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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대특집|무서운 중국

정밀보고·무한질주하는 중국 경제

  • 유진석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yoojs@seri.org

정밀보고·무한질주하는 중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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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20여 년간 연평균 10%에 가까운 성장을 거듭해왔다. 대부분의 경제예측기관들은 중국 경제가 앞으로도 안정적 성장을 지속하리라고 전망한다. 더욱이 중국의 발전은 자원 동원에 의존한 ‘외연적 성장’에서 기술과 창의성에 기반한 ‘내연적 성장’으로 이행하고 있다. 명실공히 21세기의 세계 경제 리더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
중국경제가 ‘나홀로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1997년 이후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이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중국은 1997∼1999년에 7∼8%의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면서 경제적 위상이 오히려 강화됐다. 이어 2000년에는 8%, 2001년 상반기에도 7.9%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중국 경제는 1978년 말 개혁·개방을 선언한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는 듯하다.

물론 중국경제에는 체제의 비효율성 등 문제점도 많지만, 이를 상쇄할 만한 성장 잠재력과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장기 전망은 밝은 편이다. 대부분의 경제예측기관들은 중국경제가 장기적으로도 7∼8%의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참조). 특히 올해 들어서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 있고, IT산업의 세계적 불황의 여파로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경제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중국경제의 독주는 더욱 두드러진다.

그러나 개혁·개방 이후 20여 년간 연평균 10%에 가까운 고도성장을 지속해온 중국경제의 부상(浮上)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중국경제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최근에야 급격히 높아졌다는 게 사실에 더 가깝다. 특히 중국의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이 확실시되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유치가 결정되는 등 굵직한 ‘이벤트’가 잇따르면서 중국경제에 쏠리는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제조업 왕국‘ 일본까지 추월

우리가 중국경제의 도약에 민감한 이유는 단지 중국시장이 크다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경제는 한국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중국은 우리에게 이미 가장 중요한 시장의 하나로 떠올랐다. 1991년에 총수출 규모의 10% 수준에 불과했던 한국의 대(對)중화경제권 수출은 2000년 372억달러로 총수출의 21.6%를 차지했다.

중국경제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발전을 지속해가면 무역·투자 등에서 한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력도 계속 커질 것이다. 인구 5000만이 채 못 되는 내수시장을 가진 한국 경제의 활로는 결국 해외시장에서 찾을 수밖에 없고, 현재 우리의 경쟁력 수준이나 수출대상 국가의 현실적 구매력, 잠재성 등을 고려하면 중국은 가장 유망한 시장이다. 좀 과장되게 표현하면 ‘한국경제의 살 길은 중국시장’이다.

중국경제의 급속한 발전은 한국에 기회이자 동시에 위협으로 작용한다. 중국의 시장확대와 신산업의 부상으로 우리의 수출과 투자기회가 확대되는 한편, 중국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중국시장에서의 경쟁 심화로 국내 한계산업의 퇴출이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 또한 중국 IT산업의 급성장은 IMF사태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는 우리 IT산업의 입지를 축소시킬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한국경제가 현재의 위상을 지키고 세계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경각심을 갖고 중국을 주시해야 한다.

중국경제 도약의 실상은 산업과 기업 등 미시적인 부문의 경쟁력 변화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중국은 섬유, 신발, 가전, 일반기계 등 전통 제조업 부문에서는 ‘세계의 공장’이 되면서 이미 한국을 추월했으며, 그 결과 미국 등 주요 수출시장에서는 중국 상품으로 인해 우리 상품의 퇴출현상이 가속화됐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세계 최고의 제조업 왕국인 일본의 위상까지 넘보는 단계에 이르렀다. 실제로 중국은 TV(세계시장 점유율 36%), 에어컨(50%), 세탁기(24%) 등에서 세계 1위에 오르는 등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가전 생산국으로 입지를 굳혔다. 이에 따라 마쓰시타, 도시바, 산요 등 일본 유수의 가전업체들이 일부 사업부서의 본사 기능을 아예 중국으로 이전할 정도다.

이처럼 전통 제조업에서 세계 상위권의 기반을 갖춘 중국은 이제 신산업 육성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그 동안 중국의 발전은 자원 동원에 의존한 ‘외연적 성장’이었으나 점차 기술과 창의성이 중시되는 ‘내연적 성장’으로 이행하고 있는 것. 중국의 산업정책은 기계, 전자, 석유화학, 자동차, 건설 등 전통산업을 주축으로 성장하면서 정보통신, 생명공학, 신소재, 우주항공 등 신산업을 보강하고 있다.

특히 IT산업 같은 첨단산업 분야에서도 놀랄 만큼 빠른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는 과거 아시아에서 ‘일본→한국(NICs)→동남아→중국’의 중층적 형태로 기러기 떼처럼 발전하는 이른바 ‘안행형(雁行形)’ 발전모델이 이미 적용되지 않고 있다.

중단 없는 산업 육성

최근 미국 유럽 일본 등의 다국적기업들은 반도체, 휴대전화 등 첨단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경쟁하듯 중국으로 몰려들어 중국시장은 다국적기업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예컨대 휴대전화는 노키아, 모토롤라, 에릭슨 등 ‘빅3’가 시장을 선점했고, 반도체는 필립스, 벨, 모토롤라, NEC 등이 선두그룹을 형성했으며, 컴퓨터 정보시스템은 IBM이 주도권을 잡았다.

이들 다국적기업들은 중국을 중요한 전략 시장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핵심기술이나 첨단제품의 중국 이전을 기피하지 않는다. 선진기업의 첨단 분야 진출은 말할 것도 없이 중국의 방대한 시장을 겨냥한 것인데, 가령 2010년의 중국 반도체 시장 규모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처럼 선진기업의 중국 진출 확대, 시장의 급팽창, 중국 정부의 육성정책 등에 힘입어 중국의 IT산업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중국의 정보통신 시장은 현재의 저조한 보급률(2000년의 이동전화 보급률은 3.5%, 인터넷은 1% 미만)을 감안할 때 앞으로 그 수요가 엄청난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 산업이 이런 추세로 계속 발전하면서 구조가 고도화해 가면 머지 않아 대부분의 주력산업에서 한국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백색가전, 섬유(의류 및 직물), 신발 등의 생산과 수출에서 세계 1위에 올라 있고, 범용 기계류의 기술수준은 한국과 대등하며, 발전설비, 플랜트 건설 등의 기술은 선진국 수준에 육박, 이 분야의 범용 기술과 중저가 부문에서는 이미 한국을 앞섰다.

또한 합섬, 디지털 가전 및 첨단 공작기계, 철강산업 등 일부 중화학공업과 고부가가치 분야에서는 5년 내에 한국 수준에 도달하고, 정보통신 분야는 5∼10년 안에 한국과 경쟁하게 될 것이며, 양산 조립산업인 자동차는 10년 안에 한국과 대등해질 전망이다. 석유화학, 조선 생산능력에서도 한국을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다. 석유화학제품 생산량은 한국이 세계 3위, 중국이 5위이고, 조선 수주량은 한국이 세계 1위, 중국이 3위에 올라 있다. 이 분야에서는 중국의 기술력이 아직 한 수 아래지만, 10년 내에 한국의 경쟁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거의 모든 주력산업에서 10년 내에 한국을 추월하거나 대등한 수준에 이른다는 얘긴데, 10년 후에도 한국이 우월한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는 분야는 반도체 정도밖에 없다. 그렇지만 최근 중국은 반도체산업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어 이 부문도 안심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참조).

중국의 산업은 우리와 비슷한 경로를 거치며 발전해왔기 때문에 기계 석유화학 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과 디지털 가전, 정보통신 등 IT산업에서 모두 한국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한국이 IMF 사태와 구조조정 지연으로 주춤거리는 사이에도 중국은 산업육성을 계속했다. 이와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2010년대에는 대부분의 산업에서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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