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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리포트│황우석후폭풍

황우석의 백두산 호랑이 복제 풀 스토리

“백두산 호랑이 ‘낭림이’는 황 박사를 잘 몰라요”

  • 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 사진·김형우 기자

황우석의 백두산 호랑이 복제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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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의 백두산 호랑이 복제 풀 스토리

서울 대공원이 있는 백두산 호랑이 \'낭림이\'

백두산 호랑이는 늑대, 여우처럼 우리나라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이다. 남한에서는 1922년 경북 대덕산에서 사살된 뒤 멸종됐고, 북한에서는 중국 접경 고산지대에 몇 마리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낭림이’가 경기도 과천의 서울대공원에 도착한 것은 1999년 1월. 북한의 평양중앙동물원에서 배편으로 들어왔다.

‘경향신문’ 이은정 과학전문기자는 지난해 7월, ‘호랑이 극비 복제작전’이라는 제목으로 이와 관련된 취재 파일을 공개했다(2005년 7월19일자 경향신문). 다음은 이 기자의 증언이다.

“2000년 봄이었다. 미국 출장을 다녀온 날 아침, 황 교수가 집으로 전화를 했다. ‘나와 꼭 갈 곳이 있으니 지금 당장 나오라’는 것이다. 출장 여독으로 피곤했지만 놓칠 수 없는 순간이었다. 내가 도착한 곳은 경기도 과천에 있는 서울대공원 동물원. 우리가 동물을 구경하는 길과는 전혀 다른 길로 차가 달렸다. 그곳에는 덩치 큰 사자가 한 마리 누워 있었다.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수의사들이 사자에게 마취제를 놓았는지 네 다리가 밧줄에 묶인 채 누워 있었다. 아직 마취가 덜 됐는지 사자가 다리를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그날 황 교수팀의 임무는 사자의 뱃속에 ‘호랑이 수정란(배아)’을 넣는 것이었다. 황 교수팀은 이미 몇 번 해본 작업인지 능숙한 솜씨로 사자를 다뤘다. 사자의 몸에 들어간 마취제가 효력을 발휘해 사자가 거의 움직이지 않자 사자를 들어 배를 하늘로 향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나는 흥분되기도 하고 혹시 사자가 갑자기 깨어나면 어쩌나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연구팀은 무섭지도 않은지 수술에만 전념했다.



녹색 수술천을 사자의 몸에 올리고 배 부분만 드러낸다. 배의 솜털을 깎고 메스로 배를 길게 가른 후 수술을 시작했다. 동물의 몸에 수정란을 넣는 작업은 대개 황 교수가 직접 한다. 황 교수는 몇 번의 익숙한 손놀림으로 난관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곳에 체세포 복제기법으로 복제한 호랑이 수정란을 넣어주었다. 난관을 타고 내려간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면 사자의 뱃속에서 호랑이 새끼가 자라게 되는 것이다. 이후 황 교수는 재빠른 솜씨로 배를 봉합한 뒤 수술 부위를 소독하고 작업을 끝냈다.”

“호랑이는 참 힘들어요”

백두산 호랑이 복제는 삼원이종핵이식법(三原異種核移植法)으로 시도됐다. 이른바 이종(異種) 동물간의 체세포 핵이식으로, 세 가지 다른 동물에서 핵을 추출한 뒤 이를 융합해 복제하는 방법이다. 고양이나 소의 난자를 채취해 핵을 제거한 후 거기에 호랑이 체세포에서 떼어낸 핵을 이식해 수정란을 만드는 방법이다. 당시 황 박사는 남방 호랑이와 사자를 대리모(代理母)로 삼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호랑이 복제는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을 방문할 때 선물로 데리고 가려던 새끼호랑이는 2000년의 해가 밝았지만 태어나지 못했다. 2000년 8월 1차 실패, 같은 해 9월 2차 실패, 10월에 3차 실패를 했다. 그로부터 6년 11개월이 흐른 지금까지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

“다음 목표는 극비”

호랑이 복제가 왜 어려웠을까. 황 박사는 호랑이 복제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기자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호랑이는 참 힘들어요. 먼저 호랑이 난자 구하기가 처녀 구하는 것만큼 힘들어요. 암놈을 마취시켜서 난자를 채취하면 되는데 호랑이는 배란이 일정하지 않아요. 발정기가 돼야 난자가 배출돼요. 그래서 체세포 핵이식 방법을 썼는데 대리모가 문제였어요. 남방 호랑이를 대리모로 써보니 착상이 힘들더라고요. 암호랑이가 없어서 궁여지책으로 사자를 대리모로 써서 수태엔 성공했는데, 이번엔 유산했습니다.

실패 원인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체세포 복제로 수태한 가축은 유산율이 높아요. 둘째는 다른 종들끼리의 세포학적 불일치입니다. 호랑이 체세포를 고양이나 소 난자에 합하는 이종간 복제가 힘들거든요. 셋째는 대리모가 사자라는 점입니다. 다른 동물의 생식기에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겠죠.”

황 박사에게 백두산 호랑이 복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꿈이었을까. 백두산 호랑이 복제에 대한 지난 6년 동안의 언론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마치 우리 국민이 새끼호랑이와 한판 숨바꼭질을 벌인 것 같다. ‘내년에 탄생한다’ ‘오는 12월이면 탄생한다’ ‘아쉽게도 실패했다’ ‘백두산 호랑이 복제, 진행 중이다’ ‘백두산 호랑이 곧 출산한다’ 등의 기사 제목이 4~5개월 간격으로 신문에 등장했고, 국민은 백두산 호랑이 복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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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 사진·김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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