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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사태’ 大해부

나팔 분 언론, ‘오버’한 정부, 쉬쉬한 전문가들이 환상 키웠다

  • 이성주 동아일보 교육생활부 기자 stein33@donga.com

‘황우석 사태’ 大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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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한국 과학계 최대의 성과라던 논문은 폐기처분을 앞두고 있고, 혼란스러움은 분노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국익’과 ‘진실’, ‘취재윤리’와 ‘연구윤리’를 넘나들며 격렬하게 진행된 소동은 누구도 믿기 어려운 결론을 향하고, 감당할 수 없는 사실이 하나 둘 드러나는 것에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차라리 잊어버리고 싶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그러나 과연 그렇게 넘어가는 것이 옳을까. 세상을 뒤흔들며 진행된 이 희대의 사건을 그렇게 흘려버려도 되는 것일까.오랜 기간 관련 분야를 취재하며 숱한 ‘과학 신드롬’의 명멸을 지켜본 기자가 사태의 처음과 끝, 그 안에 얽혀있는 갖가지 문제의 뿌리를 헤집어보려 펜을 들었다. 필자 이성주 기자는 1996년부터 2004년까지 ‘동아일보’에서 건강·의학분야를 취재했다. 2004년 연세대 보건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1년 동안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보건·의료정책을 연구했다.]

‘황우석 사태’ 大해부
지난 한 달은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였다. 어떤 이는 격분하고 어떤 이는 슬픔에 젖었다. 양쪽 모두 목숨을 걸었던 싸움은 승자와 패자가 뒤바뀌고 환호와 황망함이 교차하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해 끝으로 달려간다. 상황의 끝자락을 지켜보며 필자의 머리 속에 가장 아프게 떠오르는 이름은 ‘강원래’와 ‘최은진’이다.

아직 논쟁의 소용돌이가 한창이던 11월26일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열린 ‘황우석 교수 지지 촛불 집회’. 수십명의 황 교수 지지자 가운데 눈에 들어온 것은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클론’의 멤버 강원래씨와 부인 김송씨였다. 강씨는 “이렇게 무작정 비판하는 것은 줄기세포에 희망을 건 사람에겐 삶을 포기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호소했다. 사흘 뒤에는 가수 채연이 자신에게 춤과 무대 매너를 가르쳐준 강원래씨를 위해서 줄기세포 연구용 난자를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최은진(10)양의 사진은 수주 전 대부분의 아침 신문에 동시에 실렸다. 한 살 때 교통사고로 목뼈를 다쳐 가슴 아래쪽이 마비된 최양은 아버지와 함께 세계줄기세포허브에 환자 등록을 하기 위해 서울대병원에 왔다.

“줄기세포가 뭔지는 잘 몰라요. 다만 황우석 교수님이 연구에 꼭 성공해서 저도 걸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필자는 정말 소망했고 지금도 소망한다, 거짓말처럼 그 날이 오기를. 황 교수가 개발한 줄기세포 치료법 덕택으로 강원래씨가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치는 부인 앞에서 채연과 함께 히트곡 ‘쿵따리 샤바라’를 부르는 광경을 보고 싶다. 열 살배기 은진이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와 부둥켜안고, 파킨슨병 때문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10만 환자가 배우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산책하는 광경을, 뇌중풍으로 7년째 병상에 누워 있는 선배가 벌떡 일어나 그동안 눈물로 간호한 아내의 손을 꼭 부여잡는 광경을 정말로, 정말로 보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 비극을 향해 한 발짝씩 다가가는 분위기다. 오로지 황 교수를 신(神)으로 알고, 줄기세포 치료법이라는 희망 하나로 산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이든 할 말이 있기는 할까.

이쯤해서 한 가지 고백을 하는 것이 옳겠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할 뿐, 허상과 환상은 처음이 아니다. 일종의 ‘집단 무의식’이었을까.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간다. 잊고 싶은 것은 자기가 의식하지도 못하는 채로 잊혀지기 마련이다. 황우석 사태 앞에 그에 못지않은 많은 사례가 있었다. 단지 이번처럼 엄청난 소리를 내며 치닫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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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주 동아일보 교육생활부 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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