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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특집

수능 치른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 편지

“조르바에서 장길산까지… ‘手不釋卷’을 가슴에 새겨라”

  • 최영록 성균관대 홍보전문위원 goodjob48@hanmail.net

수능 치른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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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가 건넨 편지 한 통에 가슴 뭉클한 적이 있는가. 여기, 평생 책 욕심을 부리며 살아온 한 아버지가 지난해 수능시험을 치른 아들을 위해 써내려간 독서 편지가 있다. 아들의 손에서 한시도 책이 떨어지지 않길 바라는 아버지는 자신의 체험을 곱씹으며 동서고금의 보석 같은 명저 40여 권을 추천한다. 올해 수능을 치른 수많은 아들, 딸에게도 뜻 깊은 지침서가 될 듯하다.
수능 치른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 편지
큰아들! 잠든 네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참 준수하게 생겼구나. 어제는 광명시민회관에서 수능 끝낸 고3생들 위로 축제가 있었다며? 아무튼 큰일 치르느라 욕 많이 봤구나. 너는 망쳤다고 투덜대지만, 그래도 모의고사 성적은 나올 것 같다니 그걸로 위안을 삼자.

이제 내년 3월이면 꿈에 그리던 대학생이 되는구나. 하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고개는 많다. 가군, 나군 중 가고 싶은 대학을 정해야 하고 논술과 면접시험을 통과해야 하니 마음 놓기는 아직 이르구나.

수능 치른 날, 친구들과 밤 12시에 운동장에 모여 모의고사 문제지를 태웠다지? 그동안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그랬을까 싶다. 그 나이에 얼마나 하고 싶은 게 많을까. 그것을 다 억누르고 공부에만 매달린 1년이란 세월이 참으로 지긋지긋했을 게야.

우리 때는 수능을 ‘예비고사’라고 했는데, 시험이 끝나자마자 술집으로 달려갔다. 아버지의 고향 전주는 맛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술의 고향이기도 하지. 한벽루 옆 천변에 죽 늘어선 선술집에선 오지그릇에 민물고기(피리, 붕어, 모래무지 등)와 실가리(시래기)를 넣고 끓인 ‘오모가리’라는 독특한 안주를 내놓았다. 거기에 막걸리 한두 잔 걸쳐봐라. 세상이 다 내 손 안이다.

우리 때는 별 놀거리가 없어 막걸리를 밝혔을 테지만, 너희에겐 놀거리가 얼마나 많으냐. PC방, 노래방, 찜질방…방이란 방은 다 있고 당구장, 볼링장, 어디를 못 가랴. 집에선 컴퓨터로 실전을 방불케 하는 전쟁놀이도 실컷 할 수 있고.

책 욕심, 술 욕심, 친구 욕심

잔소리이긴 하지만, 시험을 치른 지금은 해방감에 들떠 일탈을 꿈꾸고 있을 때만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어 이 새벽 모처럼 자판을 두들긴다.

아들아, 어느 시간이라고 소중하지 않을 때가 있으랴만 올 1년만큼 네 인생에서 중요한 해는 드물 것이다. 대학과 무슨 공부(전공)를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뿐 아니라 네 인생관도 어느 정도 확립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올겨울은 시(時)의 고금(古今), 양(洋)의 동서(東西)를 막론하고 고전(古典)을 최대한 많이 읽기 바란다. 물론 친구들과 스키도 타고 싶고, 여행도 하고 싶을 것이다. 또한 여학생과 데이트도 하고 싶겠지. 그런 것들은 부디 대학시절로 미루자.

책은 흔히 마음의 양식이라고 한다. 지금 두뇌활동이 가장 왕성하고 기억력이 팔팔할 때 읽는 몇 권의 책은 평생 마음의 재산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어서 빨리 좋은 책을 집어들 일이다.

다행히 너는 초·중학교 때 그래도 책을 제법 읽은 편이었지. 그것은 앞으로 치를 논술시험 같은 데도 보탬이 될 게다. 하지만 아비의 욕심이긴 해도 난 그동안 읽은 페이지를 모두 네 앞에 펼쳐 보이며 그대로 읽으라고 강요하고 싶은 심정이란다.

아버지는 너도 알다시피 책 욕심(書耽), 술 욕심(酒耽), 친구 욕심(友耽)으로 살았구나. 앞으론 호(號)를 ‘삼탐(三耽)’이라고 해야겠다. 늘 책이, 술이, 친구들이 고팠다. 이 욕심들은 단지 술만 과도하게 탐하지 않는다면 나쁠 게 없을 거다. 이제 너도 술 마시는 것을 배워야 하리라. 언제 한번 나와 술 한잔 하자꾸나. 모름지기 술이란 향기롭지만 과음하면 실수하기 쉽고 몸에 해가 되나니 항상 분수를 지켜 몸에 알맞게 마실 일이다.

아버지는 손에서 한시도 책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수불석권(手不釋卷)’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또한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라는 말도 마찬가지란다. 앞으로 너도 그러하기를 진정 바라는 마음으로, 이 겨울 네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들을 줄줄이 읊어보겠다. 진지하게 참조하기를 빈다.

아버지는 이상하게도 고등학교 때부터 어느 책이 좋은 책인가 한눈에 알아보는 감각이 있었다. 그때는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을 읽거나 영자 시사지 ‘타임’을 청바지 뒷주머니에 구겨넣고 다니는 게 유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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