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호

이주성 전 국세청장 딸, 롯데 세무조사 이후 백화점 커피숍 운영

  • 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9-11-06 18: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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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성 전 국세청장 딸, 롯데 세무조사 이후 백화점 커피숍 운영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

    국내 최대 규모의 백화점인 롯데백화점을 운영하는 롯데쇼핑이 2005년 말~2006년 초 국세청 세무조사 당시 세무조사의 편의를 제공받은 대가로 당시 국세청장이던 이주성(현재 구속 수감)씨에게 60~70평 규모의 롯데백화점 커피숍 운영권을 넘겨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롯데그룹의 전직 임원 Q씨는 ‘신동아’에 이 같은 담은 진정서를 전달했다. Q씨는 진정서에서 당시 이 결정이 “롯데쇼핑 고위 인사의 결정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진정서의 내용은 사실일까.

    롯데백화점은 2005년 가을 국세청으로부터 정기 세무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세무조사 과정에선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조사기간도 석 달가량 연장됐다. 그해 11월에 끝났어야 할 세무조사는 해를 넘겨 2006년 2월이 되어서야 마무리됐고 추징세액이 결정됐다. 롯데가 납부한 추납액은 113억원 정도였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롯데백화점과 국세청이 갈등을 빚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롯데백화점 측이나 국세청 모두 수긍하고 있다. 최근 롯데백화점 측은 ‘신동아’의 취재와 관련해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문제가 많은 세무조사였다. IMF 외환위기 당시 어려움에 처한 협력업체들을 돕기 위해 각종 대금을 선지급하면서 세액공제를 받은 것이 문제가 됐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대기업의 대금 선지급은 당시 정부에서도 권장하던 일이었다. 논란의 핵심은 대금 선지급 과정에서 발생한 세금 감면혜택이 정당하냐는 것이었다. 세법 적용의 문제였다. 당시 우리 주장대로라면 100억원대의 세금이 추징될 상황이었고 국세청의 해석대로 세액이 결정된다면 추징액은 400억원이 넘게 되는 상황이었다. 이런 내용은 당시 세무조사 과정을 잘 아는 롯데백화점 재무팀의 설명이다.”

    롯데백화점과 국세청 측에 따르면 당시 이 문제는 국세청 차원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했고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하는 과정을 거쳤다. 유권해석을 의뢰한 곳은 국세청이다. 그러한 과정을 거친 뒤 롯데백화점 측의 주장대로 세액이 결정되는 것으로 세무조사는 마무리됐다.



    의혹을 제기한 전직 롯데 임원 Q씨는 롯데백화점 측의 설명에 대해 “당시 국세청이 재정경제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국세청장이 직접 나서 롯데 측에 편의를 제공했다고 들었다. 국세청장이 세금을 직접 깎아준 것은 아니지만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커피숍 운영권을 넘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라고 주장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현직 롯데 직원도 이 문제와 관련해 “당시 백화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조용히 진행하던 것이었지만 눈치를 채서 대충은 알고 있었다. 이 전 청장의 딸인 A씨가 영업을 시작할 때에는 특별히 편의를 봐주라는 지시도 있었다”고 말했다.

    60~70평 규모의 커피숍

    이 전 청장이 롯데백화점의 커피숍 매장 영업권을 확보한 것은 세무조사가 끝난 해인 2006년 12월경이다. 커피숍은 이 전 청장의 딸인 A씨 명의로 사업자등록이 됐고 지금까지 4년째 A씨가 운영해오고 있다. 이 커피숍은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8층에 있는데 같은 층의 식음료 매장 중 규모가 가장 큰 축에 속한다.

    이주성 전 국세청장 딸, 롯데 세무조사 이후 백화점 커피숍 운영

    지난해 11월 12일, 프라임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로비 의혹으로 서울서부지검에서 조사를 받던 이주성 전 국세청장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A씨에게 영업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도 기존의 임차업자와 롯데 사이에 갈등이 많았다. 같은 자리에서 S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던 B씨는 “계약기간이 남았음에도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2006년) 11월경에 철수했다”고 말했다. B씨가 밝히는 당시 상황과 주장은 다음과 같다.

    “2006년 가을쯤인가, 갑자기 백화점 측에서 리모델링을 한다면서 가게를 철수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 사실 리모델링 계획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결정과정이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게다가 계약기간이 남았는데도 계약이 끝났으니 매장을 비우라는 통보였다. 통보를 받은 직후 너무 당황스럽고 화가 나서 백화점의 한 간부를 찾아가 항의를 했는데 그 사람 얘기가 ‘회사에 특별한 사정이 생겨 어쩔 수 없게 됐다. 이해해달라’는 거였다. 본사의 더 높은 중역을 찾아가도 같은 얘기만 들을 뿐이었다. 그 사람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생겼으니 이해해달라’고만 할 뿐 정확한 이유는 얘기해주지 않았다.”

    B씨는 이 매장을 운영할 당시 보증금 1억원가량에 매달 1200만원가량의 임차료를 롯데백화점 측에 냈다고 했다. 한 달에 평균 700만~1200만원의 순이익을 올렸으며 영업이 잘될 때는 순이익이 2000만원에 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롯데백화점 측은 ‘신동아’의 의혹 제기에 강하게 반발했다. 롯데백화점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신동아의 취재내용과 관련, “추측일 뿐이다. 백화점 내 식음료 매장(운영권)의 경우 모두 일반적인 수의계약으로 정해진다. 당시 상황에 대해 좀 더 면밀히 확인해야 할 필요는 있지만 로비의 대가로 매장 운영권을 줬다는 것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 A씨가 백화점에서 커피숍을 운영하게 된 것과 세무조사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게 롯데의 공식적인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롯데 측은 “A씨가 어떤 경로를 통해 커피숍 운영권을 갖게 됐는지 알려달라”는 취재요청에 “누구 소개로 A씨가 (백화점에) 들어왔는지 현재 확인이 불가능하다. 청탁이나 로비가 있었는지 확인해줄 사람도 없다. 솔직히 백화점에는 수없이 많은 청탁이 들어온다. 이런저런 ‘설’이 나올 수는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신동아’는 커피숍 운영권 로비 의혹과 관련, 이 전 청장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이 전 청장 측에 수차에 걸쳐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아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다만 이 전 청장의 사위(A씨 남편)로부터 “(이 전 청장의 딸인) A씨를 (기자와) 연결해줄 수는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롯데백화점에 대한 세무조사가 끝난 직후인 2006년 국세청장에서 물러난 이 전 청장은 지난해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이 대대적으로 수사에 나섰던 프라임그룹 비자금 조성의혹 사건 당시 프라임그룹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사실이 확인돼 지난해 11월 구속됐다. 당시 검찰은 이 전 청장이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하던 프라임그룹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전 청장은 지난 4월 진행된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의 실형과 960만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최근 검찰은 2심 재판 과정에서 이 전 청장에게 7년을 구형했다.

    한편 최근 소식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에 대한 전방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등이 세무조사 대상이다. 국세청은 이와 함께 롯데그룹 대주주인 신격호 회장 일가의 지분이동과 관련한 주식이동 조사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 세무조사로 알려진 이번 조사는 11월 중순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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