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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이글’ 故 김도현 소령 순직 20일 전 최후의 육성 인터뷰

“나보다 나이 많은 비행기… 나는 늘 죽음을 안고 산다”

  • 이남훈 자유기고가 freehook@hanmail.net

‘블랙이글’ 故 김도현 소령 순직 20일 전 최후의 육성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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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급 안 받아도 좋으니 50세까지 비행하고 싶다”
  • 순직 하루 전, 아내에게 하트 무늬 커플 잠옷 선물
  • “블랙이글팀은 티코를 타며 쏘나타 성능을 낸다”
  • 사고 위험 상존…“조종사 아내들은 에어쇼 구경 절대 안 해요”
  • ‘낭만 청년’…죽음을 논하면서도 자유롭고 맑았던 눈
‘블랙이글’ 故 김도현 소령 순직 20일 전 최후의 육성 인터뷰
“이제 우리가 헤어질 시간이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습니다. 도현아!… 당신과 함께했던 시간들은 우리 동기생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김도현 소령님, 사랑합니다.”

5월8일 오전 10시30분.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제8전투비행단 강당에서 진행된 블랙이글팀 고(故) 김도현(33) 소령의 영결식장은 눈물바다를 이뤘다. 공군사관학교 동기생의 조사(弔詞)는 흐느낌으로 얼룩져 반 이상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어 공군 군악대의 장중하면서도 엄숙한 추모 연주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영현(英顯) 퇴장식이 거행됐다.

그의 유해가 국립현충원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자 세 살배기 아들 태현이는 아빠가 늘 하던 대로 “필승-!”을 외치며 거수경례를 했다. 이 아이가 그 경례의 진정한 뜻을 알기 위해서는 참으로 긴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버스의 시동 소리는 유족들의 슬픔을 떠안은 듯 낮고 무겁게 울렸다. 김도현 소령이 사랑하는 가족과 자신의 청춘을 바친 공군을 떠나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천국의 기지’를 향해 영원한 비행을 시작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사고가 나기 불과 20일 전인 지난 4월14일, 블랙이글팀을 취재하면서 만난 김도현 소령. 그의 선한 웃음, 겸손한 어투, 그리고 그와 술자리에서 나눈 인상적인 대화가 선연하게 떠올랐다. 동기생들이 한결같이 ‘참모총장감이다’라고 입을 모을 만큼 뛰어난 한 조종사의 죽음. 탁월한 비행실력은 물론 선후배의 신뢰까지 한몸에 받았기에 그의 순직은 더욱 안타깝게 다가왔다. 이제 김 소령에 대한 추모의 심정으로 그와의 짧은 만남에 대해 얘기하려 한다. 그 순간엔 상상도 못했지만, 필자는 그의 마지막 육성을 전해줄 최후의 인터뷰어였다.

공군사관학교 달력 모델

김도현 소령은 30대 초반이지만 탁월한 비행실력을 지닌 조종사였다. 김 소령은 공군사관학교(44기) 생도 시절 매학기 우등상을 받았으며, 전체 생도 가운데 4등으로 졸업해 합참의장상을 받기도 했다. 임관 후에는 성적 우수자에게 주어지는 민간대학 위탁교육 과정 대상자에 선발돼 고려대 경영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공부만 잘한 것이 아니었다. 일반 대학에 비교하면 총학생회장과 같은 전대장 생도를 맡는 등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했으며, 강인한 체력의 소유자였다. 구보 할 때는 힘들어하는 동기생의 총기를 대신 들고 부축하며 뛴 경우가 여러 번이라고 한다. 마라톤 풀코스를 5번이나 완주했을 만큼 체력이 뛰어난 그였지만 “비행만큼은 늘 겸손한 마음으로 한다”고 했다. 외모도 출중했다. 공사 생도 2학년 때이던 어느 여름날. 전 생도에게 운동장 집합명령이 떨어졌다. 지휘장교가 생도들에게 모두 모자를 벗으라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두발 상태를 점검하려는 줄 알았다. 그러나 정작 집합을 시킨 이유는 사관생도를 대표할 모델을 찾기 위해서였다. ‘미남’을 찾아 살피던 장교는 김 소령을 지목했고, 그는 얼마 후 공군사관학교 홍보 캘린더의 모델이 돼 있었다.

김 소령을 만나던 무렵 필자는 공군본부 정책홍보실의 협조를 받아 공군을 주제로 한 단행본을 집필하고 있었다. 공군의 ‘멋과 매력’을 공군 내부의 시각이 아닌, 외부 작가의 객관적 시각으로 조명해보자는 취지였다. 무려 20여 개가 넘는 부대와 그 부대원들을 취재해야 하기에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그중에서도 블랙이글은 공군의 매력을 취재하면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존재. 하지만 이전까지 블랙이글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것은 ‘에어쇼를 하는 특수 비행팀’이라는 게 전부였다. 조종사를 만나본 적도, 전투기나 훈련기에 앉아본 적도 없었기에 그들의 삶과 세계는 그저 화려한 수식어로만 전해지는, 박제 같은 이미지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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