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월호

개미들이여! ‘창녀’를 ‘아내’로 삼지 말라

개인 투자자 주식 서바이벌 게임 참패 관전기

  • 글: 김방희 경제칼럼니스트 riverside@hanafos.com

    입력2003-01-02 12: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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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형적 개인 투자자인 20명의 ‘개미’들이 실전 주식투자 게임을 벌인 결과 시장 평균에도 못미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참패했다. 근본적인 패인은 ‘손실의 악순환’. 주가가 내리면 원금이 아까워 주식을 선뜻 팔지 못했고, 주가가 오르면 한푼이라도 만회할 생각에 너무도 쉽게 내다팔았다. 게다가 알짜 정보엔 둔감했고, 속빈 정보엔 민감했다.
    개미들이여! ‘창녀’를 ‘아내’로 삼지 말라

    연이은 주가 폭락에 실망스러워 하고 있는 증권사 객장의 개인 투자자들.

    “주식시장이란 주식을 매개로 운용되는 자금시장이다. 주식의 발행과 유통을 통해 이뤄지는, 산업자금의 안정적 조달시장이다.”

    대부분의 주식 관련 서적들은 주식시장을 이렇게 설명한다. 경제를 쉽게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일을 하는 필자 또한 주식시장에 대해 도리 없이 같은 설명을 한다.

    그러나 이 설명에는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 기업과 정부의 입장만 지나치게 부각돼 있다. 이들은 증시에서 조달된 자금으로 발전을 도모하는 자금 수요자다. 반면 증시에 돈을 쏟아붓는 공급자는 개인들이다.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도 공급자로 볼 수 있지만, 이들도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투자자금을 ‘밑천’으로 삼는다.

    개인들은 결코 기업이나 정부에 산업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해주기 위해 주식시장에 투자하지 않는다. 그들이 투자하는 것은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애사적인 차원에서, 혹은 애국적인 이유에서 주식투자를 하는 개인은 없다.

    주식시장과 고스톱판의 차이



    돈을 벌기 위해 한다는 점에서 주식투자는 기본적으로 도박과 다를 게 없다. 고스톱판도 자신은 돈을 벌 것이란 생각에서 뛰어든다. 차이가 있다면 돈을 벌고 나서 발을 빼기가 고스톱판보다는 주식시장이 훨씬 쉽다는 정도일 것이다.

    고스톱판에서 돈을 벌면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다. 대개는 돈을 잃은 상대방이 발끈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마지못해 눌러앉으면 다시 돈을 따겠다는 의욕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잃지나 말아야지’ 하다가 결국은 딴 돈을 다 잃고서야 판을 마무리한다.

    주식시장은 좀 다르다. 주식투자로 돈을 번 후 손을 뗀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또 남의 일에 참견하려야 할 수도 없다. 그뿐인가. 주식시장은 고스톱판과는 달리 늘 제로섬(zero-sum) 게임은 아니다. 주식시장이 좋을 때는 많은 사람이 동시에 부(富)를 거머쥐기도 하지만, 상황이 바뀌면 엄청난 부가 공중 분해되기도 한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 현실에서 두 ‘시장’ 간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 우선 주식시장이나 고스톱판이나간에 돈을 많이 번 상태에서 손을 떼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딴 사람보다는 잃은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그 두 가지 일에 뛰어든 지 오래된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나드 케인스(1883∼1946)가 자본주의에서 도박꾼 기질과 같은 동물적 감각(animal spirit), 즉 이른바 ‘투기적 수요’의 역할을 간파한 이래 이렇듯 도박과 흡사한 주식시장의 특성은 전혀 새로울 것도, 놀라울 것도 없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과 관련한 다음의 두 가지 사실을 생각하면 우리 정부와 사회가 공개적으로 도박보다 주식시장 참여를 더욱 권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첫째, 우리나라는 주식시장이 발달한 나라 가운데 개인 투자자 비중이 가장 높은 편이다. 개인들이 직접 판단하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선진국 투자자들과는 달리 각종 수익증권과 뮤추얼펀드, 헤지펀드 등을 통해 간접 투자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둘째, 세계 주식시장을 일시적 혼수상태로 몰고간 2001년 9·11테러 이후 다시 한번 확인됐지만, 우리 주식시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변동성을 자랑한다. 그 며칠 사이 우리 주가의 등락폭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웠다.

    결국 많은 사람이 주식을 매력적인 투자수단으로 생각하고 뛰어들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오히려 불확실하고 위험한 투자수단이라는 얘기다. 주식투자는 장기적으로 저축상품 이자 이상의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를 보더라도 현재의 주가 수준은 20여 년 전인 1980년대 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국은 1990년대의 사상 최장기 호황에 힘입어 10여 년 동안 대세 상승장을 경험하며 주식이 가장 매력적인 투자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일본 같은 예외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이 비슷한 경험을 했다.

    우리 정부는 자본시장 육성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주식투자를 적극 권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럽다. 노태우 정부의 국민주 파동, 김영삼 정부의 외환위기, 김대중 정부의 벤처 버블 등 대형 사건들이 끊이지 않으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주머니를 털었다.

    이런 일련의 악재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은 과연 얼마나 많은 돈을 날렸을까. 시가총액이 총량의 변화를 뜻하긴 하지만, 새로운 종목의 편입 등으로 과거와 객관적으로 비교하기는 불가능하다. 더욱이 개인의 손실에 관한 엄밀한 통계는 없다.

    2001년 10월22일 실시한 여론조사가 하나의 열쇠가 될 수 있다. 필자가 진행하는 대중 경제 전문 프로그램인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김방희입니다’에서는 1359명을 대상으로 생애 누적 주식투자 수익률을 조사했다. 주식투자 기간을 통틀어 손해를 봤느냐, 이익을 냈느냐를 물은 것이다.

    그 결과 누적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개인 투자자는 10명 가운데 6명 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익을 본 경우는 10명 중 2명이 채 안 됐다. 손해를 본 주식투자자 중에서도 원금의 절반 이상을 까먹은 투자자가 10명 중 3명을 넘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10명 중 1명은 “무슨 일이 있어도 주식투자는 하지 않겠다”는 주식투자 거부 계층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조사에는 한계가 있다. 이 조사의 수익률은 실제 수익률이 아니라 주관적 평가치며, 이 때문에 조사 당시의 주식시장 시황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주식투자가 많은 이에게 도박 정도로 비쳐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손에 잡히는 경제’에서는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투자 게임을 실시했다. 이름하여 ‘20명의 개미들이 벌이는 생존경쟁-스톡 서바이벌 게임’이다. 전형적인 개인 투자자 20명을 골라 그들의 투자 행태와 실적을 살펴봤다.

    개인 투자자의 투자금액은 몇백만원에서 몇천만원까지 다양했다. 1억원대 이상의 투자자를 전형적인 개인 투자자로 보기엔 무리가 있어 제외했다. 투자 경력도 천차만별. 갓 주식시장에 뛰어든 초보 투자자에서부터 수십년 된 경력자까지 다 포함시켰다. 그렇게 선발한 게임 참여자의 평균 모델은 나이 36.1세의 남성 투자자로, 주식투자 경력은 5.2년, 투자금액은 1297만원이다.

    이 투자 게임은 여느 수익률 대회와는 달리 가상이 아닌 ‘실전’으로 치러졌다. 가상 투자 게임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향이 높다. 실제로 자기 돈이 오가는 경우의 투자 행태는 가상의 거래에서와는 사정이 크게 다르다. 이 실전 투자 게임을 공동으로 진행한 인터넷 투자 전문 사이트의 하태민 대표는 “가상 투자 수익률 게임에서 뛰어난 성적을 낸 대학생이 증권사에 입사해서는 좋은 수익률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게임을 통해 궁극적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개인들이 실제로 시장에 뒤처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개인 투자자들의 어떤 행태에 있을까. 문제가 ‘토양’에 있는가, 아니면 ‘씨앗’에 있는가. 과연 우리 주식시장에는 개인 투자자들을 조직적으로 따돌리는 메커니즘이 존재할까. 아니라면 개인 투자자의 손실은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일까.

    시장 평균에 못미친 수익률

    스톡 서바이벌 게임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지만, 지난 11월 한 달 간의 기록만 봐도 개인 투자자 행태의 문제점이 어느 정도 드러난다. 이 기간 중 개인 투자자의 수익률은 -6.8%.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이 10%, 코스닥 종합지수 상승률이 8%였으니 시장 평균에 크게 못미치는 성적이다(다음 페이지 표 참조). 특히 11월 마지막 주 증시 전반의 활황세를 고려하면 무척 낮은 수익률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손실의 악순환에 있었다. 즉 대부분의 투자자가 원금을 까먹은 상태였기 때문에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없었고, 그것이 다시 손실을 야기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가 떨어지면 크게 손해를 본다. 원금이 아까워 주식을 선뜻 내다팔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가가 오르면 쉽게 팔고 만다. 한푼이라도 손해를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따라서 대개의 개인 투자자들은 증시 상황이 나빠지면 크게 손해를 보지만, 증시 상황이 호전돼도 큰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참가자 중 한 명은 이 기간 동안 테마주로 부상한 CJ엔터테인먼트를 샀다가 단 2%의 이익만 남기고 팔았다. 그 후 이 주식은 3주도 안 돼 60% 이상 뛰었다. 게임 기간 중 최고의 대어를 다 잡았다 놓친 것이다.

    개미들이여! ‘창녀’를 ‘아내’로 삼지 말라

    재테크 강좌에 몰려든 주식 투자자들. 개인 투자자에게 우리 증시는 험난한 싸움터다.

    손실의 악순환은 개인 투자자들의 보유 종목에도 불균형을 초래했다. 원금 중 상당액을 잃은 투자자들은 투자금액이 줄어 고가의 주식을 살 형편이 못 된다. 그래서 저가주에 집중 투자하게 된다. 저가주는 주가 급등시 주가 수익률이 크게 뛰는 장점이 있는 반면, 주가가 급등락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부실주일 가능성도 높다. 주가가 낮은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개인 투자자들은 거래소 시장에서 입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코스닥으로 가고, 다시 코스닥에서 입은 손해를 메우기 위해 선물·옵션에 손을 대는 경우가 많다. 어떤 이들은 퇴출 가능성이 높거나 아예 퇴출이 예정된 관리대상 종목을 거래한다. 이런 종목은 시장이 비이성적으로 움직이면서 퇴출 직전에 마지막 불꽃처럼 잠깐 가격이 뛰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을 뿐더러 주가 상승 기간도 짧다. 자칫하다 발을 뺄 타이밍을 놓치면 주식은 휴짓조각으로 변한다.

    결국 개인 투자자들은 손실이 커질수록 점점 더 대담하게 이득을 노리지만, 그럴수록 추가 손실의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명의 게임 참가자 가운데 우량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사람은 서너 명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창녀(부실주)를 아내(포트폴리오)로 들이지 말라”는 격언이 등장했는지도 모르겠다.

    ‘열 고’ 행태는 이제 그만!

    개인 투자자들의 행태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주식을 쉴새없이 사고 판다는 사실이다. 투자 액수는 얼마 되지 않지만, 하루에도 수십 번씩 주식을 사고 파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았다. 심지어 한 참가자는 거래가 워낙 잦아서 거래 내역을 다 보내주지 못할 정도였다.

    이런 매매 패턴은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데이트레이딩의 원칙에서 비롯됐지만, 실제로 크게 이익을 얻은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저 강박증에 가까울 만큼 사고 파는 데서 만족감을 얻는 듯했다. 투자는 없고 매매만 존재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행태 역시 손해를 만회하겠다는 조급함에 기인한다. 고스톱판에 비유하자면 ‘열 고’다. 고스톱을 쳐본 사람이라면 이것이 상황을 얼마나 악화시키는지 잘 안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한시도 주식을 생각하지 않는 순간이 없다. 수중에 주식을 보유하지 않는 순간도 없고 주식을 매매하지 않는 순간도 없다. 그런데도 이익은커녕 손해만 늘 뿐이다. ‘열 고’ 행태야말로 개인 투자자의 정상적 투자를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이었다.

    또 하나 문제가 되는 행태는 개인 투자자들이 재테크 정보를 지나치게 믿는다는 점이다. 1위를 달리던 게임 참가자의 수익률이 어느 날 뚝 떨어졌다. 내용을 살펴보니 신성통상이라는 종목을 갑자기 사들였고, 이 주식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종목 투자를 결정하게 된 계기였다. 어느 날 자신의 휴대전화로 날아든 한 케이블 증권방송사의 루머 속보가 그것이다. 이 문자 메시지 하나만 믿고 이 종목을 대거 사들였던 것이다.

    그 투자자에게 “그 흔한 루머 속보를 왜 믿었습니까” 하고 물었다. 사실 관계도 의심스럽거니와, 동시에 많은 사람에게 전하는 증권방송의 속성, 그리고 개인 투자자에게 호재를 전파하는 것이 전통적인 ‘작전’의 마지막 단계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물었던 것이다. 그는 “방송국에서 특별히 저를 비롯한 몇 사람에게만 알려준 것 아닌가요?”라고 되물었다.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은 사람들의 입이나 미디어로 전해지는 주식 관련 정보를 터무니없이 신뢰한다. 믿을 만한 사람에게서 들었다거나 어떤 매체에서 기사화했다는 정보를 비장의 무기로 여긴다. 그러나 그런 정보가 자신에게까지 흘러들 시점이면 이미 수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점은 종종 잊어버린다.

    물론 주가와 가장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대주주나 경영자에게 직접 들은 것이라면 얘기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그들에게 들었다는 정보 중 대부분은 간접적으로 흘러나온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정보를 입수할 즈음이면 정보로서의 가치도 없다.

    신문, 방송, 잡지 등에서 나오는 기사도 마찬가지다. 미디어에 기사가 실리는 것과 동시에 그 기사는 너무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가치 없는 정보로 전락한다. 더욱이 일부 경제 기사들은 ‘뒷거래’의 산물로 등장하기도 한다. 뒤끝이 안 좋았던 몇몇 벤처 기업에 대한 홍보 기사들이 봇물을 이뤘던 게 그 예다. 주가를 조작하려는 작전세력들은 그런 악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정보, 그것도 무가치한 정보에 집착하는 투자자들은 대개 상투를 잡게 된다. 해당 종목의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되거나 작전세력이 물량을 내던지는 순간 덥석 사들이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만일 어떤 주식을 사면 떨어지고, 팔면 꼭 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 경우 이런 정보의 함정에 빠져 있지 않은지 되돌아 볼 일이다. 투자 게임 참여자의 상당수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2001년부터 2002년 중반까지 인기를 모았던 백화점 관련주가 좋은 예다. 이미 2001년 하반기 무렵부터 백화점 업계의 호황은 눈에 띌 정도였다. 백화점에 한번이라도 들러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를 실감하곤 했다. 만일 그때 백화점 관련 종목에 투자한 사람이라면 그는 분명 소신 있고 통찰력 있는 투자자다. 물론 소신과 통찰력에 대한 보상도 충분하게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정작 개인 투자자들은 2002년 하반기 무렵에야 관심을 보였다. 백화점 업계의 2001년 실적이 수치로 가시화되어 언론을 크게 장식하고 난 뒤였다. 그러나 이 시점부터는 경제 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소비가 둔화되는 기미가 역력했다. 가계 부채나 신용 불량자 문제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투자하기엔 너무 늦은 때였던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는 재테크 정보는 돌아올 방법이 없는 ‘편도 막차 티켓’이라고 불러 마땅하다.

    장세와 무관하게 계속되는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은 상당 부분 그들의 잘못된 행태에서 비롯되지만, 전적으로 그렇지만은 않다. 다시 도박판의 비유를 상기해보자. 도박판에서는 누가 뭐래도 자금력과 노하우가 우세한 쪽이 승리한다. 주식시장도 그렇다. 자금력과 정보력에서 앞서는 외국인 투자가나 기관 투자가에 비해 개인들이 불리한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는 응집력이 강한 데 반해 개인들은 제각각이다(때문에 대단히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개미를 개인 투자자와 비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바로 그 응집력 덕분에 외국인이나 기관은 시장을 움직이는 힘을 갖게 된다. 개인들은 늘 거기에 휘둘리는 판이다.

    여기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게 우리 주식시장의 불공정한 거래환경이다. 자금력과 노하우가 떨어지는 사람이 끼여든 도박판에서 참여자들이 가끔씩은 서로 짜고 치기도 한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선 돈을 벌기는 고사하고 잃지 않을 방법이 없다.

    “길목을 지킨다”

    그렇다면 희망은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것일까. 소수의 개인 투자자들, 투자게임 참여자 중 10∼20% 정도인 서너 명에게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은 줄곧 개인 투자자의 일반적인 투자 행태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거의 다 우량 종목을 보유하고 있었고, 매매도 잦지 않은 편이었다. 투자 종목뿐 아니라 장세 전반에 대해서도 나름의 확신을 갖고 늘 남보다 먼저 움직였다.

    물론 그들도 장세가 많이 나빠지면 손해를 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원금 손실 폭이 작았다. 그러다 장세가 반전되면 즉각 손실을 만회하곤 했다. 안정적인 투자성향을 지닌 이들은 실전 투자 게임에서 1위는 아니어도 늘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그 중 한 참여자는 자신의 투자 모토를 “길목을 지킨다”는 한마디로 요약했다. 만일 이들처럼 할 수 없는 투자자라면 이런 충고를 할 수밖에 없겠다.

    “차라리 도박을 할지언정, 주식투자는 하지 말라.”

    그것이 한국의 대표적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행태를 한 달 간 유심히 관찰한 결론이다.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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