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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11일 그날 이후

문명충돌론과 이슬람 근본주의 두 허상을 버려라

‘깐수’정수일 박사의 시각

  • 정수일 < 동서교류사 전문가 >

문명충돌론과 이슬람 근본주의 두 허상을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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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상생관계에 있는 문명간의 만남을 상극의 충돌로 변질시키는 것은 언필칭 비문명적인 작태라고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문자 그대로 ‘충돌’임에는 분명한 이번 같은 끔찍한 테러는 공생공영하는 문명간의 충돌이 아니라, 문명과 비문명 간의 충돌로 설명하는 게 논리적이고 타당할 것이다. 윤리도덕적으로 보면 공인된 규범을 지키고 정정당당하게 행동하는 것이 문명이고, 그렇지 않고 무법무도(無法無道)하게 행동하는 것이 비문명일진대, 무고한 사람을 마구 살상하는 테러야말로 비문명의 극치라고 아니할 수 없다.

비문명적인 테러는 테러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역사상 발생한 수많은 테러는 오로지 특정 이익집단의 배타적 폭거일 뿐, 문명간의 충돌로 인해 일어난 것은 결코 아니다. 따라서 이율배반적인 테러를 문명의 충돌로 오인하거나 침소봉대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테러를 문명의 충돌로 비화시키면 그 문명의 소유자에 대한 보복적 테러가 자행되게 마련이다. 결국 악은 또 다른 악을 낳아 피의 악순환이 계속된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연일 발생하는 아랍인과 이슬람사원에 대한 보복적 테러가 이를 증명한다.

한편 문명충돌론과 같은 맥락에서 이번 참사를 이슬람문명과 서구 기독교문명 간의 ‘뿌리 깊은’ 갈등의 소산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인데, 이 또한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중세 초반에 서구가 그리스-로마의 고전문명을 저버릴 때 이슬람은 그것을 고스란히 받아들여 자신의 문명을 키워갔고, 중세 후반에 이르러 서구는 자신의 전통문화가 융화된 선진 이슬람문명에서 자양분을 얻어 르네상스라는 전기를 잡게 됐다.

흔히 크게 오해하고 있는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관계만 봐도 반드시 적대적인 것은 아니다. 유대교나 기독교, 이슬람교의 개조(開祖)는 모두 아브라함의 후예들이고, 세 종교는 똑같이 한 고장의 한 뿌리에서 뻗어나와 유일신을 섬기는 친연(親緣)종교들이다.

이러한 친연성을 감안해 유대교와 이슬람교는 ‘숙질간’이고,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사촌간’이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아무리 세상이 험하기로서니 숙질이나 사촌이 앙숙으로 남아 있을 까닭은 없지 않은가. 사람들은 이슬람문명과 기독교문명의 갈등 원인을 700~800년 전에 발생한 십자군원정에서 찾고 있는데, 원정의 발생원인이나 진행과정 그리고 그 결과를 살펴보면 이 원정은 주로 지중해 아래의 이슬람세계와 신흥 유럽세계의 패권다툼이지, 두 종교나 두 문명간의 대립이나 충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역사가 이러하건대 오늘의 아랍-이슬람세계와 유럽세계의 갈등의 연원을 멀리 중세까지 소급한다든지, 두 종교나 두 문명간의 ‘구원(舊怨)’에 귀착시키는 것은 견강부회적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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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일 < 동서교류사 전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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