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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특집

자녀 특·목·고 보내 행복하십니까?

사교육비 월 700만원, 자기 비하 못 이겨 정신과 치료…

  •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자녀 특·목·고 보내 행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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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위권 중학생에게 특목고는 선망의 대상이다. 특목고는 올해 입시에서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변함없는 인기를 과시했다. 그러나 특목고 진학이 그저 장밋빛이기만 할까? 열등생으로 전락한 패배감에 심리치료를 받고, 과도한 경쟁에 건강과 의욕을 상실한 특목고생이 적지 않다. 학부모는 고액 과외를 불사하며 자녀 기(氣) 살리기에 나선다. 화려한 간판 뒤에 숨은 특목고 학생들의 우울한 그림자.
#1.“정신과 치료, 학교엔 비밀인데…”

자녀 특·목·고 보내 행복하십니까?
나는 서울 A외고 2학년에 재학 중인 17세 여학생이다. 남들은 내가 공부를 잘해 외고에 다니니 좋겠다며 부러워한다. 사실 중학교 땐 전교 1, 2등을 도맡아 해서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던 내가 고등학교에서 열등생으로 분류되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외고에 입학해 처음 받아든 성적표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숫자가 찍혀 있었다. 반에서도 중위권을 훌쩍 넘긴 등수였다. 처음엔 워낙 잘하는 친구들끼리 모여 그렇겠지, 좀더 열심히 하면 금방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거야 하고 생각했다. ‘2학기 중간고사에는 달라질 거야, 아니 기말고사엔 성적이 오를 거야….’ 스스로를 위로하며 2년 동안 애써봤지만, 성적은 그 자리에서 벗어날 줄 몰랐다. 중위권을 넘는 숫자가 내 진짜 등수임을 인정하는 순간, 나 자신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나를 더 견딜 수 없게 하는 것은 부모님의 달라진 눈빛이다. 공부 잘한다고 딸을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던 두 분은 이제 내가 부끄러운 모양이다. 어머니는 남에게는 내색조차 하지 않고, 성적이 안 나오는 딸 때문에 혼자 속앓이를 하신다.

요즘 나는 교실에선 멍 하니 앉아 있고, 같은 반 친구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교실에 감도는 팽팽한 긴장에 숨이 막힌다. 학원도 빠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딱히 오르지 않을 거란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난 이제 선생님의 주목을 받는 기대주가 아니라, 그저 교실 한 귀퉁이를 차지하는 조용한 학생에 불과하다. 일반고에 다녔다면, 이렇게 자기비하에 빠지진 않았을 텐데….

최근엔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 물론 학교엔 비밀이다. 내가 고등학교에서 이토록 힘겨워한다는 사실을 알린다는 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학원 선생님은 내게 “일반고로 전학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하지만, 망설여진다. 일반고 친구들에게 ‘부적응자’로 낙인찍힐까봐 두려워서다. 외고에 입학한 것 자체가 잘못된 선택이었을까.

#2. “1등 엄마가 못 돼서 미안해”

나는 올해 아들을 서울 C과학고에 입학시킨 40대 주부다. 지난해 아들의 과학고 합격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내 아들이 전국에서 똑똑하다고 소문난 수재들과 경쟁해 150여 명 안에 들었으니, 정말 자랑스러운 일 아닌가.

그런데 요즘 아이가 무척 힘들어한다. 언젠가 시험을 치른 아들이 말했다.

“엄마! 나는 두 번째 문제를 몰라서 틀렸는데, 다른 애들은 일반화학을 미리 공부하고 와서 모두 쉽게 풀었대요. 친구들은 화학Ⅰ, 유기화학까지 다 공부하고 왔는데 나는 이제 시작이잖아요. 아무리 노력해도 선행학습을 많이 해온 친구들을 따라잡을 수가 없어요. 미리 공부를 못 해와서 꼭 안개 속을 헤매는 것 같아요.”

다른 엄마들처럼 발빠르게 정보를 입수해 아들이 고등학교 과정을 다 공부하고 입학하도록 이끌지 못한 것이 이렇게 후회될 줄이야…. 나는 아들이 과학고에만 입학하면 모든 게 끝나는 줄 알았다. 그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요즘은 ‘아이가 1등이면 엄마도 1등’이라는데, 나는 정말 무능한 엄마인가보다.

다른 학부모들 얘길 들어보니, 전교 60등 안에 들어야 조기 졸업해서 카이스트에 진학할 수 있다고 한다. 1~2점 차이로 등수가 천양지차로 갈리는 살벌한 현장에 있으니, 아이는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일 것이다. 조기 졸업을 목표로 한 아이들은 2학년 1학기까지 고등학교 전 과정을 끝내야 한단다.

과도한 학습 부담 때문에 아이가 주저앉을까봐 걱정이다. 차라리 일반고에 갔다면, 스트레스를 덜 받고 명문대에 무난히 진학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요즘 아이가 부쩍 체력도 떨어지고, 자신감도 잃은 것 같다. 기숙사에서 돌아온 아이의 축 늘어진 어깨를 보면,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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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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