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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공룡 재향군인회, 꼬리 무는 의혹

5년간 4000억대 수의계약 특혜, 허위 임대계약, 불법 재하청, 명의 사칭…

  •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거대 공룡 재향군인회, 꼬리 무는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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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5년7개월간 3149억 수의계약

한국전력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기사업에 전문성이 전혀 없는 재향군인회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금액이 2000년 479억원, 2001년 513억원, 2002년 578억원, 2003년 556억원, 2004년 61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7월 현재까지 406억원 어치를 수의계약했다. 5년7개월 동안 무려 3149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의 수의계약이 이뤄진 것이다. 계약품목은 합성수지파형관부터 케이블 행거 안전캡, 나경동연선, 전력량계 단자커버, 표준형 지상변압기, 인입용전주까지 20여 가지에 이른다.

조달청은 재향군인회와 2002년 145억4500만원, 2003년 183억1600만원, 2004년 116억2000만원 등 3년 동안 444억8100만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계약품목으로는 배전반과 자동제어반, 계장제어장치, 오버헤드 크레인 등 설비가 주를 이루고, 간혹 승차권(철도청)과 버클(경찰청), 태극기(국방부)도 포함돼 있다.

또 국방부 조달본부는 계급장과 부대표시, 피복류, 가구, 꼬리곰탕 등을 재향군인회와 수의계약을 통해 조달했다. 수의계약 규모는 2002년 65억원, 2003년 130억원, 2004년 144억원으로 3년간 총 340억원.

재향군인회는 이밖에도 한국통신, 도로공사, 주택공사, 지하철공사, 포스코 등 공기업들로부터 지난해 35억원의 수의계약을 따냈다. 이를 종합해보면 재향군인회가 정부 산하기관이나 공기업과 수의계약을 체결한 규모는 지난해에만 연간 1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재향군인회가 이처럼 수의계약으로 따낸 모든 물량을 직접 제작해 조달할 능력이 있는가다.

재향군인회의 수의계약 근거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6조 8항이다. 여기에는 “특별법으로 설립된 법인이 당해 법률에서 정한 사업을 영위함으로써 직접 생산하는 물품의 제조·구매 또는 용역계약을 체결하거나 이들에게 직접 물건을 매각·임대하는 경우에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법률상 수의계약 대상을 직접 생산하는 물품에 한정한 것이다.

재향군인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제조사업본부는 전업사업단 2개, 전선사업단 3개, 중전기사업단 2개, 통신사업단 1개, 직할(사업소) 11개 등 모두 19개 공장을 임차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제품을 생산한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 하지만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가장하고 실질적으로는 그 공장에 다시 도급을 준 사례가 적지 않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엄연한 불법이다.

허위 임대차계약과 불법 하도급 의혹

열린우리당 김현미 의원은 그 구체적인 사례로 중전기사업단의 경기 안산 중전기공장과 충북 옥천 파형관공장을 지목했다. 김 의원이 재향군인회로부터 제출받은 두 공장의 임대차 계약서에 따르면 재향군인회는 이상훈 회장 명의로 (주)조양 대표이사 나○○씨와 안산공장과 옥천공장 두 곳에 대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돼 있다. 안산공장은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800만원, 옥천공장은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500만원, 기간은 1년 조건이다.

그러나 김 의원이 제시한 신용보증기금의 기업조사정보를 보면 안산공장의 실제 회사명은 (주)조양산전이고, 대표이사는 한○○씨다. 또 옥천공장의 회사명은 (주)조양으로 계약서상 회사명과 같지만 대표이사는 조○○씨다.

교차 확인한 결과 한씨와 조씨는 (주)조양산전과 (주)조양, 두 회사의 지분을 각각 50%씩 소유한 실질적인 경영주였고, 계약서에 등장한 나씨는 (주)조양의 임원이었다. 그리고 (주)조양의 재무제표상 임대수익은 전무하다. 재향군인회와 (주)조양 간의 임대차 계약 자체가 허위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실질적인 경영주 조씨가 재향군인회 간부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재향군인회가 한전과 수의계약한 납품건을 재향군인회 간부가 자신의 수익사업으로 돌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W금속, K산업 등과 재향군인회의 관계에 대해서도 의문이 일고 있다. 두 회사는 재향군인회와 임대차 계약을 맺지 않았으면서도 W금속은 생산물품의 38%, K산업은 30%를 재향군인회에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재향군인회가 사실상 이들 회사에 재도급을 줘서 납품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업체 가운데 특히 K산업은 재향군인회 전업사업단 평택공장과 특별한 관계에 있다. K산업의 주소지는 평택시 포승면 내기리 6XX-10번지. 그리고 그 계열사인 S공업은 인접한 평택시 포승면 내기리 6XX-11번지로 재향군인회 평택공장의 주소와 같다.

확인 결과 재향군인회는 S공업 공장 일부를 임차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그런데 S공업과 재향군인회 평택공장은 둘 다 플라스틱 사출공장으로 공교롭게도 생산하는 제품이 같다. 이 과정에서 재향군인회 평택공장이 S공업으로부터 납품을 받았다면 이 또한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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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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