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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北核비상

부시 행정부 내 파워게임으로 본 북핵

라이스와 럼스펠드의 ‘다른 뉘앙스’, 계속되는 강경파의 백악관 압박

  • 안병진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정치학 byongjinahn@yahoo.co.kr

부시 행정부 내 파워게임으로 본 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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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의 핵 선언은 워싱턴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 강경파와 온건파, 실용주의자가 뒤엉킨 미 정부내 한반도 문제 담당라인의 정책주도권과 세력균형에는 어떤 파장을 던질 것인가. 북핵을 둘러싼 2기 부시 행정부 내부의 파워게임을 1962년 쿠바 위기 당시와 비교하며 앞날을 전망해본다.
부시 행정부 내 파워게임으로 본 북핵

부시 행정부 대외정책의 양대수장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좌)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북한의도발적인 핵 선언 이후 한반도 상공에 하나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이미 오래 전 냉전의 잿더미 속으로 사라진 쿠바 미사일위기의 유령이다. 1962년 10월 소련의 흐루시초프 서기장이 쿠바 지도자 카스트로 의장의 묵인하에 쿠바에 배치한 핵미사일을 둘러싸고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 일보직전까지 갔던 사건을 말한다.

이 유령이 다시 등장한 것은 집권 1기 부시 대통령이 이른바 ‘선제공격 독트린’을 발표하고 나서 이 무렵 백악관은 쿠바 미사일위기 당시 케네디 대통령이 선제공격 명령 직전까지 갔던 선례를 들어 이라크에 대한 ‘예방전쟁’을 정당화한 바 있다.

놀라운 것은 ‘악의 축’ 같은 노골적인 언사가 사라진 부시 2기의 연두교서가 발표되고 거의 모든 전문가가 입을 모아 6자회담 조기개최를 기정사실화하는 시점에 또다시 유령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의 핵 선언 직후 쿠바 미사일위기를 모델로 한 ‘쿠바식 봉쇄정책’이 ‘뉴욕타임스’ 등 언론에 언급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보면 분명해진다.

이 글은 북한의 핵 선언이 미국 정부 내 정책 결정자들 사이의 위상이나 세력균형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간략하게 분석한 글이다. 물론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기 부시 행정부 내부의 파워게임을 파악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므로, 어찌 보면 거친 소묘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같은 분석을 통해 향후 북한의 핵 선언이 백악관 내부의 한반도 라인에 어떤 파장을 던질지, 이후 백악관의 대응은 어떠할 것인지를 개략적으로나마 전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두 가지 전략에 ‘올인’

2월2일 발표된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는 부시 2기 행정부의 우선적인 국정운영전략이 명확하게 나타나 있다. 국내적으로는 야심찬 사회보장제도 개혁을 선언하고, 국제적으로는 그간 추진해 온 중동지역의 민주적 재편 전략의 성과를 확인하여 미래 청사진을 펼쳐 보이는 것이다. 연두교서의 내용을 정확히 해석하려면 이 문서가 외교정책을 제시하는 전략문서가 아니라 주로 국내 유권자들을 겨냥해 국정운영의 정치적 전략을 가시화한 국내 정치용 문서의 성격이 강하다는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실제로 국내 언론매체들은 이를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접근해 아전인수격 해석을 남발한 바 있다. 부시 집권 1기의 2002년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것이 북한에 대한 메시지라기보다는 주로 미국 부동층에 대한 ‘공포전략’ 메시지임을 놓친 것이 그 좋은 사례다. 당시 한국의 일부 언론들은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군수산업의 무기를 판매하려는 의도”라는 식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2002년의 자극적 언사와는 대조적으로 이번 연두교서에서 부시 대통령은 짤막하게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공조하여 북한이 핵 야망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겠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이는 일각에서 주장하듯 중국이나 한국이 적극적으로 협조를 요청한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거시적으로는 과거 ‘악의 축’과 같은 공포전략이 아니라 중동에서의 성과를 대내외에 확인시키겠다는 이른바 ‘희망전략’ 구도를 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틀에 부시 행정부의 핵 확산 정책이 실패했음을 암시하는 북한의 존재는 방해가 될 뿐이므로 북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연두교서에서 드러나는 부시 대통령의 원대한 야심이나 장밋빛 비전과 달리 위의 두 가지 핵심전략은 극심한 난관에 봉착해 있다. 지나치게 혁명적인 변화를 함축하는 사회보장 부문 민영화안은 본격적으로 출발하기도 전에 공화당 온건파는 물론 하원의장 데니스 해스터트 등 핵심 지도부의 반발을 사고 있다. 또한 국제적으로도 이라크는 앞으로 제정헌법의 국민투표 비준까지 최소 1년간은 정치일정이 지극히 불안정한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란의 핵위기는 유럽과의 공조체제가 갈등에 부딪힘에 따라 경제제재를 가하거나 침공을 단행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다. 워싱턴 정가에서 딕 모리스 등의 논객에 의해 벌써부터 2008년 대권주자로 거명되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적극적 야심을 보이고 있는 이 사안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양 진영이 자체 내 극단 세력에 대해 적극적인 통제의지를 내비침에 따라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2월13일자 ‘뉴욕타임스’가 지적하고 있듯 이 이슈 또한 산 넘어 산의 장애물을 앞두고 있으며, 이 때문에 백악관은 추후 ‘결렬 책임론’이 불거질 때에 대비해 미리 한 발을 빼고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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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진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정치학 byongjinahn@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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