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월호

“주가 상승 에너지 충만, IT·중국 관련 기업에 주목하라”

  • 글: 이종우 미래에셋 운용전략실장 jwlee@miraeasset.com

    입력2003-01-02 13: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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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년 주식시장은 주가 상승의 꿈을 이룰 전망이 어느 때보다 밝다. 기업이익 증가, 경기 회복, IT 산업 부활, 악재 반영에 힘입어 1000포인트 고지를 재탈환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주가 상승 에너지 충만,  IT·중국 관련 기업에 주목하라”

    2003년에는 주식시장이 유동성을 끌어들일 요인이 부동산·채권시장보다 강하다.

    2002년만큼 주식시장이 사람을 ‘황당’하게 만든 때가 또 있을까. 2001년 9·11테러가 터지자 세계 경제 예측기관들은 공황이 올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주식시장도 얼어붙을 게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주가는 예상을 뒤엎고 계속 올라갔다.

    하지만 2002년 4월 이후에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졌다. 종합주가지수가 950포인트까지 올라가자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체질이 변했다”고 자신있게 외쳤지만, 주가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끝을 모르고 떨어졌다.

    언제나 새해가 시작될 즈음이면 주가와 관련해 낙관적인 전망이 판을 친다. 인간의 심성이 멀리 떨어져 있는 미래를 밝게 보기 때문일 텐데, 이런 전망이 빗나갈 경우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을 수밖에 없다. 오죽했으면 “연초에 나온 전망들을 다 모으면 한국 주식시장은 종합주가지수 1만포인트를 벌써 넘어섰을 것”이라는 비아냥이 있겠는가.

    ‘눈부신’ 기업실적

    그러나 2003년 주식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주가 상승의 꿈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아직 상황이 유동적이지만, 세계 경제가 뒷받침만 해준다면 1000포인트 고지를 다시 탈환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2003년에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첫째 요인은 기업이익이다. 2003년엔 기업들이 사상 최대 이익을 내고 있는 현실이 투자자들에게 새롭게 인식될 것이다.

    1995년 삼성전자는 단일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한 해 1조원 이상의 돈을 벌어들였다. 지금은 연 1조원 이상을 버는 기업이 1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텔레콤, 현대자동차 등 한국의 내로라하는 기업들 대부분이 그 반열에 들어가 있다.

    대기업만 이익이 늘어난 게 아니다. 거래소에 상장된 170개 주요 기업의 이익 규모는 2000년 처음 10조원을 넘은 데 이어 2002년에는 그 숫자가 30조원을 돌파했고, 2003년에는 4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에서 주식투자가 대중화한 1986년에 거래소 전체 상장종목 시가총액이 40조원 정도였음에 비춰보면 최근 몇 년 동안 기업들은 규모에 관계없이 이익이 눈부시게 늘어났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지는 삼성전자와 일본의 소니를 비교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002년 3/4분기에 소니는 4300억원, 삼성전자는 1조7000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똑같은 기간에 삼성전자가 소니보다 4배나 많은 돈을 벌어들인 것이다. 이런 변화를 반영해 2002년 4월,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소니를 앞질렀고 이제 그 간격이 더욱 벌어지고 있다.

    주식은 기업이 이익을 냈을 때 주주가 이익을 나눠 가질 수 있는 권리이므로 기업의 이익에 따라 주가가 오르고 내린다. 2003년에 우리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낼 것이라는 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새해 증시는 대단히 매력적이다.

    기업들의 이익증가보다 주식시장을 더 호전시킬 수 있는 요인은 경기회복이다. 2002년 우리 기업들은 30조원에 달하는 돈을 벌었지만, 국내외 경기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이익이 줄어들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주가는 하락했다. 만일 새해 들어 국내외 경기가 회복된다면 지난해 쌓아올린 이익에다 경기회복이라는 힘까지 배가돼 종합주가지수가 빠르게 올라갈 것이다.

    아직까지는 누구도 국내외 경기에 대해 자신있는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몇 달 전만 해도 1930년 대공황을 불러온 디플레이션이 재현될지 모른다는 공포가 만연했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2002년 11월부터 국내외 경기에 대한 전망치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IMF(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같은 경제전문기관들은 2003년 하반기부터 선진국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내 경제도 마찬가지여서 상반기에는 성장률이 4%대로 둔화되지만, 하반기엔 그 수치가 6%대까지 높아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같은 예상은 소비가 예상보다 견실해지고, 투자 또한 하반기에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한다. 그동안 미국 경제는 거품경기 때 늘어난 개인 부채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평균적으로 미국 사람들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소득의 14%를 이자로 지불해야 할 만큼 사정이 심각했는데, 2002년에 경기가 급랭하자 더 이상 부채를 늘릴 수 없는 것은 물론, 빌린 돈 때문에 엄청난 개인 파산과 은행 부실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그러나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적극적으로 떨어뜨려 소비 급락을 막은 데다 고용도 안정되면서 미국 경제의 먹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있다. 똑같은 그림이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때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신용카드 때문에 개인 파산의 우려가 높았지만, 2003년에는 신용위기 우려를 떨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기업들이 재고를 적게 갖고 있는 점도 경기회복에 탄력을 더해주는 요인이다. 과거 재고 동향과 경기의 관계를 보면 재고가 바닥까지 떨어진 후 수요가 조금만 늘어도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는 패턴을 반복했는데, 세계 경제는 2002년 말을 기점으로 이런 흐름에 들어갔다.

    소비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이 IT 투자다. 사실 지난 3년간 IT는 세계 모든 지역에서 죽을 썼다. Y2K에 이어진 IT 버블의 후유증으로 미국 거대 기업 중 일부가 도산했고, 주가는 90% 이상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에선 “2000년에 1000달러를 주고 IT 주식을 샀던 사람보다 그 돈으로 맥주를 사 마시고 빈 깡통을 내다판 사람이 남는 게 더 많았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았다.

    극심한 IT 불황은 PC와 통신장비 교체에 힘입어 새해부터 서서히 걷힐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적으로 최근에 PC가 대량 소비된 것은 Y2K 문제가 한창이던 1999년 말이다. 그후 3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그간 PC 이용자들이 평균 26개월에 한 번씩 PC를 바꾼 점을 감안하면 2003년엔 PC의 대량 교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IT 투자 회복 속도는 PC 교체 속도보다 빨라 이미 2002년 2/4분기부터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 IT가 강한 나라다. 주식시장의 40% 정도를 IT 관련 산업이 차지하고 있고, 2002년 말 세계 경제가 침체된 가운데서도 반도체와 휴대전화를 비롯한 IT 제품 수출에 힘입어 20%대의 수출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러니 새해에 세계의 IT 경기가 회복된다면 우리 증시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빠른 주가 상승을 경험할 것이다.

    2002년에는 부동산이 재테크 분야에서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었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고, 이런 오름세가 정상적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급기야 정부가 모든 조치를 다 동원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켰지만, 이미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상태가 된 뒤였다.

    흔히 부동산과 주식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부동산 가격이 안정돼야만 주가가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과거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런 움직임을 찾기 어렵다. 다만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시중에 유동성이 많다는 증거가 될 수는 있다.

    새해에도 시중 유동성은 2002년만큼 풍부할 것이다. 현재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는 것은 지난 5년 동안 한국은행이 공급 일변도의 통화정책을 펼쳤기 때문인데, 이를 하루 아침에 바꾸긴 어렵다. 정부는 2003년 경기에 대해서도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어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통화를 긴축하기 힘들 전망이다. 따라서 2003년에도 부동자금은 여러 투자 대상들을 떠돌아다니면서 그 가격이 오르는 데 힘을 보태주는 기능을 할 것이다.

    신용 불안 영향 크지 않다

    유동성을 끌어들일 요인을 분석해 볼 때 2003년 주식시장은 부동산이나 채권보다 강력하다. 1999년 ‘바이 코리아’ 열풍이 불었을 때 불과 넉 달 만에 40조원에 달하는 돈이 주식시장으로 몰려든 적이 있다. 투자자들이 주식 열풍과 그 거품의 붕괴를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에 1999년처럼 엄청난 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진 않겠지만,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많은 돈이 유입되는 현상은 새해에도 재현될 것이다.

    유동성과 관련해서는 외국인 매수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미 외국인은 우리 시장에서 30%가 넘는 지분을 갖고 있고, 시시각각 시장을 뒤흔들 정도의 충격을 주고 있다.

    2003년에 외국인이 우리 시장에서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는 선진국의 주식시장 동향과 주도주가 결정하겠지만, 예상대로 세계 시장에서 IT 관련주가 시장을 선도할 경우 외국인 매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2002년 말 기준으로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삼성SDI 등 대표적인 전자업체 주식을 각각 55%, 38%나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은 해외에서 주식을 살 때 자국 회사와 비슷한 영업구조를 가진 기업의 주식을 주로 매수하는 경향이 있다. 1960년대에 미국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시장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도 소니와 도요타자동차를 사들였고, 싱가포르에서는 싱가포르항공과 싱가포르텔레콤을 매수했다. 이런 특징 때문에 한국의 ‘대표 기업’들은 올해도 여전히 외국인의 주요 매수대상이 될 것이다. 여기에다 세계 경기 회복이 더해진다면 한국의 대표 기업들은 외국인이 가장 믿고 투자할 만한 대상으로 부상할 것이다.

    2003년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을 이른바 ‘재료’들을 살펴보자.

    하나는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이다. 주식시장에서는 그 시기를 오는 2월 정도로 보고 있는데, 문제는 이 전쟁이 주식시장에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로선 1991년 걸프전 때보다 영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라크-미국전이 걸프전보다 전쟁 규모면에서 훨씬 작을 뿐 아니라 국제 공조도 약하기 때문이다. 걸프전 당시 주가는 공습이 시작된 후 오히려 상승했다. 모든 악재가 이미 반영됐다는 인식 때문이었는데, 이번에도 그처럼 극적인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하나는 신용 위험이다. 지난 2년간 남발된 신용카드와 은행대출로 인해 2002년 하반기에 카드 연체율이 10%까지 높아지고, 신용불량자가 250만명 이상 양산됐다.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신용불안이 소비둔화를 가져와 경제 전반을 압박할 것으로 우려한다. 일본형 장기 불황의 전조라는 것이다.

    앞으로 신용불안이 어떤 형태로 전개될 것인가는 정부의 정책대응과 경기 상황에 달려 있지만, 그다지 심각한 방향으로 흐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2년 3/4분기에 가계가 진 빚이 크게 늘어났지만, 가처분소득 대비 이자부담액은 8.1%로 지난 6년간 평균인 7.6%에 비해 소폭 높아지는 데 그쳤다. 저금리 효과가 이자 부담을 경감시키고 있는 것이다. 소비 문제 또한 국내 민간소비 증가율이 2002년 3/4분기에 5.8%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 가계신용 하락이 실제 소비 급락으로 연결되지 않음을 보여줬다. 향후에도 가계신용 증가율 둔화가 내수나 국내 경기의 경착륙을 가져오지 않고, 주택가격 하락도 유발하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시장 뚫을 기업은?

    이제는 ‘어떤 주식을 사야 하는가’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해보자. 외국인 매수가 집중되는 대표 기업들과 IT 관련 주식은 앞에서 얘기했으므로 논외로 하자.

    우선 중국 관련 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연 8% 이상의 고성장을 계속했다. 내부적으로도 2002년 11월 열린 제16차 공산당전국대표대회에서 사유 기업가의 공산당 입당을 허용할 만큼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이에 비해 10년 넘게 세계 경제의 단일 축 노릇을 한 미국은 경기 침체로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데, 두 나라의 이같은 변화가 투자자들을 중국으로 다가가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에서 중국 관련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주목을 받은 적은 여러 차례 있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그저 중국에 공장부터 짓고 시작한 기업같이 출발부터 잘못된 경우가 대다수여서 주가 상승을 이어가는 데 실패했다.

    만일 새해 주식시장에서 대(對)중국 관련 기업들이 부상한다면 그 주인공은 중국 소비시장을 뚫고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춘 화학, 철강 및 첨단 전자제품 관련 기업이 될 것이다. 이들은 중국 경제가 세계에 노출되면 될수록, 그리고 중국 경제가 내부 공급으로 커버되지 않을 만큼 팽창할수록 더욱 주목받을 것이다.

    사업구조를 개편했거나 영업부진에서 벗어나는 소위 ‘턴어라운드(turn around) 기업’들도 올해는 높은 투자수익을 거둘 것이다. 이들은 그동안 비효율적인 경영이나 경기악화로 인해 주가하락을 면치 못했는데, 경기가 회복되면 기업 내용의 일신과 이익증가를 재료로 주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도 이런 전례가 많았다. 성공적인 턴어라운드 기업으로 평가받는 한국전기초자나 태평양의 경우 경기가 회복되던 한두 해 사이에 수백 퍼센트의 상승을 기록했다.

    2003년에는 코스닥도 시선을 끌 것이다. 2002년 코스닥 시장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각종 조치들이 시행되어 새해엔 시장의 신뢰를 어느 정도 회복하고, 코스닥 시장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IT 기업들이 업종 경기 회복의 혜택을 볼 것이어서 전망이 밝다.

    가치투자 뿌리내릴 것

    올해를 기점으로 우리 주식시장은 새롭게 탈바꿈할 것이다. 크게 두 가지 변화를 예상할 수 있는데, 첫째는 주가가 주기적인 급등락에서 벗어나리라는 것이다. 그동안 주가변동이 극심했던 것은 경제가 고성장과 침체를 반복했기 때문인데, 이제는 이런 패턴에서 벗어나 5%대의 안정 성장세로 방향을 잡았다. 투자자들도 주식투자 수익률을 비현실적으로 높게 예상하기보다 금리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낮춰 잡아야 한다.

    둘째는 기업의 내용을 중요시하는 이른바 가치투자(value investment)가 뿌리내릴 것이라는 점이다. 시장이 안정되고 기업 실적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야만 가치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데, 새해엔 두 가지 다 실현 가능하다. 투자종목을 빈번하게 바꾸는 것보다 신중하게 기업을 선택해 오랜 기간 투자하는 원칙적인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바람직하다.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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