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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 진단

국민연금 운용체계 대수술 임박

정부 품 떠나 ‘나홀로 운전’ ‘대박’ 낼까, ‘쪽박’ 찰까

  • 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국민연금 운용체계 대수술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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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연금 운용을 둘러싼 논란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상설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자산 규모 130조원의 ‘큰손’이 새롭게 등장하는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 자산 운용은 민간 전문가들이 맡을 가능성이 크다. 이헌재-김근태 갈등으로 홍역을치른 국민연금의운명은?
국민연금 운용체계 대수술 임박
지금까지국민연금을 둘러싼 논란은 대부분 연금 재정에 관한 것이었다. ‘적게 내고 많이 받도록’ 설계된 국민연금이 도대체 언제쯤 바닥을 드러낼 것인가. 아니면 내가 낸 국민연금을 30년 후에는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그 동안 수많은 입씨름을 벌여왔다.

그러나 연금 재정 안정화 방안에 관한 이러한 논란들은 30~40년 후에 일어날 일을 대상으로, 아직 확정되지 않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것이어서 일반 국민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돈을 어떻게 거둬들일 것인가’가 아니라 ‘돈을 어디에 쓸 것인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에 불을 붙인 사람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다.

김 장관은 ‘하늘이 두쪽 나도’ 국민연금을 지켜야 한다며 ‘콩 볶아 먹다가 가마솥 깨뜨린다’는 말로 연금 가입자의 ‘백기사’를 자임하고 나섰다. 김 장관의 이 인화성 발언은 국민연금 파동의 전선을 ‘재경부 대 복지부’로 선명하게 가르는 데 큰 효과를 발휘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선으로 인해 국민이 국민연금 파동을 ‘부처간 기싸움’으로 인식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김 장관의 발언 파문이 일회성으로 그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운용을 둘러싼 논란의 이면에는 이러한 부처간 기싸움말고도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 민간투자법 개정을 통한 국민연금의 공공투자 참여, 새롭게 만들어질 기금운용위원회의 관할권 논란, 수익성과 안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자산 배분 전략 등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제가 담겨있는 것이다.

‘BTL’ 방식 둘러싼 논란

이번 논란은 재경부가 마련하고 있는 종합투자계획, 이른바 한국판 뉴딜정책에 연기금을 참여시키겠다는 계획에 복지부가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이 논란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재경부가 내놓은 ‘BTL(Build-Transfer-Lease)’이라는 새로운 투자 유치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BTL 방식’은 민간사업자가 사회간접자본이나 공공시설을 지은 뒤 사용자에게 통행료와 사용료를 직접 징수하는 기존 민자사업 방식인 ‘BTO(Build-Transfer-Operation)’와 달리 민간사업자가 건설을 마친 후 소유권을 정부에 넘기고 투자원리금을 임차료 형식으로 받는 것을 말한다.

기존 ‘BTO’ 방식에서 늘 문제가 된 것은 수요 예측이었다. 민자를 동원해 고속도로나 터널을 지으면서 초기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예상보다 이용자가 적어 수입이 감소할 경우에도 재정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 것이 BTO 방식의 단점이자 리스크였다는 말이다.

그러나 개정 민간투자법에 따라 새로 도입될 BTL 방식에서 민간사업자는 시설 소유권을 정부에 넘긴 뒤 확정 이자를 받을 수 있으므로 리스크가 사라진 것이다. 말하자면 국민연금으로서는 수익성과 안전성이 동시에 보장된 또 하나의 투자처가 생기는 셈이다. 정부는 이 경우에 국민연금이 ‘국채수익률+α’의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투자방식에 대한 협의는 9월부터 진행돼 왔다. 복지부도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하는 데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런데 11월 초 느닷없이 김 장관이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오자 기획예산처나 재경부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톰’에게 한방 먹인 ‘제리’

복지부는 이에 대해 재경부가 기금운용위원회의 의결 등 국민연금 운용 절차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속도를 내는 데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BTL’ 방식을 둘러싸고 경제부처들과 복지부 사이에 협의과정을 거친 배경을 이해한다면 김근태 장관이 국민을 그렇게 국민들을 놀라게 하는 방식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민심을 읽을 줄 아는 ‘정치인 김근태’의 감각은 예리했다. 경제부처의 맏형답게 ‘늘 하던 대로’ 목표만 앞세워 계획을 추진하는 재경부가 방심한 틈을 타 복지부가 일격을 가한 것이다. 멍청한 고양이 ‘톰’에게 늘 쫓기던 영악한 생쥐 ‘제리’가 불의의 ‘한방’으로 톰을 골탕먹였듯이.

김 장관은 이를 통해 ‘절반의 승리’를 거두었다. 반면 재경부는 여전히 말만 꺼내놓고 뒤치닥꺼리도 못한 채 속병만 앓고 있는 모습이다. 야심적으로 꺼내든 종합투자계획이라는 카드는 부처간 협의가 원활치 않아 발표 시기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 투자를 둘러싸고 복지부와 충돌하면서 대국민 홍보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판단한 재경부는 부랴부랴 이 계획을 ‘점프코리아’로 명명하고 별도의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등 국민 홍보와 설득에 나서고 있지만 썰렁하기 이를 데 없는 홈페이지처럼 재경부도 힘이 빠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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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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