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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사채업자가 작심하고 털어놓은 거대한 사채시장의 정체

“‘큰손’ 4인방이 좌지우지… 전화 한 통이면 수천억 OK”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명동 사채업자가 작심하고 털어놓은 거대한 사채시장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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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큰손’은 조 단위 재산가…3500억 돈 심부름
  • ●전직 대통령 가족 뒤 봐주고 측근과도 긴밀한 거래
  • ●명동 전주들, 채권·CD 세탁으로 갑부 돼
  • ●‘큰손’과 일부 은행 지점장들 ‘공생(共生)’
  • ●일부 은행지점 이용해 정치자금 세탁…‘완전범죄’
  • ●올 2, 3월에도 수십억 정치권 괴자금 세탁
명동 사채업자가 작심하고 털어놓은 거대한 사채시장의 정체
‘명동 사채시장’은 거대한 ‘지하경제’의 코어(Core)다. 수백조 원대에 이르는 시중 유동자금의 흐름을 주도하는 어둠의 제왕이며, 한 번도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한국경제의 ‘음(陰)의 축’이다. 올해 초까지 현업에 종사해온 한 명동 사채업자가 사채시장의 실태를 털어놓았다. 그는 “명동 사채시장에서 지금도 비밀리에 정치자금 세탁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사채시장은 은행, 제2금융권 등 제도권 금융기관이 아니면서 금전 대여업이 이뤄지는 곳이다. 금융기관에 담보대출, 신용대출 을 받지 못할 처지가 된 개인이나 회사가 급전을 구하기 위해 주로 찾는다. 속칭 카드깡, 자동차할부깡, 상품권깡 등 다양한 대출방식이 알려져 있으나 ‘정석’대로 부동산 담보를 제시해야 대출해주는 사채업소도 많다.

사채업소의 또 다른 주 종목은 기업어음, 양도성예금증서(CD), 채권, 비상장 주식과 현금을 교환해주는 사업이다. 특별한 경우에는 현금 거래 없이 수표를 수표로, CD를 채권으로 교환해주기도 한다. 이런 사업을 통해 사채시장은 자금 세탁의 중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캐피탈’ ‘컨설팅’ ‘투자’ 등의 간판을 내 건 업소는 영락없는 사채업소다. 최근엔 사채업소가 대부업이 아닌 일반 사업을 겸업하는 경우도 많아 ‘상사’ ‘무역’ ‘개발’ 등의 회사명을 갖기도 한다.

여러 형태의 사채업소가 존재하지만 공통된 특성은 고리(高利)와 거액의 수수료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돈의 성격에 따라 은행 이자의 수 배에서 수십 배까지 폭리를 취한다. 정부는 ‘대금업법’을 통과시켜 사채시장의 건전화를 유도했다. 사채업자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이자수익을 얻지 못하도록 한 것. 그러나 사채업자들의 폭리는 여전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채업자가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위험 부담)’가 크기 때문에 그들의 수익도 높아지는 것이고 이는 사채시장에서 그만큼 불법적, 반사회적 거래가 자주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명동 사채시장은 피라미드 구조

사채시장에 대한 공인된 통계가 없어 정확한 사실관계는 알 수 없지만 금융업계에 따르면 자금 수요가 많은 서울지역이 전국 사채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의 사채시장은 과거 은행 본점이 몰려 있던 명동을 중심으로 형성됐으며 종로지역이 부(副)상권으로 통했다. 현재 사채시장은 강북의 을지로, 퇴계로, 충무로, 강남의 강남역 주변, 테헤란벨리 등지로까지 확산되었다. 그러나 사채업자들 사이에선 여전히 명동이 사채업의 ‘메카’로 통한다.

명동 사채업자들은 사채시장을 찾는 개인이나 기업의 운명을 쥐락펴락할 뿐 아니라 국가경제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명동 사채시장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 안에서 어떠한 사업을 하고 있는지 사업규모는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 어떠한 시스템에 의해 작동되는지, 풍문으로만 떠도는 정치자금 세탁설은 사실인지에 대한 구체적 증언은 아직 없었다.

2004년 초까지 명동 사채시장의 핵심에서 일해온 사채업자 A씨는 최근 기자와 만나 6시간에 걸쳐 자신이 체험한 명동 사채시장의 전모와 정치자금 세탁설에 대해 밝혔다.

그는 사채업계에서 ‘한국 최대 큰손’ 중 한 명으로 통하는 명동의 ‘전주(錢主)’ 박모 회장의 직속 참모이면서 자신도 사채업자였다. A씨는 8년여간 박모 회장을 만나면서 그가 시키는 ‘프로젝트’들을 다른 명동 사채업자들과 연계해 본인이 직접 수행했고 그 과정에서 박모 회장과 다른 명동 큰손들의 활동을 자연스럽게 목격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자는 A씨가 한때 자금세탁에 동원한 A씨의 지인을 통해 A씨를 소개받아 명동 사채시장에 대해 증언해줄 것을 수 차례에 걸쳐 요청했다. 일부 검사도 정치자금 세탁 내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A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수사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A씨는 최근 모시던 전주와의 관계를 정리하게 됨에 따라 기자에게 증언을 하게 됐다.

A씨는 1990년대 중반 명동 사채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A씨는 당시 명동 외환은행 부근에 사무실을 내고 어음 할인업을 주로 했다고 한다. 명동의 사채업자들과 친분을 쌓게 된 그는 1996년 6월 명동에서도 알아주는 큰손으로 통하는 박OO 회장을 소개받아 이후 박 회장의 측근으로 활동했다.

박, 이, 장, 방 회장

명동엔 공식, 비공식적으로 사채업을 하는 업소가 굉장히 많다. 사채업자들에 따르면 이들 업소는 독립적으로 사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업소들끼리 긴밀히 연결되어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일도 잦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채업자들간 서열이 형성된다. 명동의 사채시장도 일종의 ‘피라미드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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