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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11일 그날 이후

한국 경제 불확실성과의 전쟁 시작됐다

  • 김방희 < 경제 칼럼니스트 >

한국 경제 불확실성과의 전쟁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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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이 기침만 해도 폐렴에 걸린다는 한국 경제. 미국 테러 대참사는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수출 감소, 유가 상승 보다 더 무서운 건 작은 충격에도 쉽게 흔들리는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다. 낭떠러지를 향해 가는 ‘한국경제호’. 기수를 돌릴 묘책은 있는가.
모든 종류의 경제 예측은 과거를 토대로 한 것이다. 기상 예보와 흡사하달까. 그런 점에서 미국에 대한 이번 테러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전망하는 것은, 수백년 전의 날씨를 예보하는 것만큼이나 허망한 일이다.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렇게 높을 때, 요령 있는 경제 전문가라면 당분간 입을 다물 것이다. 그 대신 더 많은 정보를 모으면서 사태 추이를 지켜보리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처하는 방식 역시 마찬가지다. 더 많은 정보를 탐색하려 드는 대신 많은 경제적 결정들을 뒤로 미룬다. 소비자들은 소비를 늦추고, 기업은 투자 결정을 미룬다. 불확실성이 경제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경제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이렇게 나빠진 경제 심리는 다시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끼친다. 경제학자들은 전통적으로 이런 메커니즘을 ‘기대(期待·expectation)’라는 말로 설명해왔다. 현대 경제학계는 기대가 실제 경제를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규명하는 데 힘을 쏟아 왔다.

이번 테러 사건의 경제적 영향 예측 또한 경제 주체들이 어떤 기대를 가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테러 사건의 당사국이 아닌 우리로서는, 물리적 피해를 비롯해 경제적으로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 따라서 그보다는 우리 경제 주체의 심리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이는 궁극적으로 우리 경제에 어떤 자국을 남길 것인지를 규명해야만 한다. 테러 사건으로 우리 소비자들은 전보다 소비를 덜 하게 될 것인가, 기업들은 투자를 줄일 것인가, 이런 움직임은 금융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또 환율·수출·유가는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로서 변화의 폭을 점치기는 어렵다. 그러나 방향을 예상할 수는 있다. 분명한 것은 두 가지다.

첫째, 미국에 대한 테러 사건으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했으며, 이로 인해 부정적 기대가 형성됐다는 사실이다. 한 마디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다. 물론 경제의 미치는 충격의 정도를 단언할 수는 없다. 이는 향후 미국 정부가 어떤 규모로, 얼마나 보복 공격을 감행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만일 미국의 조치가 이번 테러의 배후 조종자로 꼽히는 오사마 빈 라덴의 체포 및 사살, 또 그를 도운 아프카니스탄에 대한 공습에만 국한한다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의외로 미미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미국이 벌집 쑤셔 놓듯 이슬람 세력 전체와 맞서게 된다면? 이런 ‘문명 충돌 시나리오’ 아래서는 당장 국제 유가가 천정부지로 뛰는 등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도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가 될 것이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아버지의 전철을 되밟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라크를 미국의 공적(公敵)으로 상정한 후 이들을 공격하는 데 임기 후반을 다 써버렸다. 경제는 뒷전이었다. 걸프전 승리로 국민의 인기는 얻었지만, 그 대가로 90∼91년의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어야 했다. 당시 대선 캠페인 기간 중 민주당이 내놓은 표어,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It’s a economy, stupid!)’는 이 점을 조롱하는 것이었다.

세계 경제 동시 불황(synchronized slump)의 문턱에 직면해 있던 부시 행정부는 이번 사건이 발발하기 직전, 경제를 교육에 앞서 최우선 국가 의제로 올려놓으려던 참이었다. 따라서 이번 사건으로 경제가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느냐가 향후 미국 경제를 비롯한 세계 경제 시나리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는 수출에 경제의 절반 이상을 의지하고, 그 가운데 약 20%를 미국에 의존하는 우리로서도 가장 주목해야 할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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