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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는 죽지 않았다’

민자사, 정부 제출용 ‘4대 강 운하’ 제안서 마무리 중…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운하는 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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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청와대, 운하 포기 확인 거부…“액면 그대로 봐달라”
  • ● 한반도대운하연구회, “4대 강 운하 꼭 한다, 연결은 국민 원하면…”
  • ● “이 대통령 연설은 운하 포기 아니라 운하 간 연결 포기”
  • ● “국토부 민간제안서 거부 방침은 법 위반, 국민 무시”
  • ● 청와대, 올 4월 이미 ‘대운하’ 접고 ‘4대 강 운하’로 콘셉트 변경
  • ● 대운하→강 살리기 주운, 물류→이·치수, 생태 중심
  • ● 민자사 “한·낙동강 운하 비용은 경부운하 절반, 경제성지수(B/C) 상승”
  • ● 총 300억원 투입 민자사, “어떻게 부담 안 되나? 우린 끝까지 간다”
  • ● 민자사 운하 프로젝트명 ‘낙동강 물 살리기’ ‘한강 물 살리기’
‘운하는 죽지 않았다’

민자사의 지역운하 제1 목표인 낙동강.

“대운하는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6월19일, 이명박 대통령은 특별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날 이 대통령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연설문을 읽어 내려갔다. 운하에 대한 언급은 단 한 줄뿐, 그에 따른 부연설명은 전혀 없었다. 운하를 언급한 문장 바로 앞에는 내각과 비서진을 개편하겠다는 대국민 약속과 국민 소통 부재에 대한 사과의 내용이 자리를 잡았다. 이후 청와대는 내외부를 가리지 않고 운하에 대한 언급을 일절 피하고 있다.

단 한 문장, 한 줄의 표현이었지만 이 대통령 발언의 파급효과는 컸다. 다음날인 6월20일 운하백지화국민행동과 녹색연합 등 운하반대 시민단체 진영은 대통령의 발언을 ‘운하 포기 선언’으로 규정한 후 “이 대통령이 국민의 요구에 백기를 들었다. 국민의 승리다. 차제에 경인운하까지 포기하라”며 성명을 발표했다. 운하반대 시민단체들은 이후 상황실을 해체하고 관련 집회를 열지 않았다.

운하반대 시민단체가 대통령의 연설을 공식적인 ‘운하 포기 선언’으로 받아들인 데는 두 가지 큰 이유가 있었다. 대통령의 연설이 끝난 직후 두 시간 만에 국토해양부가 그간 5개 국책연구기관에 맡긴 ‘물길 잇기 및 5대강 유역 물 관리 종합대책’ 연구용역(용역비용 30억원)을 중단하고 국토부 산하 운하사업추진단도 해체했기 때문. 거기다 권진봉 건설수자원정책실장은 “민간에서 (운하에 대한) 제안을 하더라도 받지 않을 계획”이라는 ‘폭탄선언’까지 했다. 모양새로는 정부와 민간의 운하 논의 자체를 봉쇄한 셈이다.

대통령의 모호한 연설문

시민단체가 ‘운하 5적’으로 지목한 류우익 대통령실장,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이만의 환경부 장관 중 청와대 3인방이 대통령 기자회견 다음날 모두 경질된 것도 ‘대운하 포기설’에 힘을 실어줬다. 대통령의 발언이 있고 난 후 증시의 운하 관련 주식 값은 폭락했고, 대부분의 언론은 한반도대운하 계획의 폐기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운하 가정법 발언’이 있은 지 보름도 안 돼 시민단체와 일부 언론은 “우리가 속았다. 대통령의 발언은 꼼수다”라는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각 광역단체장이 여러 이유를 들어 지역 운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안상수 인천시장의 입에선 “경인운하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발언이 나왔고, 김태호 경남지사와 김범일 대구시장 등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은 “한반도대운하와 관계없이 낙동강 운하(정비)는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통합민주당 소속인 박준영 전남지사까지 “수질을 살리는 영산강 뱃길은 반드시 복원해야 한다”며 대열에 동참했다. 각 지역 언론들도 사설을 통해 지역운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안상수 인천시장과 김태호 경남지사는 오히려 “지역 운하를 하지 않는 건 정부의 직무유기”라고까지 했다. 특히 경인운하에 대한 안 시장의 강력한 의지표명이 있은 후 전체 폭락장 속에서도 운하 관련 주식만 소폭 상승하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운하를 찬성하는 새물결국민운동, 낙동강 700리 자연운하 만들기 운동본부가 새롭게 구성되고,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새물결국민운동 창립총회에서 이명박 정부의 국정과제에 대한 강연을 하면서 시민단체의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이런 운하 포기 공방은 이 대통령의 모호한 ‘가정법’식 발언이 불을 붙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단 한 줄이었지만, 이 문장은 처한 입장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가정’ 부분을 보자. ‘국민이 반대하면’ 문구를 ‘국민이 반대하니까’로 풀이하면 대운하는 그냥 하지 않는 것이 되지만 거꾸로 ‘국민이 찬성할 때까지’로 대치하면 ‘시기가 문제지 국민이 찬성하면 다시 추진할 수도 있다’로 들린다. 즉 여론이 잠잠해지면 언제든 다시 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다음은 ‘대운하’ 부분.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 연설문에서 ‘운하’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굳이 ‘대운하’라는 단어를 고집했다. 이 대통령은 특별 기자회견(6월19일) 이전인 6월10일 정치 원로들과의 만남에서도 “대운하를 국민이 얼마나 싫어하는지 잘 알고 있다. 국민이 싫어할 경우 대운하에 대해 결단을 내리겠다”며 두 번씩이나 ‘대운하’란 표현을 썼다. 만약 이 ‘대운하’ 단어가 지역 강 단위의 ‘운하’를 아우르는 개념이 아니라 ‘한반도대운하’만 지칭하는 것이라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한반도대운하는 한강과 낙동강을 문경새재 부근에서 조령터널(24km)로 잇고, 이를 다시 영산강(호남운하), 금강, 경인운하와 연결하는 전국토적 개념. 그렇다면 이 대통령이 “추진하지 않겠다”는 대상은 ‘운하’ 그 자체가 아니라 4대 강과 경인운하를 연결하는 한반도대운하의 개념이 된다. 다시 말해 이들을 서로 연결하지 않고 각각 따로 만드는 운하는 언제든 건설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더욱이 연설문을 보면 ‘대운하’란 단어 앞에 ‘대선 공약이었던’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대선 당시의 공약은 4대 강과 경인운하를 연결하는 한반도대운하의 개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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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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