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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북한 핵과 격동의 한반도

“제네바 기본합의 쉽사리 깨지 못할 것”

[이슈 좌담] 2002년 12월 서울-평양-워싱턴-도쿄 가열되는 한반도 파워게임

  • 토론진행: 송문홍 토론: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조동호 한국개발연구원 연구

“제네바 기본합의 쉽사리 깨지 못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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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 주변 정세가 혼미 상태에 빠진 지 한 달이 훨씬 넘었다. 현재 최대 현안인 북한의 비밀 핵개발 문제는 10월17일 미국의 전격적인 발표로 본격화됐다. 그보다 한 달 전에는 북-일 정상회담(9월17일)에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일본인 납치문제를 과감하게 시인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북한은 또 7월 임금과 가격을 대폭 인상하는 내용의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내놓은 데 이어 조차(租借) 수준이라고까지 평가되는 신의주특구 안(案)을 발표하기도 했다.
  • 북한의 최근 행태는 과거 행동에 비하면 차원이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각각 별개 사안으로
  • 보이는 이 모든 일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신동아’는 정치·군사 부문과 경제 부문의 북한전문가 두 사람을 초대해 최근 한반도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복잡다기한 현안들의 의미에 천착해보았다.(편집자)
◇ 제네바 기본합의의 운명은?

“제네바 기본합의  쉽사리 깨지 못할 것”

박남기(가운데) 경제계획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경제시찰단이 10월28일 경기도 수원의 삼성전자를 방문, 전자동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현재 한반도 주변의 최대 현안은 새롭게 드러난 북한의 농축우라늄 핵개발 의혹입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미국이 먼저 불가침조약 체결에 응할 것을, 미국은 북한이 먼저 핵개발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는 등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1994년 10월에 체결돼 그동안 핵문제를 비롯한 북한문제 해결에 국제적 틀로 작동해온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가 어떤 변화를 겪을지도 관심사입니다.

제네바 기본합의가 파기되고 북-미간 갈등 양상이 전쟁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은 한국 일본 중국 등 모든 이해당사국이 극력 회피할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제네바 합의가 유지되거나 아니면 제네바 합의를 대신할 새로운 국제 틀이 모색되어야 할 상황입니다. 이번에 북한이 과감하게 핵개발을 시인하고 나선 것도 북미 관계에 새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지만, 이는 결국 제네바 기본합의의 변경을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사태가 논의되는 과정에 제네바 기본합의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요. 이를 대신할 새로운 국제 틀이 등장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겠습니까.

|서주석| 미국은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무효화한 것으로 간주한다’면서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북한은 미국이 오히려 제네바 기본합의를 위반해왔다고 상반된 주장을 합니다. 그러면서도 양측 다 제네바 기본합의를 파기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언급지 않고 있습니다. 제네바 합의가 파기될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기 때문입니다.

제네바 기본합의의 핵심 내용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경수로 공급사업과 북한의 핵시설 동결 및 궁극적인 해체를 맞바꾸자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북 중유지원과 북미 관계개선, 안전보장 등의 문제가 따릅니다. 따라서 제네바 합의를 깰 경우 북한 핵시설 재가동이라는 매우 심각한 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제네바 기본합의가 완전 파기되지는 않으리라고 봅니다. 물론 제네바 합의에 따라 북한에 제공키로 했던 것들을 대북 압박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겠지요. 일시적인 중유지원 중단이나 경수로공사 중단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네바 합의를 파기하는 것은 미국측으로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흐름과 병행해 미국은 북한에 경제외교적인 조치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일단 경제제재를 하고, 이것이 효과를 보지 못할 경우 군사 조치도 생각하겠지요. 물론 군사 조치는 제네바 합의의 파기가 확인되고 북한이 핵개발을 재개하는 등 막다른 골목까지 갔을 때 취할 수 있는 조치입니다.

또 다른 흐름은 협상인데, 현재 가동 중인 남북 채널과 북일 채널이 그것입니다. 미국은 이런 채널도 외교적 압박수단으로 쓰기를 원하고 있고, 일본은 이에 부응해 ‘안보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북일 수교는 안한다’고 원칙을 정리했습니다.

북미간 직접 협상은 미국이 먼저 북한에 대해 가시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조동호| 제네바 기본합의의 정식 명칭은 ‘제네바 어그리드 프레임워크(Geneva Agreed Framework)’입니다. 다시 말해 북미간에 어떤 분명한 형태의 합의를 했다기보다는 1994년 당시 북한 핵개발로 야기된 문제를 봉합하기 위해 일단 느슨한 형태의 합의 틀을 만든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제네바 기본합의는 어느 시점에 가면 강력한 구속력을 갖는 형태로 바뀔 수밖에 없는 운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네바 기본합의를 만들 당시에는 미국도 2003년까지 북한에 경수로를 지어주겠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갖고 있지 않았던 게 사실 아닙니까? 북한은 곧 망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따라서 법적 구속력 측면에서 북미간에 좀더 진전된 형태의 합의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봅니다.

이렇게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앞에서 말씀하신 대로 북한이나 미국이나 제네바 기본합의를 깨는 것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점입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양측 모두 제네바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나서지 못하는 것입니다.

둘째, 제네바 합의의 서명 당사자는 북한과 미국이지만 경수로 사업에 실질적으로 돈을 대는 것은 한국과 일본이라는 점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제네바 합의를 파기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제네바 합의를 어떻게 하지는 못하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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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진행: 송문홍 토론: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조동호 한국개발연구원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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