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호

“버블 붕괴 이미 시작됐다” v s “과도한 수요억제책으로 급반등 올 수도”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과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의 끝장토론

  • 진행·정리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

    입력2010-06-01 10: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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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블 붕괴 이미 시작됐다” v s “과도한 수요억제책으로 급반등 올 수도”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우선 과거와 현재를 살펴봐야 한다. 2000년대 들어 폭발한 부동산 급등세는 과연 왜 발생했는가. 현재의 가격조정 양상은 무슨 이유인가. 원인에 대한 분석이 다르면 전망도 다르고, 당연히 그에 따른 정책적 처방도 다를 수밖에 없다.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의 저자인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한국의 부동산 가격에 엄청난 거품이 끼어 있다고 주장해온 대표적인 전문가다. 정상적인 수요공급 곡선이 아니라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집을 사는 부동산 광풍이 불면서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올랐고, 이제 시장이 한계에 이르자 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이미 대세 하락기에 접어든 시장은 향후 5년 이내에 큰 폭의 하락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

    그에 비해 부동산시장이 그간의 정부정책으로 인해 왜곡돼왔다고 판단하는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억지로 수요를 억제하는 바람에 주택 건설물량이 정상적인 공급량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염려한다. 당장은 수요가 억제돼 있으므로 공급 과잉인 것처럼 보이지만, 2~3년 이내에 억눌렀던 수요가 터져 나오면 그때 가서 공급부족이 문제가 되어 가격이 폭등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2006년의 아파트값 급등 현상이 이런 메커니즘으로 발생했다는 것.

    같은 시장을 두고 전혀 다른 분석과 판단을 내려온 두 전문가에게 ‘끝내기 토론’을 제안했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의 진실은 무엇이고, 앞으로 벌어질 일은 또 무엇인가. 5월7일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 회의실에서 3시간 가까이 진행된 대담은 시종일관 격렬했다. 서로의 이론적 근거와 판단배경을 캐묻는 두 사람의 목소리는 때로 격앙됐고, 이어진 저녁식사 자리에서까지 논쟁이 계속됐다. 토론의 내용을 가감 없이 전한다.

    투기수요인가 정책개입인가



    “버블 붕괴 이미 시작됐다” v s “과도한 수요억제책으로 급반등 올 수도”

    선대인<br>●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br>● 동아일보 기자, 미디어다음 취재팀 기자<br>●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4회, 한국시티뱅크 ‘올해의 경제기사상’ 수상<br>● 하버드대 케네디대학원 공공정책학 석사<br>● 現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br> ● 저서 :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다?’ ‘위험한 경제학’(전2권)

    사회자 현재의 가격조정 양상은 더 이상 부인하기 어려운 국면인 듯합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일 텐데요. 두 분이 각각 모두발언 삼아 현재의 국면을 어떻게 분석하시는지 들려주십시오. 먼저 도발적인 주장을 하고 계시는 선 부소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선대인 저는 도발적이기보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데요(웃음). 우선 부동산 거품에 대한 배경설명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집값은 1999년부터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죠. 2000년부터 2003년 초까지 1차 폭등기를 보였고, 이후 2004년 하반기까지 조정기를 거쳐 2005년에 다시 뛰기 시작해 2006년 하반기에 2차 폭등기를 맞이합니다. 이 시기에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샀기 때문에, 사실상 이때가 고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에는 추격매수세가 고갈되어 거래가 줄어들고 하락세가 나타납니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로 급락했다가 지난해 정부의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으로 잠깐 반등했지만, 이건 장기적인 부동산 대세하락기에 나타난 일시적인 반등이라고 봅니다. 현재는 부양정책에 따른 일시 반등이 끝나고 다시 대세하락의 흐름이 본격화된 시기라는 이야기입니다.

    부연하자면, 2006년 말까지 수도권 핵심지역 부동산 가격이 오른 뒤 남아 있던 투기 수요가 외곽으로 번져나갑니다. 경기도 북부와 인천, 서울에서는 노원·도봉·강북의 이른바 ‘노도강 3구’가 대표적인 경우였죠. 이런 외곽지역의 상승세가 정점을 찍은 게 2008년 상반기였다고 봅니다. 전반적으로 수도권 주요지역은 2006년 말, 외각지역은 2008년 초까지 정점을 찍고 이미 내리막에 접었다고 보는 겁니다.

    부동산은 수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일반 재화시장과 달리 투기적 요인에 의해서도 오르내립니다. 일단 투기시장이 만들어지면 모두가 투자수익률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도 오히려 수요가 뛰어버립니다. 이게 투기적 가수요죠. 저는 2001년부터는 투기적 가수요가 준동했던 시점이라고 보는데, 이후 정부 정책이 이를 제어하는 데 거듭 실패했고 언론의 선동보도와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이 기름을 부으면서 가수요가 끓어오른 거죠.

    투기적 가수요가 유지되는 동안에는 실수요가 줄어들어도 가격이 계속 오릅니다. 그러나 그게 한계에 부딪히면 실수요가 줄어든 반면 공급은 확대된 현실이 눈에 들어오게 되고,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합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점이라는 거죠. 2000년대 내내 가격수준에 비해 물량이 지나치게 많이 쏟아지고 실수요는 줄어들었던 게 뒤늦게 사람들의 눈에 들어오면서 미분양이 발생하기 시작한 거죠.

    결국 문제는 집값이 지나치게 높다는 겁니다. 집값이 일반가계의 소득수준에 비해 너무 높은 것을 버블이라고 할 때, 가격수준이 너무 높은 상태에서 수요가 고갈됐기 때문에 더 이상 집을 사줄 수 있는 여력이 시장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현재 상황은 가격이 언젠가 다시 오를 것이라는 의미에서의 조정이 아니라 집값이 가계 소득수준에 맞게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에서 대세하락인 셈입니다.

    “버블 붕괴 이미 시작됐다” v s “과도한 수요억제책으로 급반등 올 수도”

    이창무<br>● 서울대 도시공학과 졸업, 동 대학원 석사<br>● 펜실베이니아대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 석·박사, 부동산학과 선임연구원<br>●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설계연구센터 부연구위원<br>● 한국부동산분석학회 편집위원<br>● 국토계획학회 편집위원<br>● 現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이창무 저도 현재의 집값 수준이 낮지 않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최근의 가격동향에는 선 부소장님이 말씀하신 거품론 외의 요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요와 공급에 대한 시장의 자유로운 반응에 따라 가격이 움직이는 것뿐 아니라 정부의 정책적 선택이 맞물렸다는 거죠.

    이런 관점에서 한국의 주택시장을 조금 길게 분석해보면, 엄청난 폭등세는 1980년대 후반에 시작됐다고 봐야 합니다. 이후 신도시 건설과 준농림지 해제 등으로 공급이 늘면서 상당기간 주택가격이 안정화됐죠. 1991년까지 치고 올라가던 주택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고요. 안정기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신도시를 짓자는 주장은 사실상 역적 취급을 당했고, 공급량이 축소되기 시작하죠. 1990년대 후반 들어 집값이 상승하다가 IMF 외환위기로 집값이 추락합니다. 이후 경기가 회복되면서 집값도 같이 오르지만, 초기만 해도 상승세가 그리 강하지 않았습니다. 금리가 급상승하면서 전세가 상승세가 오히려 무서울 정도였죠.

    그러다가 2002~03년 무렵 들어 금리가 하락하면서 전세가는 안정되지만 매매가는 뛰기 시작합니다. 다시 말해 IMF 직전에 상승 기미가 있었을 때 그에 반응해 공급이 함께 늘어났어야 했는데 외환위기로 인해 그게 좌절된 게 문제의 핵심이었다는 겁니다. 이때 충족되지 못한 수요가 순연되면서 2000년대 초반에 우리가 겪은 급격한 가격상승이 시작됐다고 보는 겁니다.

    폭등 국면이 시작되니까 정부는 다시 갖가지 규제책을 쏟아냅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급등세의 주범인 것처럼 인식돼 재건축 승인의 시기조정에 들어가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서울의 주요 아파트 시장은 더 악화된 거죠. 그러나 그 결과는 우리가 겪었듯 그리 바람직하거나 효과적이지 못했습니다. 특히 2006년 말에 이르러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 정부의 주요 부동산 정책이 나왔습니다. 종합부동산세의 강화된 세율로 세금이 부과되기 시작했고, 2007년 초에 6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해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가 도입됩니다.

    이렇게 강남아파트, 재건축아파트, 고가아파트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강화되면서 이들 아파트는 이후에 가격이 올라가질 못해요. 문제는 고가주택에 대한 수요를 억제하면 그 억제된 수요가 그 바로 아래 가격대의 아파트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투자대안이든 실수요든, 이른바 노도강지역이나 비아파트 주택의 엄청난 가격상승이 모두 이 때문에 벌어진 것이죠. 강남을 제외한 소형아파트와 비아파트 주택 가격이 30% 이상 올라갑니다.

    그러던 것이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떨어졌고 여기에 2009년 9월부터 수도권에 DTI 규제가 도입되면서 지금의 시장상황이 만들어진 거죠. 2009년 9월 수도권 DTI 도입을 경계로 나타난 현상 가운데 하나가 수도권 아파트의 급격한 거래량 감소예요. 이전까지 월간 2만호 가량 거래되던 것이 1만호 수준으로 뚝 떨어집니다. 전국 거래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던 수도권의 거래량이 9월 이후 30%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그 기간이 6개월가량 이어지고 있는 거죠.

    결국 최근의 시장상황을 만들어낸 가장 중요한 원인은 수도권 DTI 규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는 관점에서는 이건 선 부소장님 말씀처럼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나타난 버블의 붕괴라기보다는, 정부의 정책적 개입이 빚어낸 상황이라는 거죠. 물론 이를 정부가 시장상황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도구를 가진 것 아니냐고도 볼 수 있겠지만, 정상적인 시장조건에서 유지되고 있는 안정은 아니라고 봅니다.

    수요억제책은 과연 존재했나

    사회자 결국 현재 상황에 대한 두 분의 견해는 그동안 누적돼온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과 정부의 강도 높은 수요억제정책에 따라 시장이 왜곡된 결과라는 분석으로 나뉘는 듯합니다. 선 부소장님은 집값 거품이 터지기 전에 이를 빼야 한다고 보는 것이고, 이 교수님은 시장의 자유로운 흐름에 맡기면 알아서 빠질 것이라고 보는 거고요.

    “버블 붕괴 이미 시작됐다” v s “과도한 수요억제책으로 급반등 올 수도”

    2006년 12월1일 서울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종부세 관련 조세저항 국민운동 발족` 기자회견.

    선대인 물론 부동산시장에서 정책요인이 갖는 효과는 엄청납니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계속 실패하는 바람에 거품이 부풀어 오른 측면도 있고요. 그러나 그건 정책이 한마디로 엉망이었기 때문이지, 규제강화나 수요억제책이었기 때문이었다는 말씀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건설업계 도산이 이어지면서 부양책 차원에서 분양가를 자율화해 줬지만, 극단적인 공급자 위주 정책인 선(先)분양제도는 그대로 놔뒀습니다. 한편으로는 시장논리를 말하면서 분양가를 풀어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대착오적인 선분양제도를 유지하다보니 시장에서 공급자의 파워가 매우 커졌죠. 공급자가 우위에 서는 시장환경이 만들어진 거죠. 여기에 정책이 번번이 한 박자씩 늦으면서 초기에 일부 수요-공급의 격차로 인해 발생했던 가격급등이 투기적 가수요를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봅니다.

    주택정책은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정상적인 수요는 당연히 막을 필요가 없지만, 투기적 가수요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억제해야 하는 겁니다. 종합부동산세 말씀을 하셨는데, 조세 인프라의 경우도 어쨌든 자산거품이 일어난 상황에서는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시중의 유동성을 억제하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2007년 말에 시중은행들이 단기외화자금까지 끌어들여 예대율 140%에 육박할 정도로 엄청난 양의 담보대출을 해주는 걸 우리가 보지 않았습니까. 능력이 있는 정부라면 이런 극단적인 상황은 당연히 컨트롤해야 맞죠.

    언론에서는 당시의 정책이 수요억제책이라는 이름으로 부각됐지만, 실제로는 건교부나 재경부에 휘둘리면서 건설업자들만 ‘노나는’ 공급자 위주의 정책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대표적인 경우가 판교죠. 정부가 앞장서서 투기판을 만들어놓고 투기하지 말라고 하면 그게 통하겠습니까. 이 무렵 이뤄진 이명박 서울시장의 뉴타운 정책도 집값 튀기기식 개발이었고,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뉴타운 개발법을 먼저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투기 억제라는 타이틀 아래 투기를 조장하는 정책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보니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실제로 노무현 정부가 강력한 투기억제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던 2003~04년 무렵에는 집값이 상대적으로 안정됐습니다. 그렇지만 2004년 하반기 이후 강동석-이헌재 라인이 시장에 강력한 건설경기 부양 위주의 정책을 펴겠다는 신호를 주면서 2차 폭등기가 옵니다.

    정부가 지난해 풀었던 DTI를 다시 도입한 것도,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거품을 잡겠다는 명확한 의지가 있어서라기보다는 한국경제의 건전성이나 지속가능성을 놓고 볼 때 더 이상 가계부채를 늘리기 힘들어서였다고 봅니다. 현재 상황에서 가계부채를 더 늘리면 매우 위험하다는 금융정책적 판단 때문이지, 정부가 선제적으로 DTI 규제를 하는 바람에 부동산 거품이 가라앉고 있다고 보면 매우 협소한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창무 제 이야기는, 시장상황 변동을 들여다보면 버블이 꺼지기 때문이든 DTI 규제 효과이든 정책적 영향이 시장에서 명확하게 나타난다는 겁니다. 최근에는 DTI 규제의 효과가 가장 분명하게 확인되고요. 당장 수도권의 아파트 거래량은 줄지만 지방의 거래량은 미묘하게 증가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시장의 추세가 변화하는 시점과 정책 도입 시점이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진다는 거죠.

    2006년에 벌어진 폭등에 대해서는 저는 생각이 다른 게, 2004년에도 지금과 같은 버블논쟁이 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는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에 국한된 매우 지엽적인 상승세였습니다. 그걸 노무현 정부가 모든 시장의 문제인 것처럼 인식하면서 시장 전체에 영향을 주는 수요억제책을 마구 도입했죠. 그러면서 사람들이 가격이 꺼질 것이라고 기대해 2년 남짓 안정세가 유지됐지만, 이제는 더 이상 못 참겠다고 판단해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 2006년 가격 폭등의 주원인이었다는 겁니다.

    버블에 대한 경계심을 갖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버블이 아닐 수 있는 상황을 지나치게 버블로 몰고 가는 것도 시장을 왜곡시킵니다. 버블이라고 강조할수록 강력한 수요억제책이 따라 나올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시장의 가격 상승에 따라 공급이 자연스레 증가하는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겁니다. 장기적으로는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순연되는 결과를 낳는 거죠.

    일본이든 미국이든 충분한 공급량이 뒷받침됐을 때 버블이 꺼졌다는 사실이 확인됩니다. 정책적 개입으로 시장 기제가 제대로 역할을 못하게 되면 버블이 꺼지려야 꺼질 수가 없다는 겁니다. 한때 80만호까지 갔던 한 해 공급량이 지금은 40만호도 겨우 채울까 말까 합니다. 수도권만 놓고 봐도 30만호에서 20만호 수준으로 떨어졌고요. 가격이 상승하는 시점에서 그대로 놔뒀으면 공급이 자연스레 증가했을 텐데 수요억제책으로 그 연결고리가 어딘가 끊긴 겁니다.

    2006년 말 종부세 논란

    “버블 붕괴 이미 시작됐다” v s “과도한 수요억제책으로 급반등 올 수도”

    2006년 3월29일 경기도 성남 탄천 종합운동장에서 시작된 대한주택공사의 판교신도시 임대 및 분양 아파트 청약 현장접수대에서 청약자들이 안내책자를 받아가고 있다.

    선대인 그렇지만 지금 당장 미분양이 넘쳐나는 상황 아닙니까. 건설업체들은 공급이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반어적으로 말해 고가의 중대형 아파트 더 많이 지어서 집값이 정말 뚝뚝 떨어지는 걸 봤으면 좋겠다 싶기도 합니다.

    사회자 그렇다면 이 교수님은 투기적 가수요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시는 건지, 현재의 주택시장에는 버블이 없다고 평가하시는 건지 궁금합니다.

    이창무 버블의 존재 여부는, 개인적으로 저도 가격이 높다고 생각해요. 다만 가격을 높게 만든 원인이 투기적 가수요가 아니라, 투기적 가수요가 나타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낸 정부의 정책개입이라는 거죠. 투기자와 비투기자를 나눈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미국의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기 전까지 5~6년새에 가격이 두 배까지 뛰는 동안 자가보유율은 오히려 증가합니다. 값이 오르면 누구나 집을 사고 싶어한다는 겁니다. 모든 사람이 주택에 대해 투자적 행태를 보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시장을 정상적으로 통제할 수 있습니다. 투기자와 투자자를 구분하는 게 어렵고, 투기적 행태는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겁니다.

    선대인 정책적으로 보면 투기는 억제해야 맞는 것 아닙니까.

    이창무 그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투기와 투자를 어떻게 구분할 겁니까.

    선대인 제 말은 투기의 에너지가 부채라는 겁니다. 금리를 통해 통화량을 잘 조절하면 투기를 억제할 수 있습니다. 개인은 투자자인지 투기자인지 실수요자인지 구분하기 매우 어렵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얘기가 다르다는 거죠. 버블이 부풀어 오를 때는 사회 전체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레버리지고, 지금 같은 경우는 가계부채죠. 오를 것 같으니까 앞뒤 가리지 않고 돈을 빌려 집을 사는 겁니다. 이렇게 해서 버블이 형성된 것이죠. 그 가계부채를 막다가 안 되니까 정부부채를 걱정해야 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 한국의 현실이고요. 개개인은 투기인지 투자인지 말할 수 없어도 사회 전체적으로는 그런 흐름이 확인되는 것 아닙니까.

    상황이 이랬는데 정부가 투기억제정책을 쓰지 말았어야 했다는 겁니까. 당연히 유동성 관리나 금리조절이 필요했죠. 세금도 정책도구로 쓸 수 있고요. 한국경제가 생산경제에서 자산경제로 넘어온 데 비해 그에 걸맞은 과세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었고, 그게 단기적으로 투기를 억제하는 측면도 있었다고 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가 정책운용에 실패했다는 데는 저도 동의하지만, 노무현 정부가 수요억제책에만 경도됐기 때문에 2006년 들어 가격이 폭등했다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도대체 그 시점에 어떤 억제책이 있었다는 말씀입니까. 오히려 정부가 판교 로또, 재건축 로또, 뉴타운 로또를 이어나가니까 가격이 급등한 것 아닙니까. 정부 정책의 어떤 측면이 시장에 영향을 미쳤는지 명확하게 보셔야 합니다.

    “버블 붕괴 이미 시작됐다” v s “과도한 수요억제책으로 급반등 올 수도”


    이창무 저는 나름대로 명확하게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선대인 저한테는 전혀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창무 받아들이는 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도 계시겠죠. (웃음) 2006년에 굉장히 중요한 정책이 있었죠. 이전에는 낮은 세율로 부과되던 종부세가 2006년 말에 노무현 대통령이 ‘한번 받아봐라’ 하는 심정으로 정책을 변경해 굉장한 충격을 주죠. 2007년 초에는 DTI 규제가 투기지역과 수도권으로 확대됐고요. 이게 수요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보십니까.

    선대인 그것은 상관관계일 뿐이지 인과관계는 아닙니다.

    이창무 그렇게 이야기하실 수도 있는데, 수도권 거래량을 따져보면 2006년에 활황이 일어나면서 전국 거래량의 60%를 차지하다가 2006년 종부세가 도입되면서 50%대로 뚝 떨어집니다. 이후 그 수준을 유지하다가 금융위기 이후에 다시 살아나는 상황이었어요. 그러던 게 2009년 9월에 DTI 규제가 수도권에 도입되면서 거래량이 다시 뚝 떨어져요. 그러다가 최근의 버블논쟁 때문에 곡선이 또 한번 꺾이죠.

    선대인 버블논쟁 때문에 거래량이 꺾였다는 말씀입니까.

    이창무 3월 이후 경제연구소의 관련 보고서가 나오면서 사람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선 부소장님이 매체를 통해 말씀하시는 것도 시장에 분명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그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선대인 제 영향력이 기획재정부 정책당국자들보다 더 높다고 평가하시는 모양입니다. (웃음)

    이창무 그래요, 정말로. (웃음) 이 시기에 6억원이라는 가격기준과 아파트 대출규제, 가구당 보유한 아파트 가격을 모두 합쳐서 부과하는 종부세 같은 것들이 함께 영향을 미친 시장이 강남 아파트 시장이었죠.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노도강 아파트들은 가격기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강남에 있던 수요가 이리로 옮겨가서 가격이 급격히 오릅니다.

    재건축이라는 요소를 빼고 분석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격이 높은 대형은 DTI와 종부세에 영향을 받죠. 가격이 오르지 않아요. 반대로 규제를 피해 있는 소형아파트는 가격이 올라요. 대형아파트 보유자가 종부세로 인해 소형아파트에 비해 0.5% 규모의 세금을 매년 더 내야 한다면 가격이 25% 내외 떨어질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오더군요. 제 관점에서는 시장이 종부세 같은 수요정책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믿을 수밖에 없어요.

    이러한 영향은 대형이냐 소형이냐, 재건축이냐 아니냐에 따라 차별적으로 나타납니다. 결국 정부의 수요억제정책이라는 건 문제가 된 해당 시장에는 안정화 효과를 불러오지만 결국 그 다음 가격대의 아파트에 풍선효과를 불러일으켜요. 이런 일들이 벌어진 것이 수치로 확인되는 겁니다. 단순히 가계부채의 전반적인 경향성만으로 주택시장의 흐름을 해석하기에는 다양한 정책적 요소가 국지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겁니다.

    인구구조의 문제

    사회자 주제를 조금 옮겨보겠습니다. 지난 수년간 벌어진 부동산 가격 급등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두 분의 평가가 엇갈리고, 또 현재의 가격조정 국면에 대해서도 진단이 정반대인데요, 그렇다면 앞으로는 시장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고 보는지 궁금합니다. 최근에는 인구학적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여럿 나왔는데요. 인구가 줄어듦에 따라 결국 주택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가격 역시 장기적으로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선대인 제가 인구구조에 따른 거품붕괴 불가피론을 초기에 편 사람 가운데 하나이지만, 사실 인구구조에 따른 가격하락은 향후 수년 뒤에 일어날 일이라고 봅니다. 연도별로 스케줄을 잡아보면 이렇습니다. 앞서도 말했듯 벌써 현재의 가격에서는 수요가 고갈된 상태인데, 글로벌 경제 차원에서 각국 정부가 출구전략을 본격화하면 한국도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계속 버티면 외국자본이 빠져나가 제2의 IMF를 맞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올해 하반기 혹은 내년 상반기에 금리가 인상되면 주택담보부채를 안고 있는 가계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됩니다. 그동안 저금리로 인해 발생했던 사실상의 보조금 효과가 사라지는 거죠.

    2012년 하반기부터는 금융권의 부담이 본격화합니다. 가계대출 만기연장의 부담이 생기죠. 2005년부터 수도권에서 크게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의 70%가량이 3년 거치로 대출을 받았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핑계로 거치기간을 연장해줬지만 언제까지나 미룰 수는 없습니다. 정부가 아무리 연착륙을 외쳐봐야 미봉책일 수밖에 없는 게, 2012년 하반기가 되면 분기별로 25조원의 만기가 돌아옵니다. 지난해 정부가 DTI를 풀어서 만들어낸 가계부채가 한 해 통틀어 45조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은행권이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죠.

    “버블 붕괴 이미 시작됐다” v s “과도한 수요억제책으로 급반등 올 수도”
    수도권 입주물량을 보겠습니다. 2012~13년이 되면 2005~06년 폭등기에 수도권 핵심지역에 지정해놓은 2기 신도시와 뉴타운에서 입주물량이 쏟아집니다. 당장은 재개발 과정에서 기존주택이 사라지는 바람에 공급이 부족한 것처럼 보이지만, 2012년 하반기부터 쏟아질 물량은 2018년까지 이어질 겁니다.

    인구구조의 변화가 수요 감소로 현실화할 시점이 바로 이때입니다. 주택을 사고 싶고 살 능력이 있는 35~54세 사이의 인구가 2011년에 정점을 찍고 이후에 줄기 시작합니다. 자식들을 모두 분가시킨 50대 후반의 은퇴연령대에서는 주택 규모를 줄이려고 하고 30대 초반의 새로 집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이 시장에 들어서는데, 문제는 빠져나가는 인구규모 대비 새로 진입하는 인구의 비율이 2015년에 100% 아래로 떨어진다는 겁니다. 이때 가장 충격이 커지는 거죠. 당장 영향을 주진 않아도 기대심리라는 측면에서는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죠. 지금의 가격조정은 시작일 뿐, 2015년 무렵이 되면 사람들이 ‘정말 엄청나네’ 하는 느낌을 받게 될 겁니다. 최악의 경우가 아니라 가장 현실적으로 분석한 결과입니다.

    이창무 뉴타운 공급물량이 쏟아질 거라고 하시지만, 지금 뉴타운 사업이 거의 진행이 안 되고 있거든요.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는 ‘네가 좀 더 먹어도 나도 더 먹으면 된다’는 심리 때문에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만, 가격이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면 조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사업도 진행이 안돼요. 벌써 진행되는 사업이 거의 없어요. 2012년 이후에 물량이 제대로 공급될지 알 수 없다는 거죠.

    거꾸로 정부가 정책을 통해 수요를 계속 억누르면 2006년의 상황이 재발할 수 있습니다. 당장은 공급과잉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집을 사지 않고 기다리고 있지만,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2~3년 뒤의 시장이라는 게 굉장히 불안할 수 있다는 겁니다. 억누른 수요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 폭등세가 다시 올 수도 있는 것이고요. 특히 노무현 정부의 양도세 중과세나 종부세 부과 같은 정책들이 다주택자들의 구매 움직임을 둔화시켜놓은 상태인데, 시장의 정상적인 작동을 위해 필요한 주체들이 빠져있는 상황이다보니 왜곡된 가격결정의 부작용이 한꺼번에 폭발할 수 있습니다.

    인구구조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논란이 있습니다만,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특이한 부분이 많아요. 미국의 경우 주거소비의 정점을 이루는 시기가 35~55세인 게 맞습니다. 1980년대 말에 미국의 한 경제학자가 연령구조를 근거로 1990년대에 가격이 50% 폭락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아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그러나 주택시장의 변화에는 다른 요인도 작동하죠. 미국에서는 이민자의 유입이나 1980년대 말의 공급 감소 등이 대표적이었고요. 이로 인해 가격하락 폭은 둔화됐고 오히려 2000년대 들어 가격 폭등기가 도래하게 됩니다.

    한국의 경우도 단순히 인구구조가 모든 걸 결정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동안 한국의 노년층들은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킨 후에도 주택규모를 쉽게 줄이지 않았어요. 손자들이 놀러 오면 묵을 방이 있으면 좋겠다는 심리가 대표적이죠. 과거에는 65세를 노령의 기준으로 삼았지만 평균수명은 계속 늘어납니다. 가구별로 조사해보면 70대 후반까지 자가 주택을 안 줄이는 패턴도 나타나고요. 베이비붐 세대를 대상으로 설문을 해보면 이들 세대도 이전 세대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결과가 나와요.

    또한 인구는 전국적으로 2015년이 돼야 정점에 이른다는 거고, 수도권만 놓고 볼 때는 2020년까지는 늘어납니다. 가구 분화에 따라 가구 수는 오히려 2030년까지 계속 늘어난다는 추계도 있고요. 결과적으로 앞으로도 당분간 들어오는 수요는 계속 존재하는데 빠져나가는 수요는 크게 줄지 않는다는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분석이 반드시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은 않아요. 베이비붐 세대가 어떤 행동패턴을 보여줄 것이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고요. 앞으로도 정말 주택규모를 안 줄일까, 베이비붐 세대는 행동패턴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할 게 많아요. 다만 과거의 패턴을 보면 한국 노년층의 주택수요는, 특히 수도권에서는 미국과 다를 수 있다는 거죠.

    노년층의 향방

    선대인 판교와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입주자들을 전수조사해봤더니, 35세에 집을 사기 시작해서 55세가 되면 딱 그칩니다. 지금처럼 투기거품이 있는 상황에서 주도세력은 분명 그 연령대였고, 이들은 2011년부터 분명 줄어듭니다. 통계청 자료로 따져보면 가족 숫자와 주택 평수는 명확한 상관관계가 있고요. 상식적으로 자녀들을 출가시킨 노년층 부부가, 현직에 있을 때보다 수입은 줄어들었는데, 당연히 유지비용이 적게 드는 작은 평수로 옮겨가려 하지 않겠습니까.

    이창무 그래야 맞는데,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아왔다는 것 아닙니까. 실증자료는 많습니다. 주택이나 인구 총조사를 보면 물론 주택규모를 줄이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줄이지 않는다는 게 확인돼요. 당장 평균수명은 계속 늘고 있지 않습니까. 당장 주택규모를 줄여서 나머지 자금을 써버리면 내가 언제까지 살지 모르는데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자산을 유동화하는 데 무척 불안감을 느끼는 가구들도 있습니다.

    선대인 지금은 부동산 불패에 대한 기대가 살아 있기 때문에 주택을 유지하겠다는 답변이 많을 수 있지만, 부동산 가격이 가라앉기 시작하면 보유성향은 순식간에 약화합니다. 일본의 경우 총자산 대비 부동산 비율이 60%에 육박하던 것이 버블이 꺼지면서 40%까지 떨어졌습니다. 가격이 올라갈 때는 보유하려고 하지만 거품이 꺼진다는 신호가 울리면 쉽게 바뀔 수 있다는 거죠. 저는 지금이 그 초입이라고 생각하는 거고요.

    앞서 1980년대 인구구조와의 연관성에 대한 미국의 예측연구를 말씀해주셨는데,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과 우리는 사뭇 다릅니다. 1990년대 이래 인구증가분의 절반을 이민자로 채운 것이 미국입니다. 한국에는 이민자가 들어온다 해도 주로 3D업종 종사자이기 때문에 주택수요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미미합니다. 그들이 4억~5억원짜리 수도권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수요세력일까요. 아닙니다.

    이창무 새로 사는 사람들만 중요한 게 아니라 이미 갖고 있는 사람이 주택규모를 줄이지 않는 것도 중요하죠.

    선대인 저도 뉴타운 재개발이 일정대로 반드시 이뤄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주택시장이 침체될수록 재개발은 둔화되겠죠. 그렇다고 재개발이 둔화되어 공급이 제때 안 되기 때문에 2~3년 뒤에 가격이 급등할 거라는 얘기는 난센스입니다. 가격에 따라 수요가 결정되는 메커니즘에 따라 지금 건설업체들이 분양을 해도 미분양이 쌓이고 있는데, 그래도 건설업체들 옆구리 찔러서 계속 공급하라고 할 겁니까. 그러면 오히려 주택시장 침체가 가속화되죠.

    외환위기 이후에 4200개 수준이던 종합건설업체 수가 2001년 이후로 1만3000개까지 늘어나서 지금까지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민간주택 물량은 이미 2006년을 기점으로 절반 이하로 급감했지만 건설업체 수는 조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퇴출되는 건설업체가 없어요. 건설업계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니까 시장 수요 대비 공급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도 이른바 전문가분들이 미분양주택을 계속 사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정부도 그에 끌려다니는 게 문제라는 거죠.

    이창무 기본적으로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가격에 반응해서 공급이 일어나도록 해야 하는데, 문제는 가격에 대한 조정을 정부가 하고 있다는 겁니다.

    금리와 양도세

    사회자 역시나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해서도 두 분의 견해가 완전히 상반되는데, 2015년 이후에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나 수년 뒤 반동적으로 급등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나 주택소비자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그러한 상황을 막을 수 있는가일 텐데요, 이를 위해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고 보시는지 결론 삼아 말씀해주십시오.

    이창무 거듭 드린 말씀이지만, 지금의 시장에는 분명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주체들의 기능이 활성화될 수 있는 정상적인 시장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양도세 중과 등을 포함해 다주택자들의 수요를 억지로 틀어막았던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나라든 주택시장의 30~40%는 임차가구로 유지돼야 합니다. 누군가는 집을 두 채 이상 갖고 임대사업을 해야 한다는 말이죠. 우리나라에는 불행하게도 기업화된 임대사업자가 없기 때문에 개인들이 그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 사람들이 정부의 임대사업자 기준 강화 같은 수요억제책 때문에 시장에서 빠져 있는 현재 상황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겁니다.

    “버블 붕괴 이미 시작됐다” v s “과도한 수요억제책으로 급반등 올 수도”

    부산 남구 대연동의 한 아파트. 완공 이후에도 한 채도 팔리지 않아 해가 진 뒤에도 불 켜진 집이 없다.

    아시다시피 한국에는 전세라는 특이한 제도가 있습니다. 월세제도는 월세만큼 꼬박꼬박 주택가격에 대한 수익으로 발생하는 반면 전세는 실제로 집을 팔아서 차익을 챙겨야 임대수익이 현실화되죠. 그러다보니 한국의 다주택자들은 임대사업자이면서 동시에 차익을 추구하는 ‘아수라 백작’ 같은 양면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주택자를 매우 싫어하지만, 그럼에도 그 필요성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겁니다. 저는 이 논란을 해결하는 것이 한국 주택시장 난맥을 풀 수 있는 실마리라고 생각합니다.

    전세에 대한 임대소득세와 함께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규제를 풀어서 우리가 원하는 순화된 기능을 다주택자에게서 끌어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면 지금의 위축된 거래량이나 그로 인해 발생하는 미분양 문제 등도 둔화될 수 있다고 보고요.

    선대인 DTI 규제는 풀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이창무 원론적으로는 그렇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도 지금의 가격이 부담스러운 정도라고 생각해요. 아까 선 부소장님이 말씀하셨듯 지금 DTI를 마구 풀기에는 가계부채 규모가 분명 너무 부담스럽죠. 정부가 지금 시장을 컨트롤할 수 있는 두 가지 수단을 세금과 대출규제라고 본다면,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전제하에 지금은 양도세 문제에 손을 대는 게 먼저 필요하다고 봅니다. 너무 내리는 것도 문제고 너무 올리는 것도 문제인데, 이미 개입하기 시작했으니 아예 손을 놓을 수는 없겠죠. 그런 의미에서 지금 손댈 수 있는 건 양도세 정도라고 본다는 겁니다.

    또 하나는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 문제인데요, 저는 그 여파가 매우 크다고 봅니다. 주택이 시장에서 정상적인 가격에 거래되지 못하게 하는 것일 수 있거든요. 시장가격에 비해 훨씬 낮은 값에 주택을 분양하는 건 민간 주택건설자의 경쟁력을 약화시킵니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주택을 도심 가까운 곳에 짓는 것 자체는 좋지만, 분양가를 지나치게 낮게 하면 민간의 공급기능을 위축시킨다는 거죠. 그렇지 않았으면 공급됐을 주택 총량보다 결과적으로 줄어들 수 있고요.

    선대인 금리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지금은 금리가 굉장히 낮은 수준이고, 1분기 경제성장률은 기저효과라고 할 수는 있지만 지난해 동기 대비 7%대에 달합니다. 물가상승률도 가파르고 통화도 많이 풀려 있습니다. 저는 이런 상황에서는 금리를 높여야 옳다고 봅니다.

    이창무 언젠가는 조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금리를 높이면 가격은 안정화되지만 전세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집을 빌려서 사는 임차인들이 괴로울 수밖에 없겠죠. 전세대란이 올 수도 있고요. 금융위기 이후 금리인상이 없었음에도 전세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지금 당장 금리를 높일 경우 그 불안감이 증폭될 수 있죠. 함부로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시점은 아니라고 봅니다.

    “망할 회사 망하게 놔둬야”

    선대인 다른 모든 조건이 고정적이라면 금리가 오를 때 전세가가 오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금리를 올리면 먼저 매매가가 떨어집니다. 그러면 전세가도 같이 떨어지지요. 과거에도 버블이 꺼지면서 매매가가 떨어지면 전세가도 함께 떨어졌거든요. 지금은 오히려 인위적인 저금리로 거품을 늘려놨기 때문에 이를 하향조정하려면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인상해야 맞죠.

    이 교수님은 시장에 맡겨두자고 하시는데, 주택이라는 게 오늘 가격이 올랐다고 내일 더 많이 공급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도리어 지금 수요가 줄어드는 시점이 돼서야 한창 가격이 오를 때 기획된 공급이 나타나곤 합니다. 그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공급과잉이고요. 교수님 말씀대로 정부가 손을 안대는 상황을 가정해보면, 그래서 미분양 매입이나 각종 토건 부양책이 없다면, 아마 대부분의 건설업자들이 손을 털고 나올 겁니다. 공급이 넘쳐나면 가격이 떨어져서 그에 맞춰 다시 공급이 일어날 수 있어야 시장이 제 기능을 하는 겁니다. 어떤 절대적으로 필요한 공급량이 따로 있어서 그에 못 미치면 앞으로도 가격이 계속 오를 소지가 있는 것처럼 말씀하시는데, 그건 아니라는 거죠.

    시장원리대로라면 정부가 은행 팔 비틀어서 인위적으로 가계대출 만기상환 연장하게 하는 것도 그만둬야 합니다. 이것 역시 교수님 말씀대로 시장에 맡기자면 풀어야 맞습니다. 계속 연장하면 부동산 거품의 에너지를 키우는 것이니까 지금부터라도 꼬박꼬박 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거죠. 저는 그렇게 일관되게 말씀드리는데, 많은 분이 하나는 시장에 맡기자고 하고 이런 건 풀지 말자고 합니다. 시장 원리에 맡기자고 하면서 미분양 주택은 사줘야 한다고들 하시는 분들이 이해가 안 된다는 겁니다.

    정부는 공공의 역할과 민간의 역할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린벨트를 풀자면 공공의 목표에 맡게 공공임대주택이나 장기전세주택으로 가야 합니다. 매매수요를 임대수요로 돌리는 게 정부의 할 일이죠. 민간에서는 시장이 알아서 공급하도록 놔두면 됩니다. 투자형 주택, 중대형 아파트는 이미 차고 넘치지만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두고 망하는 회사는 망하게 두면 됩니다.

    양도세 말씀을 하셨는데, 우리는 아직 주택보유세가 정상적이지 않습니다. 보유세가 정상화되면 양도세는 줄이는 게 맞다고 봅니다. 그런데 정부는 당혹스럽게도 보유세도 줄이고 양도세도 동시에 감면해주자는 겁니다. 그러면 부족한 세수는 생산경제에서 더 거둬야 하는 겁니까. 그런데 소득세 법인세도 줄이겠다고 합니다. 이건 아니거든요.

    이창무 저도 보유세에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종부세로 인해 싼 주택은 제신세율이 낮고 비싼 주택은 높다는 겁니다. 여러 채를 가지면 더 많이 내야 되고요. 이렇게 되면 다주택자의 민간 임대사업자 기능이 위축되고, 결국 사회적으로 필요한 주택공급을 위한 투자가 위축된다는 거죠.

    선대인 기본적으로 다주택자들은 투기차익을 노리고 집을 산 사람들이고 국민경제에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온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무주택자들을 위한 공공사업보다 더 우선순위가 높다는 말씀이십니까. 왜 페널티를 주는 게 아니라 혜택을 주자고 하시는 겁니까. 그리고 보금자리 아파트가 과연 반값 아파트입니까. 지나치게 올라 있는 강남을 제외하고는 거의 실거래가 수준이나 다름없습니다. 정부가 자기들이 잘한다고 자랑하느라 반값 아파트라고 하는 것뿐입니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 완성하느라고 보상비나 건설비가 엄청나게 높아졌습니다. 최소 4억원짜리 아파트가 무슨 서민용 아파트입니까. 보금자리 주택의 공공임대 비율은 이전에 비해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보금자리 주택이 시장에 영향을 미쳐서 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도 오비이락(烏飛梨落)같은 것일 뿐입니다. 2005년 판교 분양할 때도 정부는 주변보다 훨씬 싸다고 자랑했습니다. 입지도 좋고 분양가도 낮은 판교는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지금의 보금자리는 집값 하락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주택시장이 가라앉는 상황에서 사업이 진행되다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에요. 거품이 빠져서 울고 싶은 건설업체들이 보금자리로 뺨을 맞은 것뿐입니다. 지금처럼 정부가 부동산 수요를 떠받쳐도 분양이 안 되는 상황에서 보금자리 주택이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착시효과일 뿐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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