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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新보험시대

보험설계사, ‘아줌마 부업’에서 억대연봉까지

  • 박은경 < 자유기고가 >

보험설계사, ‘아줌마 부업’에서 억대연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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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설계사 고정순씨(교보생명·40)는 매일 아침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살림을 보살펴주는 시어머니가 계시지만 아이들 등교시키랴, 남편 출근준비 도우랴 서두르다 보면 정작 자신은 거울 볼 틈도 없이 묵직한 서류가방을 들고 남편을 따라나서기 바쁘다. 출근길에 남편이 차로 데려다주는 지하철역까지는 집에서 불과 몇 분 거리. 고씨는 그 짧은 시간에 흔들리는 차 안에서 손거울을 꺼내들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화장을 끝낸다.
그나마 요즘은 잠시 숨을 돌린 셈이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와 FP(Financial Planner)교육을 받기 위해 지금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출근했다.

“처음 회사에서 컴퓨터 교육을 받으라고 했을 때 출근시간이 부담스러워 그냥 10년 동안 쌓은 노하우로 밀고 나가려 했어요. 그런데 교육을 받으면서 내 판단이 오산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시대가 변했음을 깨달은 거죠.”

고씨는 “보험시장은 물론이고 금융환경 전반이 워낙 급변하고 있어 자칫 영락없는 ‘보험아줌마’로 전락할 뻔했다”며 새삼 안도한다.

오전 9시20분, 고씨가 근무하는 세종로지점 매일영업소. 소장 이하 팀장을 비롯한 설계사 전원이 모인 가운데 아침조회가 시작된다. 이 시간은 팀장이자 설계사인 고씨에게 더없이 소중한 때다. 새롭게 바뀐 보험시장 정보며 신상품 정보, 상품 특징에 따른 영업 테크닉, 금융관련 이슈 등 영업 전반에 필요한 갖가지 정보와 힌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땀흘려 일한 대가를 위해 오늘 하루도 힘차게 출발합시다!” 조회는 매번 영업소장의 힘찬 독려와 함께 끝을 맺는다.

아파트 시장활동으로 하루 시작

책상으로 돌아온 고씨는 노트북을 열고 하루 일정을 점검한 뒤 외근에 앞서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다. 사무실을 나서기 직전, 고객과 전날 잡은 스케줄을 전화로 재차 확인한다. 만약 급한 일로 고객이 자리를 비우면 그 만큼의 시간 손해가 고씨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통화가 끝나고 10시 경 사무실을 출발하면 이때부터 12시까지가 주부를 상대로 영업하는 ‘아파트 시장활동’ 시간이다.

첫 방문고객은 결혼한 지 얼마 안된 주부. 아파트에 도착한 고씨는 딱딱한 보험 얘기 대신 결혼생활이며 아이 키우기 등 일상적 얘기를 가볍게 풀어놓는다. 분위기가 편안해지자 고씨는 준비해온 비디오테이프를 꺼내놓는다. 회사에서 설계사의 영업활동을 지원할 목적으로 제작한 테이프다. 이번 비디오테이프 내용은 특히 주부를 상대로 영업하기에 아주 효과적이다.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하고 아이를 홀로 키워야 하는 주부의 눈물겨운 사연을 함께 보노라면 굳이 ‘보험이 왜 중요한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집주인이 눈물을 글썽이며 “나중에 저희 집으로 오세요”라고 말한다. 이 정도면 확실하게 고객을 잡은 셈이다. 상쾌한 출발이다.

연이어 근처 고객(보험가입자) 집에 안부차 들렀더니 한사코 점심을 먹고 가라며 붙잡는다. 시간은 어느 새 오후 두 시. 직장인을 상대로 영업할 시각이다. “권 과장님께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가족사랑이 각별하시다구요?” 기존 고객으로부터 소개받아 미리 정보를 입수한 뒤 만나게 되는 사람은 먼저 아는 체 할 수 있어 대면하기가 한결 편하다.

안면을 트는 정도로 첫 면담을 끝내고 곧바로 사내 휴게실로 장소를 옮긴다. 기존 고객은 물론, 평소 보험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이 고씨를 찾아 휴게실로 들어선다. 그들 중 반가운 얼굴이 눈에 띈다. “이번에 신혼여행 다녀오셨다면서요?” 일년 전 “결혼하면 찾아오라”고 퇴짜를 놓았던 고객에게 미리 챙겨온 신혼재테크 관련 상품 정보를 내밀자 고객이 몹시 놀라는 눈치다. 고씨는 “며칠 전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오는 김에 필요한 자료를 챙겨왔죠”라며 여유 있게 또 한 건의 계약을 성사시킨다.

보험설계사가 접근하면 사람들은 흔히 “한달 뒤에 오라” “일년 뒤에 오라”며 따돌리기 일쑤다. 고씨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메모해 두었다가 그들이 말한 시기에 다시 찾아간다. 이쯤 되면 사람들은 혀를 내두르며 계약서에 선선히 사인하게 마련이다.

직장 상대로 영업활동이 끝나면 이제부터 상가를 돌 시간이다. 셈이 빠르고 사람을 보는 눈이 날카로운 상인을 상대하려면 ‘묵묵하고 성실한 인상’ 외에 달리 비결이 없다.

“무배당 상품으로 보험료는 저렴하면서 개인보장이 강화되어 나온 게 있는데 자료 한번 뽑아볼까요?”

상냥한 말투에 예의 무뚝뚝한 대답이 돌아온다. “가입해 있는 보험만도 서너 개나 되는데 무슨…” 벌써 일년째 공들인 가게 주인이라 고씨도 순순히 물러서지 않는다. “그래도 자료 뽑아 드릴테니까 잘 살펴보고 좋은 쪽으로 하세요.” 주인은 마지못해 “일부러 찾아오진 말고 지나가는 길에 들러서 자료나 주고 가요” 한다. “꼭 든다고 생각하지는 말라”는 다짐도 빠뜨리지 않는다. 그나마 자료라도 달라니까 다행이다. 앞으로 두세 군데 상가를 더 돌면 회사로 돌아갈 시간이다.

“자료나 두고 가세요”

오후 5시, 피곤한 몸으로 사무실에 돌아온 고씨는 곧바로 여직원을 찾는다. ‘신계약’ 서류와 수금한 돈을 입금시켜야 비로소 하루 ‘마감’이 끝나기 때문이다. 고씨는 책상에 앉자마자 노트북을 열고 신규고객 정보를 입력하느라 바쁘게 손을 움직인다. 다음날 스케줄 점검까지 마친 그는 마지막으로 몇몇 의사(고객)에게 보낼 세금정보 자료를 챙겨 사무실을 나선다. 퇴근길, 자료봉투를 우체통에 넣은 고씨는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지하철에 오른다.

23개 생명보험사와 11개 손해보험사를 통틀어 전국 6만여 개 사업장(총국·지점·대리점·영업소 포함)에서 보험설계사로 뛰는 사람은 올 4월말 현재 총 33만5747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여성설계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90% 안팎이며, 그 나머지를 남성설계사가 차지하고 있다. 한해 수십조원의 수익시장을 무대로 치열한 영업경쟁을 벌이는 보험설계사의 매일매일은 ‘조회-일정체크-필드(영업활동)-일일마감’ 순으로 고정순씨와 별반 다를 바 없이 돌아간다.

그러나 보험설계사를 이르는 명칭은 지난 몇 년 사이 다양하게 변화했다. 보험아줌마에서 생활설계사를 거쳐, 최근에는 회사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라이프플래너(LP·Life Planner)’, ‘라이프컨설턴트(LC·Life Consultant)’, ‘파이낸셜플래너(FP·Financial Planner)’, ‘파이낸셜컨설턴트(FC·Financial Consultant)’에 이르기까지. 보험사에 따라 ‘리코(Lico·라이프컨설턴트의 약자·교보생명)’ ‘수호천사(동양생명)’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이들을 통칭하는 명칭이 ‘보험모집인’이다.

한편, IMF 이후 급변한 보험시장 환경만큼 숱하게 쏟아진 보험설계사 명칭은 설계사 시장이 갈수록 세분화·전문화·다양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설계사의 경우 ‘보험아줌마’가 ‘파이낸셜플래너’로 나아가는 과도기적 상황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이들이 한해 동안 거둬들이는 수익도 설계사에 따라 그 폭이 매우 커졌다. 500만원 미만 연봉자부터 2억∼3억대에 이르는 연봉자까지 천차만별이다. 최근에는 한 해 10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보험설계사도 탄생했다.

수익이 얼마가 됐든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설계사가 보험모집인으로 필드에서 뛰기까지 통상 거쳐야 할 관문이 있다. 첫 과정이 보험협회에서 주관하는 시험. 그 전에 보험사는 수시 또는 월별로 신인 설계사를 ‘도입’한 뒤 약 2주간에 걸쳐 시험에 대비한 교육을 시킨다. 합격자는 각 보험사가 일괄 금융감독원에 등록하면서 ‘보험모집인’으로 위촉된다. 그 후 2∼3개월 동안 보험 관련 이론수업과 필드 트레이닝을 거친 뒤 비로소 영업전선에서 뛰는 보험설계사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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