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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대특집|무서운 중국

화교인맥 끌어안고 틈새시장 뚫어라

천진환 LG고문의 중국비즈니스 조언

  • 천진환 <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특임초빙교수/LG상사 고문 > jhchun1@yahoo.com

화교인맥 끌어안고 틈새시장 뚫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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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무더운 여름날 참으로 뜨거운 ‘중국열(熱)’을 접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중국경제는 무서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4분기에도 8.1%의 경제성장률을 실현했다. 이는 단연 세계에서 으뜸가는 성장세다.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 즉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덩샤오핑(鄧小平)의 한마디가 중국 인민을 ‘혁명의 대오(隊伍)’에서 ‘개혁·개방의 대오’로 전환시킨 지 20여 년 만에 그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이 장기간 고도의 경제성장을 지속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덩샤오핑부터 장쩌민(江澤民)에 이르는 지도층의 역량이다. 권력변동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회주의체제의 특징도 그 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으나, 옳다고 믿는 국가발전전략을 시종일관 조금도 흔들림 없이 구사할 수 있었던 것은 결과적으로 커다란 혜택이었다.

‘개혁의 주체이자 개혁의 대상’이라는 모순에 빠져 있는 중국 공산당도 권력의 정당화를 위한 매개체로 경제발전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13억명에 달하는 엄청난 내수시장 소비자를 확보하고 있는 점도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터전을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해외에 살고 있는 5500만 화상(華商)들이 개혁·개방 이후 자신들의 연고지를 중심으로 실행한 개미군단식 투자도 중국경제 발전에 견인차 노릇을 했다.

중국인이 9개의 볼펜을 가지면?

공급과잉과 치솟는 생산단가에 허덕이던 세계 유수의 다국적기업들 앞에 열린 ‘죽(竹)의 장막 너머’는 블랙홀과 같은 흡인력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정책은 있으나 수단이 부재했던 중국에게 다국적기업들은 자발적으로 돈과 기술을 퍼다주는, 황금알 낳는 거위였다. 다국적기업은 이제 최첨단 기술뿐 아니라 선진 경영기법까지 중국에 전수하고 있다. 이들 역시 중국경제 발전에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도대체 중국시장은 얼마나 클까. 우스운 비유를 들어보자. 현재 미국인 1인당 평균 볼펜 소유량은 9개라고 한다. 서재와 거실, 사무실에 몇 개씩 놓아두고 주머니에도 한두 개는 꽂고 다닌다.

그런데 중국인은 한 사람당 평균 0.5개의 볼펜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런 중국인들이 미국인들처럼 볼펜을 9개씩 가지려면 전세계의 볼펜 제조회사들이 밤낮없이 공장을 돌려도 영원히 그 수요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한다. 중국시장의 잠재력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물론 이처럼 단순한 논리로 중국시장의 수요를 예측, 무턱대고 중국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외국 기업도 허다하다. 알뜰한 중국인들이 주머니 사정이 좀 나아졌다고 미국인들처럼 여기저기 볼펜을 던져놓고 쓰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10차 5개년계획(10·5計劃) 기간인 올해부터 2005년까지 연평균 7.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기에서 한마디 덧붙이고 싶은 것은 중국 정부는 우리 정부와는 달리, 통계수치를 본래 수치보다 낮게 발표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우리 식으로 발표한다면 8%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은 중국사람들과 우리의 큰 차이점 가운데 하나다.

최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중국 정부와 국민이 열광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아울러 미국과 협상이 타결돼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중국이 WTO에 가입할 것이라는 소식도 접했다. 이들 두 ‘사건’이 경제와 산업구조를 한층 고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은 분명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의 경제발전이 우리에게 끼칠 영향을 놓고 언론은 언론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새삼스럽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거대한 시장이 우리에게 기회인가, 아니면 위기인가 하는 화두(話頭)가 유행하고 있다. 사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문제의 원인과 해답은 남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있다. ‘위기(危機)’라는 단어는 ‘위험(危險)’과 ‘기회(機會)’의 뜻을 함께 담고 있다. 즉 위기를 선용하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15년 전의 충격

지난 15년간 중국대륙을 비롯해 홍콩, 대만 등에서 기업활동을 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 중국인들은 아무리 긴박한 상황이 발생해도 결코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대처한다는 점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면서 앞뒤도 제대로 살피지 않고 대응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평소에는 무관심하게 지내다가 남이 선수를 치고 나가면 그제서야 허둥지둥 대처하기에 급급한, 그래놓고도 잠시 큰불을 끄고 나면 또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잊고 지나쳐버리는 우리와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앞으로도 중국경제가 고도성장을 계속한다면 시장은 더 확대될 것이고 새로운 사업도 대거 출현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에게도 무역과 투자 기회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방심하고 준비를 게을리한다면 중국경제의 급성장은 기회가 아니라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다. 중국시장이 우리에게 세계 어느 시장보다 실질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은 자명하다. 따라서 비단 중국경제뿐 아니라 우리 경제 각 분야의 문제점과 실상도 똑바로 파악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필자는 1984년 초부터 중국을 방문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480여 회에 걸쳐 중국을 드나들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중국과 직항로가 개설되기 전인 1986년, 도쿄를 경유해 베이징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일본경제신문사의 한 기자를 만난 일이다. 그는 이전에 한국에서 특파원 생활도 했고 현재는 이 신문의 경제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당시 그는 중국의 현황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 베이징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옆자리에 앉은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베이징에 거의 다 왔을 무렵 그는 필자에게 참고가 될 것이라며 작은 책자 한 권을 건네줬다.

그 책자는 일중(日中)우호협회가 펴낸 것으로 중국 각 지방의 세세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 각 시(市)의 공업용수 가격, 토지비용, 전기료, 인건비 등은 얼마이고, 투자입지로서의 여건은 어떠하다는 등 유용하고 자세한 정보가 가득했다. 그때 막 중국에 대해 배우겠다고 첫발을 내디딘 필자에게는 충격적이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의 서점이나 도서관에서는 그와 같은 자료를 찾을 길이 없다. 설령 어딘가에 그런 자료가 있다 해도 그것이 필요한 사람들이 쉽게 공유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 주변에는 역사, 문화, 사회 등 각 방면에서 중국을 배우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자신과 직접적인 이익의 연결고리가 없는 대다수 일반인들은 아직도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국 사람들은 못 산다” “중국은 여러 나라로 분열될 것이다” “2010년에 중국은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이 된다” “중국인들은 만만디라 행동이 굼뜨다” “중국에선 줄을 잘 잡아야 만사형통이므로 시(關係·연줄, 인맥)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등 피상적인 이해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몇 해 전, 가까운 나라 일본에 대해 우리가 너무 모르고 있다며 대학과 서점가에 ‘일본 알기 붐’이 일던 때가 있었다. 그 후 우리는 일본에 대해 더 많이 알기 위해 얼마나 연구했는가. 그것도 냄비처럼 끓다 만 일과성 유행이었던 것은 아닐까.

평소 중국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던 서구 기업의 중국 담당자들은 중국에 진출하기 전에 나름대로 여러 문헌과 통로를 통해 중국에 대해 열심히 공부한다. 그렇게 배운 대로 실무를 적용하며 시행하는 과정에 옳고 그름을 찾아내기 때문에 좀처럼 큰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 그래서 중국을 좀 안다고 자부하는 우리보다 오히려 더 빨리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 제대로 깨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사회단체들이 있다. 이들 민간 사회단체들이 중국 연구를 솔선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시대는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중국으로 건너가 사업을 벌이고 투자하는 것만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제 자본과 기술을 겸비한 중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도처에 투자하고 사업을 일으킬 날도 멀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가 그들을 모르고서야 어떻게 함께 사업을 끌어갈 수 있겠는가. 사회단체들이 지역별로, 분야별로 중국을 활발하게 연구한다면 중국인들과의 비즈니스에 소중한 자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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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환 <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특임초빙교수/LG상사 고문 > jhchun1@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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