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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 인터뷰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 강금실

“나는 ‘빛의 전사’, 내겐 아낄 게 없어요”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 사진·박해윤기자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 강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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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활의 바닥으로 돌아가는 정치
  • 노 대통령, 감성보다 논리가 문제
  • 내가 남자라면 ‘콘텐츠 없다’고 비판할까?
  • ‘샤우트(shout) 정치’에서 ‘라이프(life) 정치’로
  • ‘보험설계사 시장’으로 생활의 질 높이고 도시공간 바꿀 터
  • 소통의 문화로 법무·검찰개혁 성공
  • 대검, 법무장관 인사권에도 저항했으나 참고 또 참아
  • 더 이상 특별히 행복할 것도 불행할 것도 없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 강금실
길이 끝이 나기 전에는나의 그림자를 보이지 않으리적진을 돌격하는 전사와 같이나무에서 떨어진 새와 같이적에게나 벗에게나 땅에게나그리고 모든 것에서부터 나를 감추리(김수영, ‘더러운 향로(香爐)’ 중에서)

이 눈부시게 가슴 서늘한 시를 좋아하는 이는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강금실(康錦實·49) 전 법무부 장관이다. 출마 심정을 대변할 만한 시를 읊어달라는 요청에 대한 응답이었다. 영혼의 폭포처럼, 거대한 시구가 그의 작은 입을 통해 쏟아져 내렸다. 이 시구는 그가 장관 재임 중 검사들에게 보낸 편지(e메일)에도 등장한 바 있다.

강 전 장관 인터뷰는 4월11일, 12일 두 차례에 걸쳐 4시간 동안 진행됐다. 첫날, 삶의 여정과 다양한 가치관을 확인하는 질문이 많은 데 대해 그가 이의를 제기했다. “선거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개인사를 늘어놓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정치철학이라든가 정책 비전 따위에 대해 더 많은 얘기를 나눠야 하지 않겠냐고.

딴은 일리 있는 주장이었다. 기자야 그의 삶 전반과 인간적인 면을 살피고 싶지만, 선거전쟁에 돌입한 그로서는 인터뷰 목적이 대놓고 말하면 ‘홍보’ 아니겠는가. 그래서 썩 내키진 않았지만, 그의 요구를 감안해 애초 구상한 인물탐구형 인터뷰 방식을 지양하고 내용도 그에 맞게 조정하기로 했다.

두 번째 인터뷰 장소는 미술전시관을 겸한 소호 레스토랑. 햇살이 꾸벅꾸벅 조는 아늑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공적이고 딱딱한 주제의 대화가 오갔다. 이날 그의 얼굴 화장 색조는 첫날보다 엷어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표정도 첫날보다 여유롭고 편안하고 안정돼 보였다.

반면 첫날 그의 표정은 어딘지 딱딱하고 피곤해 보였다. 눈빛만큼은 여전히 반짝였지만. 인터뷰 장소인 그의 선거사무실은 비좁고 영 볼품이 없었다. 다만 햇볕 하나는 좋았다. 그의 차림은 듣던 대로 보랏빛과 흰색의 물결이었다. 보라색 재킷에 하얀 티와 흰색 바지. 흰색 바탕에 보라색 무늬가 출렁거리는 스카프. 가만히 보니 귀고리도 흰색이 어른거리는 보라색이다. 아, 또 있다. 구두!

“처음 보라색을 선택할 때 좀 망설였어요. 대중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을까 해서. 그런데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의 선거철학을 잘 보여주는 색으로 판단했죠. 잘못된 정치의 기본 틀을 깨고 현실을 담아내는 생활정치로 가자. 권위주의와 이념적인 도식을 버리고 창조적인 정치를 하자. 이런 것을 정치의 패러다임 시프트라 한다면 거기에 가장 어울리는 색이 보라색이라는 거죠. 빨강과 파랑의 분열적인 구분을 넘어서는 색. 최근 경영학에서 퍼플오션(purple ocean) 얘기도 나오고. 선거 디자이너를 자임하는 김정환 시인께서 보라색 아이리스가 잘 어울린다며 상징꽃으로 추천했어요. 써보니 아주 좋아요. 흰색은 클린(clean)이고요.”

그러고 보니, 세상에! 무심코 받았는데, 그의 명함도 앞은 보라색, 뒤는 흰색이다.

-사치스럽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지 않나요? 심리학에서는 보라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정서적으로 불안하다고 보는데요.

“이게 2만원 주고 산 거예요(강 전 장관은 갑자기 구두 한 쪽을 벗어 보였다). 보라색이라고 사치스럽고 고급스러워 보여요? 그런 사고(思考)를 버려야 해요. 경제와 문화를 분리해 생각하는. 가난하면 험하거나 수수하게 입고 귀고리도 하면 안 된다는…. 그런데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여유가 있으면 여유가 있는 대로 문화생활을 즐겨야 해요. 우리보다 못 사는 네팔이나 티베트 여자들 의상이 화려하잖아요. 삶의 질 문제인데, 생활수준을 떠나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을 표현하는 거예요. 문화가 다른 게 아니라고 봐요. 자신의 삶을 최대한 표현하는 문화는 곧 경제적 경쟁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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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 사진·박해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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