. 매각에 앞서 정밀한 청사진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5. 대우자동차 처리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내의 다른 업체와 합병 또는 매각해야 한다’가 32%, ‘비록 제 값을 못 받더라도 즉시 해외업체에 매각해야 한다’가 17%였다. 결국 ‘국내든 해외든 매각을 통해 정상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49%로 과반수 가까이 되는 셈이다. 이 밖에 ‘일찌감치 해외 업체에 매각했어야 하는데 너무 늦었다’가 39%, ‘자구책을 찾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9%, ‘잘 모르겠다’ 2%, 기타 2%였다.

직종별로 보면 공기업 분야가 ‘국내의 다른 업체와 합병 또는 매각해야 한다’(43%)는 의견이 많았고, 정치·행정은 백중세, 나머지 분야에선 ‘일찌감치 해외 업체에 매각했어야 하는데 너무 늦었다’가 우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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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 six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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